○계룡산의 이름없는 암자나 약수터는 물론 동학사, 갑사 할 것없이 중생들이 시주를 하는 경우에는 예외없이 소원을 빕니다. 그 소원은 취업, 진학, 건강, 혼인, 득녀 등의 사적인 소망입니다. 그중에서 주목되는 대목이 취업입니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일자리로 대란이 벌어졌습니다. 일자리는 중요합니다. 팍스 아메리카나를 과시하는 천하의 트럼프도 일자리에는 ‘깨갱’ 소리를 냅니다. 브렉시트의 주요 원인이 일자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시위의 나라’ 프랑스의 연금시위도 일자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일자리가 연금의 재원이기 때문입니다.
○동물원의 명곡 ‘변해가네’의 가사처럼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과거 1980년대까지는 ‘기름밥’을 먹는 ‘공돌이’라는 멸칭을 받았던 현대차 생산직은 이제 양질의 일자리로 인정을 받는 시대입니다. 그 생산직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귀족노조’에 가입했다고 지탄을 받기도 합니다. 단군 이래 육체노동을 하는 계층이 ‘귀족’으로 불린 최초의 사건입니다. 반면에 1980년대만 하더라도 주말 ‘버라이어티 쇼’나 각종 ‘특집 쇼’에 단골로 등장했던 농악, 그리고 ‘농자 천하지대본’이라는 글자는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실은 농촌은 물론 어촌은 이미 외국인 근로자가 접수한지 오래입니다. 노동의 문법은 분명 변했습니다.
○그 변화는 좋든 싫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고약한 변화는 당혹감을 주기도 합니다. 1970년대까지는 ‘산업역군’이라는 말로 근로자를 칭송했습니다. ‘외화벌이의 주역’이라던가 ‘선진초국창달의 일꾼’이라는 말이 일상이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각종 선거에서 자신이 속한 민주공화당을 ‘일꾼’으로 비유하면서 ‘황소같이 부려보세!’가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습니다. 물론 보수, 진보 가릴 것이 없이 ‘머슴’을 자처했습니다. 전태일의 분신은 실은 그 시절 과로를 미화했던 상황을 폭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노동은 2025년 현재에도 첨예한 국제분쟁을 해결할 한국이 보유한 유용한 수단입니다. 한국의 힘은 현대차와 삼성전자에 있기 때문입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한국이기 때문입니다. 실은 그 누구도 이런 사실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현대차와 삼성전자를 이끄는 ‘근로자’는 칭송하면서도 막상 그들이 만든 ‘노동조합’은 극렬히 비난하는 이상한 상황이 오랜 기간 주로 보수진영에서 유발했습니다. 그랜저를 만드는 현대차 근로자는 칭찬하면서 막상 그들이 노동조합을 만들면 진영논리부터 온갖 험악한 비난이 이어집니다. 더 황당한 것은 같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인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를 통해서입니다. 다음 <기사>도 그런 사례입니다. 노란봉투법의 어떤 조항이 어떻게 규정되었으며, 그 조항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업을 망치고 나라를 망친다는 언급이 없이 자극적인 내용을 인용의 형태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악질노조라는 허수아비를 만들고 그 허수아비를 때리는 양상입니다. 심지어는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의 실정법이 있는 양 서술하는 기사도 존재합니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의 실정법은 없습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의 일부 조문을 개정한 것에 불과합니다. 세상사는 원인과 결과가 있기 마련입니다. 주로 보수신문과 경제신문은 원인에 대하여는 축소 내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그 결과만을 자극적으로 침소봉대를 합니다. 현대차 노조의 활동이 극성을 부렸음에도 현대차는 세계적인 메이커가 되었다는 사실은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미쯔비시로부터 굴욕적인 엔진도입계약으로 출발한 현대차는 엔진의 개발을 넘어 그 위용은 이제 미쯔비시는 쳐다보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힘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 원천은 바로 현대차 근로자입니다. 미국 조지아사태는 숙련된 근로자의 힘이 기업의 힘임을 증명하였습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반칙에서 유래했습니다. 원인제공을 당초부터 사측의 반칙이 유도한 것입니다. 사내하청이라는 실체는 사실상 기업 내부의 공정의 일부임에도 별개의 기업이라 우기면서 끊임없는 노사분규와 불법파견과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낳았습니다. 과거 1980년대까지는 당연히 동일 기업의 공정의 일부에 속했던 것이 사내하청입니다. 노란봉투법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별개의 기업임을 내세워서 단체교섭도 불응하기에 아예 사용자 범위 확대를 (제2조제2호) 규정한 것이고, 근로자가 아닐 경우 노조 가입이 불가했던 현행 노동조합법 조항을 삭제하여, 특수고용·플랫폼 근로자 등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제2조 제4호). 