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서약’ 과 런던베이글뮤지엄>

by 성대진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 인천점에서 근무하던 어느 20대 청년의 죽음이 소리없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입사한 지 14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이 청년 직원이 직전 1주 동안 80시간을 일했다는 각종 보도에 시민의 분노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과로사는 글자 그대로 근로시간이 과다해서 사망한 경우입니다. 과로사와 산재에 대한 이슈가 각종 언론에서 뜨겁습니다. 그리고 법정근로시간과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논쟁도 아울러 뜨겁습니다. 근로시간은 최근 주 4.5일제가 화두일 정도로 국내 노동현장의 주요 이슈입니다. 물론 그 와중에 실리콘밸리 일부에서 9-9-6(9시 출근, 9시 퇴근, 주 6일제)가 시행되고, 괴짜 경영인 일론 머스크의 ‘근로시간 확대론’을 내세우면서 근로시간이 뜨거운 쟁점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주연배우가 아닌 조연배우에게도 관심이 가듯이, 주요 쟁점이 아닌 부분도 호기심을 부릅니다. 그 호기심의 대상은 다음 <한겨레>에서 집중보도한 영업비밀유지각서, 일명 ‘스파이 서약’입니다. 어느 기업이든지 영업비밀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런베뮤의 주 생산물이 베이글이기에 자사의 독특한 메뉴 구성의 영업비밀은 충분히 가능한 사안입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에는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삼성전자의 산업스파이 사건을 보면, 부정경쟁방지법에 규정된 기업의 영업비밀보호장치 그 자체를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같은 이치로 근로자에게 스파이 서약을 요구하는 것 자체는 당연히 합법이고 유효입니다. 문제는 그 영업비밀의 내용입니다.


○대법원(대법원 2024. 11. 5. 선고 2023마6127 판결)은 영업비밀의 개념에 비공지성, 독립한 경제적 가치, 그리고 비밀관리성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베이글 제조에 관한 노하우나 기법 등은 정보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이기에, 비공지성의 요건을 충족하고 나아가 독립한 경제적 가치, 그리고 비밀관리성의 인정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다음 <기사>의 ‘28일 한겨레가 입수한 엘비엠(런던베이글뮤지엄 운영사)의 ‘영업비밀 서약서’를 보면, 회사의 영업계획이나 제품 레시피, 제품 기술자료, 영업 방법 등이 영업비밀로 분류돼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임직원 활동과 부수내용’ ‘인사 및 노무에 관한 내용’ ‘기타 회사 측이 영업비밀로 인정한 일체의 사항’도 영업비밀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특히 서약서에는 “퇴사일로부터 1년간 이직한 근무지에 대한 정보를 회사에 제공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노동자가 회사를 옮기더라도 옮긴 회사에 대한 정보를 1년 동안 엘비엠에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라는 대목입니다.

○‘임직원 활동과 부수내용’ ‘인사 및 노무에 관한 내용’ , 그리고 ‘이직 근무지에 대한 정보’ 부분은 그 어떤 견해를 취하더라도 영업비밀은 아닙니다. 오히려 후 2자는 개인의 정보를 부당하게 취득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기사>는 위법성을 언급합니다. 나아가 <기사>는 ‘위약금도 명시돼 있다. 서약서에는 “만일 위 내용을 위반할 경우 근로계약의 즉시 해지 및 민·형사상의 처벌이 발생될 수 있으며, 중대한 사항(레시피, 사업정보와 같은 기밀유출, 자사 제품을 활용한 창업 및 컨설팅 행위 등)의 경우 금 일억원을 위약벌로 지급하기로 한다”고 돼 있다. 계약서 말미에도 “본 서약서는 회사 자문 변호사의 자문을 통해 적법하게 작성됐으며, 위 서약을 위반할 경우 부정경쟁방지법과 기타 관련법에 의해 어떠한 민·형사상의 처벌도 감수할 것을 서약한다”고 돼 있다.’라는 것도 소개합니다. 일억원을 위약벌로 지급한다는 내용은 근로기준법 제20조 소정의 위약예정의 금지에 해당하며 무효이기도 합니다.


○산업스파이 등은 물론 각종 시설이나 기물을 파손하는 경우에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배상하여야 함은 상식 수준의 법률지식입니다. 그런데 실무상 그 손해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당장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그 정확한 손해의 산정이 어려워 손해사정사에게 위임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래서 미리 당사자 간에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것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졌고, 이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당연히 허용됩니다(민법 제398조). 그러나 근로기준법의 영역에서는 금지됩니다. 손해배상액을 일방적으로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작성되기 십상이며, 동시에 이 예정에 대한 다툼이 발생하면 사실상 근로자에게 소송을 강제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근로자는 근로계약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인생이 구만리같은 청년에게 죽음을 강제한 연장근로의 약정, 그리고 손해배상액의 약정과 스파이 서약 등 근로관계가 출발하는 근로계약서 자체부터 이미 불행을 예고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기사>

유명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일하던 20대 노동자가 주 80시간에 가까운 노동에 시달리다 지난 7월 숨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 회사가 노동자에게 쓰게 한 ‘영업비밀보호 서약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 쪽은 “레시피를 보호하기 위해 서약서를 받았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서약서에는 인사나 노무에 관한 사항을 비롯해 “임직원 활동과 그에 수반되는 부수 내용”도 영업비밀로 담겨 있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서약서 내용을 위반할 경우, 관련법 규정에 의거 어떠한 민형사상 처벌도 감수할 것을 서약한다. 중대한 사항의 경우 일억원을 위약벌로 지급하기로 한다”는 대목도 서약서에 있어, 노동자가 초과근무 등 피해 사실을 외부로 알리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28일 한겨레가 입수한 엘비엠(런던베이글뮤지엄 운영사)의 ‘영업비밀 서약서’를 보면, 회사의 영업계획이나 제품 레시피, 제품 기술자료, 영업 방법 등이 영업비밀로 분류돼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임직원 활동과 부수내용’ ‘인사 및 노무에 관한 내용’ ‘기타 회사 측이 영업비밀로 인정한 일체의 사항’도 영업비밀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특히 서약서에는 “퇴사일로부터 1년간 이직한 근무지에 대한 정보를 회사에 제공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노동자가 회사를 옮기더라도 옮긴 회사에 대한 정보를 1년 동안 엘비엠에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약금도 명시돼 있다. 서약서에는 “만일 위 내용을 위반할 경우 근로계약의 즉시 해지 및 민·형사상의 처벌이 발생될 수 있으며, 중대한 사항(레시피, 사업정보와 같은 기밀유출, 자사 제품을 활용한 창업 및 컨설팅 행위 등)의 경우 금 일억원을 위약벌로 지급하기로 한다”고 돼 있다. 계약서 말미에도 “본 서약서는 회사 자문 변호사의 자문을 통해 적법하게 작성됐으며, 위 서약을 위반할 경우 부정경쟁방지법과 기타 관련법에 의해 어떠한 민·형사상의 처벌도 감수할 것을 서약한다”고 돼 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73221?sid=101




<근로기준법>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중략

2.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대법원 판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대법원 2024. 11. 5. 선고 2023마612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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