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상 이사의 퇴직연금채권의 양도금지와 압류금지>

by 성대진

○자본주의는 재산의 사유화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사유화의 목적이 된 재산은 또한 자유로운 처분을 인정합니다. 가령, 갑이 점심에 자장면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짬뽕을 먹을 것인가를 갑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르는 것이 자본주의입니다. 같은 이치로 민법이 예정한 재산권의 양대산맥인 채권과 물권의 자유로운 처분도 인정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출발점입니다. 따라서 민법은 제449조 제1항에 ‘채권은 양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채권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43조는 임금의 직접불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중간착취의 폐해를 막기 위함입니다.

○이 원칙에 따라 대법원(대법원 1996. 3. 22. 선고 95다2630 판결)은 ‘근로자가 그 임금채권을 양도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 임금의 지급에 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항(현 제43조)에 정한 임금 직접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 사용자는 직접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안 되고, 그 결과 비록 적법 유효한 양수인이라도 스스로 사용자에 대하여 임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으며, 그러한 법리는 근로자로부터 임금채권을 양도받았거나 그의 추심을 위임받은 자가 사용자의 집행 재산에 대하여 배당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라고 판시하여 임금채권 자체는 양도는 가능하나, 적법 유효한 양수가 발생한 경우라도 직접불의 원칙은 그대로 적용됨을 확인하였습니다. 이것은 일반 금전채권의 경우에 대법원(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1다71699 판결)이 ‘당사자 사이에 양도금지의 특약이 있는 채권이라도 압류 및 전부명령에 따라 이전될 수 있고, 양도금지의 특약이 있는 사실에 관하여 압류채권자가 선의인가 악의인가는 전부명령의 효력에 영향이 없다.’라고 판시한 것과 대조되는 임금채권의 특성입니다.


○얼마 전에 종영된 ‘서울 자가 김 부장’의 경우처럼, 임원이 되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임원이 곧 상법상의 이사는 아니지만, 양자는 겹치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대법원(대법원 2020. 6. 4. 선고 2016다241515, 241522 판결)은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위 규정의 보수에는 연봉, 수당, 상여금 등 명칭을 불문하고 이사의 직무수행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모든 대가가 포함된다. 이는 이사가 자신의 보수와 관련하여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는 폐해를 방지하여 회사와 주주 및 회사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정이다.’라고 판시하여 상법상의 등기이사는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아니므로, 이들이 받는 금전은 임금이 아니라고 판시합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출발합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제7조 제1항은 ‘퇴직연금제도(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급여를 받을 권리는 양도 또는 압류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퇴직연금의 수급권의 양도 등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후불임금의 성격을 지닌 퇴직금의 기능을 관철하기 위한 조항입니다. 대법원이 상법상의 이사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법리를 수용하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이사 등의 퇴직연금 채권에 대해서는 ‘퇴직연금 제도의 급여를 받을 권리’의 양도 금지를 규정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 제1항은 적용되지 않는 것’이 논리필연적일 것(대법원 2018. 5. 30.선고 2015다51968 판결)입니다.


○그런데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4호는 ‘압류금지채권’이라는 제목을 두어 ‘급료ㆍ연금ㆍ봉급ㆍ상여금ㆍ퇴직연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압류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빚쟁이라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생계유지를 위하여 법률이 강행규정으로 둔 규정입니다.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감옥에서는 밥을 먹여주는 그 정신 그대로 아무리 ‘악덕 채무자’라도 밥은 먹고 살게 해주라는 것이 법의 취지입니다. 그래서 위 대법원 판례에서는 ‘퇴직연금이 이사 등의 재직 중의 직무수행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되는 급여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이사 등의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퇴직연금 채권은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 본문이 정하는 ‘퇴직연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의 급여채권’으로서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전쟁포로나 사형수 등 휴머니즘의 극한세계에 이르더라도 먹고 살게 하려는 법률의 취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수급권의 보호) ① 퇴직연금제도(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급여를 받을 권리는 양도 또는 압류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




<민사집행법>

제246조(압류금지채권) ①다음 각호의 채권은 압류하지 못한다.

중략

4. 급료ㆍ연금ㆍ봉급ㆍ상여금ㆍ퇴직연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 다만, 그 금액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최저생계비를 고려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또는 표준적인 가구의 생계비를 고려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각각 당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으로 한다.




<대법원 판결>

회사가 퇴직하는 근로자나 이사 등 임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하여 퇴직연금 제도를 설정하고 은행, 보험회사 등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6조 가 정하는 퇴직연금사업자(이하 ‘퇴직연금사업자’라고만 한다)와 퇴직연금의 운용관리 및 자산관리 업무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였을 때, 재직 중에 위와 같은 퇴직연금에 가입하였다가 퇴직한 이사, 대표이사(이하 ‘이사 등’이라고 한다)는 그러한 퇴직연금사업자를 상대로 퇴직연금 채권을 가진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이사 등의 퇴직연금 채권에 대해서는 ‘퇴직연금 제도의 급여를 받을 권리’의 양도 금지를 규정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 제1항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위와 같은 퇴직연금이 이사 등의 재직 중의 직무수행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되는 급여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이사 등의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퇴직연금 채권은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 본문이 정하는 ‘퇴직연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의 급여채권’으로서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퇴직연금이 이사 등의 재직 중의 직무수행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되는 급여에 해당하는지는 회사가 퇴직연금 제도를 설정한 경위와 그 구체적인 내용, 이와 관련된 회사의 정관이나 이사회, 주주총회 결의의 존부와 그 내용, 이사 등이 회사에서 실질적으로 수행한 직무의 내용과 성격, 지급되는 퇴직연금의 액수가 이사 등이 수행한 직무에 비하여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나 현저히 과다한지, 당해 퇴직연금 이외에 회사가 이사 등에게 퇴직금이나 퇴직위로금 등의 명목으로 재직 중의 직무수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할 급여가 있는지, 퇴직연금사업자 또는 다른 금융기관이 당해 이사 등에게 퇴직연금의 명목으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할 다른 급여의 존부와 그 액수, 그 회사의 다른 임원들이 퇴직금, 퇴직연금 등의 명목으로 수령하는 급여와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8. 5. 30.선고 2015다5196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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