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그리고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

by 성대진

○유튜브를 보면, 노란봉투법의 내용은 물론 조문도 모르면서 ‘악법’이라 주장하는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확증편향의 적나라한 현실을 보는 것이 씁쓸합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노조에게 유리하다는 시각이 대부분입니다만, 세상사 모두 그렇듯이 유리한 것도 존재하지만 불리한 것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그 결정적 이유가 원청노조와 하청노조의 역학관계에 대한 고려가 없기 때문입니다. 노란봉투법이라는 실정법은 없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 단서가 노란봉투법의 핵심내용입니다. 제2호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라고 규정합니다.

○하청근로자는 형식상 원청근로자와는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원청이 갑이라는 지위에 있기에,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볼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 즉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원청사용자는 대부분 사용자가 아님을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려는 성향을 보입니다. 다음 <기사>에 나오는 ‘AK모터스’의 사례는 사내 하청의 경우입니다. 전형적인 현대자동차의 사례인데, 굳이 가상의 자동차회사를 예로 드는지 의문입니다. 아무튼 사내 하청을 둔 회사는 직접 고용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사내 하청을 이용하는 것인데, 단체교섭절차에서도 직접 교섭하려는 의지가 있을 리는 만무합니다.

○다음 <기사>는 원청과 하청노조만을 상정하면서 1). 교섭분리와 2). 직접교섭에 따른 교섭창구단일화를 설명합니다. 심도있는 내용이기에 눈길을 끕니다. 그런데 옥에 티가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원청노조의 의사도 중요합니다. 실은 중요를 넘어 결정적입니다. ‘AK모터스’의 실제 모습인 현대차원청노조(일명 ‘본조’)에서 단체교섭현장에서 하청노조를 동반한 전례가 없습니다. 한국인의 고질적인 서열나누기가 발현된 것입니다. 과거 ‘인국공 사태’에서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무시하고 차별한 것과 데칼코마니입니다. 양대노총, 즉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모두 정규직 위주로 간부가 선출되고 운영된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에게 살갑게 대하지 않은 것은 나름 꾸준한 전통(?)입니다.

○따라서 <기사>에서 원청노조와 하청노조가 모여서 교섭창구단일화절차를 진행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원청노조가 하청노조와 ‘겸상’을 하는 것은 정규직노조에게 ‘쪽이 팔리는’ 상황이기에, 교섭창구단일화절차는 상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교섭분리만이 현실적으로 운용될 것이 확실합니다. 그런데 현대차의 하청업체는 1차벤더, 2차벤더 등 그 수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들 업체 소속노조는 모두 ‘가오’가 사는 원청업체, 즉 현대차와의 교섭을 고집할 것입니다. 노조의 생명은 명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백 개에 달하는 노조와 일일이 교섭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청노조들 간의 교섭창구단일화절차가 기나긴 세월 동안 펼쳐집니다. 그리고 노노갈등의 헬게이트가 펼쳐집니다. 이쯤 되면 노란봉투법이 과연 하청노조를 위한 제도인지 심각한 갈등상황이 펼쳐집니다. 노란봉투법은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 간 쓰라린 현실을 자각하는 시간이 됩니다. 이문열의 소설 중에서 ‘칼레파 타 칼라’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뜻은 ‘세상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입니다.

<기사>


2026년 3월 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한 직후, 중견 자동차 부품 제조사 AK모터스(가상, 원청 기업)와 해당 공장의 사내 하청 업체 D파트너스 노조 간 첫 교섭 분쟁이 발생할 상황에 놓였다. D파트너스 노조는 원청이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반면 AK모터스는 이를 거부하고, 원청 노조와 함께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라고 요청했다.


이 경우 D파트너스 노조는 노동위에 교섭 단위 분리 신청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하청 노동자와 원청 정규직은 직무·근로형태·고용구조가 다르므로 하나의 교섭 단위로 묶일 수 없다는 근거를 제시하면서다. 노동위는 원청과 하청 노조의 의견을 청취하고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해야 한다. 심의 핵심은 원청이 하청 근로조건에 미치는 지배력 범위에 있다. 노동위는 하청의 작업일정·물량배정·안전관리체계·공정변경 등에 원청이 어느 정도 개입하는지를 집중 조사해야 한다.


https://v.daum.net/v/20251127090915298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의3(교섭단위 결정) ① 제29조의2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여야 하는 단위(이하 “교섭단위”라 한다)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하거나 분리된 교섭단위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노동위원회는 노동관계 당사자의 양쪽 또는 어느 한쪽의 신청을 받아 교섭단위를 분리하거나 분리된 교섭단위를 통합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③ 제2항에 따른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불복절차 및 효력은 제69조와 제70조제2항을 준용한다.


④ 교섭단위를 분리하거나 분리된 교섭단위를 통합하기 위한 신청 및 노동위원회의 결정 기준ㆍ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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