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감성의 추억, Extreme Prejudice>

by 성대진

‘토끼와 거북이 경주’ 우화는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면 당연히 토끼가 이기기에 역발상으로 착안된 반전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우화 말고도 인생살이에는 반전의 상황이 꽤나 많이 발생합니다. 닉 놀테 주연의 ‘Extreme Prejudice’도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는 역발상 상황이 연상되는 장면을 담은 영화입니다. 주연 배우 닉 놀테는 텍사스 주의 보안관(ranger) 잭 밴틴 역으로 등장합니다. 밴틴은 고집스럽게 구식무기 윈체스터 소총과 m1911 권총으로 무장을 고수합니다. 비유하자면, 거북이와 같은 무장입니다.


다음 장면은 밴틴의 고교동창이자 전직 경찰 정보원이었지만, 지금은 마약밀매상이자 보안관의 적으로 변신한 친구 캐쉬 베일리(파워스 부스 분)의 부하와 밴틴이 목장에서 겨루는 총격전(shootout)입니다. 밴틴은 레트로 감성이 묻어나는 구식 총으로 신식무기인 MP5 기관단총과 M16 소총으로 무장한 베일리의 부하를 제압하는 역발상의 상황을 연출합니다. 무기도 중요하지만, 그 무기를 다루는 사람의 실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Y8kGXFYGDw

위 총격전의 배경장소는 목장(ranch)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주유소(gas station)의 주유기도 있습니다. 텍사스 깡촌이라는 의미, 나아가 이 영화 자체가 전형적인 B급 영화임을 명확히 관객에게 설명하는 상황입니다. 주인공의 구식무기부터 배경도 차량도 목장도 그리고 주유소도 B급으로 일관합니다. 그런데 더욱 B급스러운 것은 플롯입니다. 특수부대 요원으로 리더인 폴 해킷(마이클 아이언사이드, 80년대 당시 TV외화 ‘V’에서 우지 기관단총을 멋지게 쏘던 분) 소령이 하사관들을 데리고 좀비팀을 만들어 비밀임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이 무척이나 B급스럽습니다. 그 비밀임무란 것이 마약상 베일리의 마약과 돈을 빼앗아 미국 정부에 인계한다는 내용인데, 마약상을 소탕하는 것은 정규 경찰조직이나 FBI가 수행하면 족한 것이기에, B급을 넘어 허황스럽기까지 합니다. 물론 팀의 리더인 해킷이 베일리의 금전을 탈취하는 총격전 과정에서 모두 사살이 되어 그 허황됨을 날립니다.


아마도 특수부대 요원을 등장시킨 것은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구식무기 소유자 밴틴의 빼어난 총솜씨를 부각하고, 영화의 재미를 돋우려는 의도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이지만, 요즘 말로 짜치는 상황입니다. 1발 쏘고 장전하는 윈체스터 소총으로 자동소총을 제압하는 것은 현실의 총격전에서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비근한 예로 리볼버 권총의 경찰이 자동소총과 자동권총으로 무장한 테레조직에 몰살당한 실제 사례가 미국에서 발생했습니다. 친구의 뇌물 유혹에도 꿈쩍하지 않는 고집스럽고도 강직한 보안관인 주인공을 돋보이는 장치로서도 구식무기가 아이콘으로 사용되었을 수도 있지만, 비현실적인 강조는 역효과를 낳기 마련입니다.

국내 개봉에서는 이 영화의 원제인 ‘Extreme Prejudice’가 아닌 ‘Double Borfer’, 즉 ‘이중 국경’으로 개봉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극단적 편견’이라는 원어가 관객에게 직관적인 이해를 부여하지 못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어 제목을 개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은 원제를 개명한 영화는 꽤나 많습니다. 가령, ‘007 위기일발’로 널리 알려진 007시리즈의 원제는 ‘From Russia With Love’입니다. 위기일발이 뭔가 첩보영화스러운 인상을 강하게 줍니다. 물론 소련이 당시 적성국가라는 고려도 있었고, 일본에서 필름을 수입하면서 일본이 개명하여 상업적으로 성공한 것을 그대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작동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물론 아직까지도 일부 골수 007팬들은 이 뜬금없는 개명에 대하여 성토하기도 합니다. 그 외에 마크 월버그가 열연한 원제가 ‘Shooter’인데, ‘Double Target’으로 개명한 영화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일관하여 강한 상남자 전문배우 닉 놀테가 스토리를 이끌어 갑니다. 닉 놀테는 ‘꼴통’으로 유명한 헐리우드 배우답게 영화에서도 강한 상남자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실제로도 그의 인상이 뭔가 코믹하거나 약한 인물로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48시간’에서 코믹 배우의 대명사인 에디 머피와는 상반된 캐럭터로 열연을 했습니다. 그리고 할리우드의 개성파 명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호흡을 이뤄 호평도 받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던 ‘케이프 피어’에서도 강직한 검사이자 피해자 역의 샘 보든 역으로도 열연했습니다. 닉 놀테는 그의 괴팍한 성격탓인지 결혼도 여러 번 했을 정도로 사생활이 순탄스럽지는 않았고, 연기력에 비하여 작품 제안을 많이 받지 못한 배우로도 유명합니다. 그의 성을 ‘놀테’로 부르는 것은 독일식인데, 실제로도 독일계입니다.

극장 개봉영화답지 않게 이 영화는 흥행에서 폭망을 하고 나서 비디오로 수익을 맞춘 영화입니다. 실제로도 영화 자체가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지만, 구식무기로 활약한 고집스러운 주인공 역할을 네임드 배우인 닉 놀테가 나름 열연을 해서 기억하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재미있어서도 기억이 또렷하지만, 재미가 없어도 기억이 또렷할 수 있다는 점을 바로 이 영화가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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