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언론사의 보도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쿠팡에 대한 일련의 부정적 보도입니다. 한국인의 쇼핑문법을 바꿀 정도로 대단한 기업 쿠팡의 문제점을 노정하는 것이 사실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초 고객의 개인정보 차원에서 제기된 문제가 실질적인 오너인 김범수의 청문회 불출석 문제로, 그리고 미국인들의 현지 집단소송 문제로, 나아가 쿠팡 근로자의 과로사와 젠더갈등까지 끊임이 없는 이슈로 국민의 우려를 확대재생산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역외탈세의 문제까지 대두되는 모양입니다.
○쿠팡의 입장에서는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있다.’거나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는 말이 연상될 정도로 불운이 이어집니다. 다음 <기사>는 ‘노무사와 변호사 등 노동 전문가들이 모인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쿠팡이 물류센터 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이용해 숨진 노동자의 행적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한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라고 소개하면서 쿠팡 측의 CCTV 설치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음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일단 CCTV 설치 자체는 쿠팡 측이 인정하고 있는 바이므로, 그것의 위법 여부가 쟁점입니다. CCTV 설치는 근로자의 얼굴을 촬영 및 보관하는 행위이므로, 전형적인 개인정보의 수집행위로서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가 규정하는 ‘정당한’ 수집 및 사용행위에 해당하는가 여부가 관건입니다.
○쿠팡에서 근무하는 ‘쿠팡 근로자들’이란 배달기사 등 외근직을 제외한 내근직으로서, 물류센터 상하차, 포장, 배송 등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는 분들을 의미합니다. 특히 ‘워터’라 불리는 상하차나 물류창고 내에서의 이동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분들이 주요 위법성의 판단 대상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은 수시로 입·퇴사가 발생하므로,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호 소정의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제5호의 ‘정보주체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거나 주소불명 등으로 사전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로서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리고 제6호의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에 해당하는가 여부를 검토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쿠팡 근로자의 경우에는 사업장에서 근무하기에 제5호는 해당 여지가 없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제6호의 해당 여부가 문제됩니다. 대법원(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도1917 판결)은 이와 관련하여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의 구체적인 내용과 성격, 권리가 제한되는 정보주체의 규모, 수집되는 정보의 종류와 범위,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못한 이유, 개인정보처리자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대체가능한 적절한 수단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법리를 전개하면서 ‘CCTV 카메라 중 공장부지 내 주요 시설물에 설치된 16대와 출입구에 설치된 3대의 경우’에 결과적으로 정당한 사유를 부정하여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의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제 쿠팡의 사례로 돌아갑니다. 쿠팡의 물류센터는 물류도난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지만, 도난방지용 텍 등 상대적으로 도난의 위험성은 낮습니다. <기사>에서 본 것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성급하지만, 대법원의 법리를 따르면 위법성을 인정할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한국의 법제상 하급심 법원은 물론 검찰도 대법원의 법리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쿠팡, 그리고 실질적인 오너 김범석에게 이 겨울, 즉 2025년의 겨울은 무척이나 춥습니다.
<기사>
노무사와 변호사 등 노동 전문가들이 모인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쿠팡이 물류센터 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이용해 숨진 노동자의 행적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한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22일 직장갑질119는 논평을 통해 “쿠팡은 씨씨티브이를 통해 촬영한 영상을 당초 설치 목적과 다르게 활용했다”며 이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라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 2020년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심근경색으로 숨진 물류센터 노동자 고 장덕준씨가 과로사했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그가 찍힌 씨씨티브이 영상을 분석해 관련 정보를 수집한 바 있다. 최근 한겨레 보도로 이런 사실이 드러난 뒤 씨씨티브이 설치 목적과 달리 촬영 영상을 활용한 쿠팡 행태를 두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된 터다.
직장갑질119는 “쿠팡과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기업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영상을) 공유, 분석했다는 것은 현장에서 노동자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관한 최소한의 원칙이 이미 무너져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며 “기업들이 이처럼 법 위반을 거리낌 없이 반복할 수 있는 이유는 노동현장에서 개인정보 침해가 외부에 드러나기 어렵고, 감독은 미약하며, 위법행위로 얻는 이익에 비해 법적 책임이 지나치게 가볍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반면 노동자들은 자신의 근무 모습이 언제, 어떤 이유로 수집되고 있으며, 누구에게 전달되어 활용되는지 알지 못한 채 노동감시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고 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82724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개인정보의 수집·이용) ①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그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다.
1.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중략
5. 정보주체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거나 주소불명 등으로 사전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로서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6.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 이 경우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과 상당한 관련이 있고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한다.
<대법원 판례>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에 관한 규정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제한에 대한 근거가 되므로,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수집함에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개인정보 보호법」제15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는 경우가 원칙적인 모습이 되어야 하고, 정보주체의 동의가 없는 개인정보의 수집은 예외적으로만 인정되어야 하므로 그 요건 또한 가급적 엄격히 해석되어야 한다. 따라서 제15조 제1항 제6호의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의 구체적인 내용과 성격, 권리가 제한되는 정보주체의 규모, 수집되는 정보의 종류와 범위,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못한 이유, 개인정보처리자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대체가능한 적절한 수단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CCTV 카메라 중 공장부지 내 주요 시설물에 설치된 16대와 출입구에 설치된 3대의 경우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를 위하여 설치된 것으로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① 다수 근로자들의 직 · 간접적인 근로 현장과 출퇴근 장면을 찍고 있어 권리가 제한되는 정보주체가 다수인 점, ② 직· 간접적인 근로 공간과 출퇴근 장면을 촬영당하는 것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될 수 있는 점, ③ CCTV 설치공사를 시작할 당시 근로자들의 동의가 없었던 점, ④ 이 사건 회사가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주간에는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회사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도191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