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 ‘사관과 신사’ >

An Officer and a Gentleman

by 성대진

고 조선일보 정영일 논설위원은 영화평론으로도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과거 1970년대 KBS 주말의 명화를 소개하면서 종종 했던 멘트 중의 하나가 ‘좋은 영화는 오래 기억이 되는 영화’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의 말이 오리지날인지 아닌지는 불분명하지만, 최소한 오래 되었어도 선명한 기억이 남는 영화라면 좋은 영화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 분류에서 ‘사관과 신사(An Officer and a Gentleman)’는 좋은 영화입니다.


우선 사관과 신사는 제목인 ‘An Officer and a Gentleman’이 정말 ‘사관과 신사’로 번역을 하는 것이 맞냐는 근원적인 물음부터 이 영화는 영화외적으로도 성공한 영화입니다. 주인공 리차드 기어가 사관생도로 보기에는 당시 기준으로도 너무나 늙어 보인다는 비판이 무색할 정도로 제목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학사장교’가 맞다는 것부터, ‘장교와 신사’가 맞다는 것, 그리고 1인에 대한 명칭이므로, ‘An Officer and Gentleman’이 맞다는 것까지 제목에 대한 논쟁이 이 영화처럼 뜨거운 것은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이후로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An Officer and a Gentleman’은 한 사람을 지칭하는 명사로서, ‘신사의 품격을 지닌 장교’라는 의미입니다. 영어의 이 용법은 한국어에도 존재합니다. ‘그는 집에서는 자상한 가장이지만, 직장에서는 성실한 직원이다.’라는 표현처럼 그리 새로울 것이 없는 표현입니다. 한 사람의 직위와 그 성격을 동시에 표현하는 영어의 표기방법입니다. 가령 ‘An Angel and a Wife(=An angel of a woman)’와 같이 한 사람의 지위와 성격을 동시에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신사의 품격을 지닌 장교’라는 의미입니다. 왜 해군 장교를 신사의 품격을 지닌 존재로 제목을 지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다른 영화처럼 그 정답은 영화에 녹아 있습니다. 그리고 조 카커와 제니퍼 원스의 주제가 ‘Up Where We Belong’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lbkD1PQXBs

한국은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군인 비하가 심합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군인, 게다가 장교라면 말이 달라집니다. 북한이 자행한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에서 미국 백악관이 보인 강경한 태도에 혼비백산하여 석고대죄한 당시 북한의 김일성의 태도를 연상하면 됩니다. 미군 장교를 상대로 위해행위를 한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미국의 외교정책입니다. 미국에서 장교는 강인한 체력, 애국심, 그리고 인격을 지닌 존재의 상징입니다. 제목에서 ‘An Officer and a Gentleman’은 ‘An Officer’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A Gentleman’과 같이 인내심과 품격을 지닌 존재로 강한 훈련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실제로 이 영화의 명장면의 하나인 혹독한 훈련을 반복했던 하사관인 교관(루이스 고셋 주니어 분)이 리차드 기어의 임관식에서 경례를 하는 장면은 바로 신사의 품격을 구비한 장교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리차드 기어의 동료인 데이비드 키스(극중 ‘시드 월리’)가 거짓 임신을 고백했던 여자친구의 배신에 실망해서 자살하는 무척이나 거북하고 불편한 장면은 장교가 되기 위해서는 강인한 멘탈도 필요하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훈련교관이 스파르타 훈련을 하면서, ‘왜 너희들이 이런 훈련을 감내하여야 하느냐?’라는 반복된 질문은 단순히 장교에 그치지 않고 강인한 멘탈을 아울러 겸비해야 한다는 것을 은연 중에 비치는 것입니다. ‘사관과 신사’는 극장에서도 화면에 비가 주룩주룩 내릴 정도로 필름을 반복했으며, 방송에서도 반복해서 방영이 되었습니다. 멋진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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