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상수급인의 연대책임과 조달청의 하도급지킴이>

by 성대진

○정치판에서 제일 꼴불견은 단연 ‘남탓정치’입니다. 좋은 것은 내 업적이지만, 나쁜 것은 남탓으로 일관하는 것은 정치혐오의 시발점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남탓을 하는 것은 이기적인 인간의 본능입니다. 중세 서양에서 유래한 ‘Mea Culpa(메아 꿀빠, 내탓이오)!’ 운동이 있는 것을 보면, 남탓이라는 고약한 습성은 양의 동서를 불문하고 자기중심적(Egocentric)인 인간의 근원적 한계가 발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법률의 영역에서는 남탓을 원칙적으로 금지합니다. 이를 ‘자기책임의 원칙’이라 하는데, 헌법상 연좌제금지는 자기책임의 원칙을 실정법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법률상의 원칙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자기책임의 원칙은 헌법상의 원칙이기에 이에 반하면 위법을 넘어 위헌입니다.


○그러나 법률의 세계에는 예외라는 악마가 살아 숨쉽니다. 근로기준법의 영역에서도 자기책임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가 살아서 꿈틀거립니다. 근로기준법 제44조가 규정한 직상 수급인에게 귀책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이 하수급인이 고용한 근로자에게 연대하여 책임을 지는 규정이 바로 그것입니다. 연예인이나 유명 스포츠선수의 빚투에서 네티즌이 지적하듯이, 소박한 시민들도 부모가 진 빛은 부모가 갚아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직상 수급인이 ‘직접’ 고용하지 않은 하수급이 고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왜 직상 수급인이 갚아야 하는가 근원적인 의문이 발생합니다. 실은 이 문제는 전술한 자기책임의 원칙이 작동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절대 다수의 법학자는 물론 실무가들도 위헌성을 부정합니다. 하수급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보호하려는 정책적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하수급업체는 대부분 도급업체로부터 돈을 받아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경제적 실체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원도급업체가 부도가 나면 연쇄부도가 나는 것도 바로 다단계도급의 필연적 속성이며, 이는 만국공통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직상 수급업체에게 ‘연대책임’이라는 강력한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강력한 연대책임제도를 법문에 규정하였어도 직상 수급인의 고질적인 도급채무의 불이행과 그로 인한 임금체불은 매년 조 단위에 이릅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 제44조는 더욱 강력하게 제44조의2와 제44조의3 등으로 확장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놀랍게도 이러한 확장에 대하여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아니하고 찬성하였습니다. 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근로기준법 제44조 등이 작동하는 공간은 건설공사입니다. 그러나 민간의 영역에서는 형벌 외에 직접적으로 강제는 어렵습니다. 정부 등 공공부분이 발주하는 관급공사의 경우에는 하도급지킴이(ttps://hado.g2b.go.kr:8105/sc/portal/main.do#none) 는 것을 도입하였습니다. 이것은 노무비는 물론 하도급공사대금을 발주기관이 ‘직접’지급하는 장치입니다. 실무상 노무비청구는 하도급업체가 노무비 청구서를 작성하여 원도급업체에 승인을 요청하고, 원도급업체는 이를 승인한 뒤 발주기관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하도급업체는 하도급지킴이 시스템에 접속하여 노무비 청구서를 작성하고, 원도급업체는 해당 청구서를 승인하거나, 자신의 청구서에 하도급업체의 청구서를 추가하여 발주기관에 제출합니다. 발주기관은 원도급업체가 제출한 청구서를 통해 노무비 지급을 승인하고 처리합니다.


○그런데 하도급업체가 이를 게을리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실은 자신들은 이미 공사대금을 받고서도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지 않는 폐단도 많았습니다. 그리하여 이제는 ‘노무자/자재장비업체 대금지급현황’이라는 메뉴를 하도급지킴이 홈페이지에 개설하여 근로자들이 임금을 직접 받을 수 있도록 장치를 변경하였습니다. 실무상 이 장치가 실효를 거두자 대기업 등에서도 이를 수용하여 실시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44조(도급 사업에 대한 임금 지급) ① 사업이 한 차례 이상의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에 하수급인(下受給人)(도급이 한 차례에 걸쳐 행하여진 경우에는 수급인을 말한다)이 직상(直上) 수급인(도급이 한 차례에 걸쳐 행하여진 경우에는 도급인을 말한다)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그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 다만,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가 그 상위 수급인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발생한 경우에는 그 상위 수급인도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


② 제1항의 귀책사유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4조(수급인의 귀책사유) 법 제44조제2항에 따른 귀책사유 범위는 다음 각호와 같다.


1. 정당한 사유 없이 도급계약에서 정한 도급 금액 지급일에 도급 금액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2. 정당한 사유 없이 도급계약에서 정한 원자재 공급을 늦게 하거나 공급을 하지 아니한 경우


3. 정당한 사유 없이 도급계약의 조건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하수급인이 도급사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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