특고와 일반 근로자의 차이가 한라산과 백두산 정도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제2조 제5호)하여 과거 근로조건 ‘결정’만 노동쟁의 대상이었으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 단체협약의 중대한 위반 행위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확대하였습니다. 경영권을 빌미로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와해시키는 경우에도 노동쟁의를 부정하여 근로자의 생명을 끊는 부도덕한 행위를 비난하는 것은 어쩌면 생존본능의 발현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노란봉투법의 핵심 중의 핵심은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 손해배상액 제한(제3조)입니다. 신종 노동탄압의 수단인 손배, 가압류의 무한정한 남발로 무수히 많은 근로자의 가정이 파탄이 났기도 했고, 자살도 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잘 살아보세’라는 건전가요가 있었습니다. 선진국이 되자는 대 국민 메시지입니다. 그런데 국민이 잘 산다는 것은 근로소득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중에서 국민 절대다수가 근로자이기 때문입니다. 노조활동의 궁극적 목표는 잘 살자는 것이며, 이것은 돈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돈을 더 달란다는 것을 마냥 비난해서는 아니됩니다. 보수신문의 논조를 따르자면, 최저임금은 높여서도 안 되고, 노조활동도 금지시켜야 하기에, 문화생활도 금지시키면서 오로지 개돼지처럼 일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보수신문의 비상식적인 주장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기사>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빠진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은 사회 변혁을 이끄는 사례가 아닌 노동자들의 희망고문으로 남을 수 있어 우려가 됩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헤럴드경제·법무법인 대륙아주 공동주최 ‘노동·안전법제포럼’에서 “법이라는 것은 예측 가능성과 더불어 안정성을 갖춰야 잘 지켜지고 유지될 수 있는데,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방적으로 추진된 법안은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불법파업 조장하는 노란봉투법?’이라는 주제로 초청강연에 나선 임 의원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경기본부 상임부의장, 경기본부 여성위원장, 한국노총 여성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한국노총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지난 2016년 국회에 입성한 그는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20대 국회의원에 당선, 원내부대표를 지냈다. 21·22대 총선에서는 경북 상주·문경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545455?sid=10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2.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 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
제3조 ①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②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부득이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
③ 법원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근로자에게 인정하는 경우 손해의 배상 의무자인 근로자에 대하여 다음 각 호에 따라 책임 비율을 정하여야 한다.
1.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2. 쟁의행위 등 참여 경위 및 정도
3. 손해 발생에 대한 관여의 정도
4. 임금 수준과 손해배상 청구 금액
5. 손해의 원인과 성격
6. 그 밖에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항
④ 제3항에 따른 배상 의무자인 노동조합과 근로자는 법원에 배상액의 감면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법원은 배상 의무자의 경제 상태, 부양 의무 등 가족관계, 최저 생계비 보장 및 존립 유지 등을 고려하여 각 배상 의무자별로 감면 여부 및 정도를 판단하여야 한다.
⑤ 「신원보증법」 제6조에도 불구하고 신원보증인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
⑥ 사용자는 노동조합을 위태롭게 하거나 운영을 방해할 목적 또는 조합원의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손해를 입히려는 목적으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하여서는 아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