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의 이 노래 : ‘개구쟁이’>

by 성대진

1970년대말에 록그룹으로 데뷔한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은 2025년 현재에도 가수, 그리고 배우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그 시절 그가 부르거나 만든 노래에 2025년 현재의 팬들이 환호하고 있습니다. ‘천재’라는 소리가 작렬합니다. 그런데 환호하는 2025년의 팬들이라도, 당시에는 대박이 난 노래임에도, 의외로 그리 주목하지 않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 노래 중의 하나가 ‘개구쟁이’입니다. 동요 가사에 록을 입힌, 그야말로 김창완 특유의 실험성이 가득한 노래임에도, 당시에는 대박을 쳤습니다. 실험성과 대중성 모두를 사로잡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김창완의 실험이 더 대단한 것은 그 이후에는 동요 가사에 록을 입히는 실험을 대다수 대중가수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rLGHTPXaxQ

무수히 많은 연예기획사가 매년 무수히 많은 아이돌을 양산해도, 동요를 내세워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경우는 ‘칠공주’의 ‘love song’이 거의 유일한 사례일 정도로, 미성년자가 아이돌이 되어서 성인곡을 부르는 경우는 있어도 동요를 부르는 경우는 아예 없습니다. 어린이들 자체가 줄기도 했지만, 동요는 본질적으로 노래의 대상이 어린이들에 한정되어 팬들의 외연의 확장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린이 배우는 육성이 가능해도 어린이 가수는 스카웃은 물론 육성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김창완의 실험정신이 그 시절에는 쉬웠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 시절에도 아이들이 많기는 했어도 동요를 대중가요로 승화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더군다나 거국적인 트로트시대에!



한국적 록은 서양의 파격적인 헤비메탈은 거의 없습니다. 일단 대중의 정서가 헤비메탈은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상대적으로 라이트 메탈록이 유행을 했습니다. 송골매와 더불어 1980년대를 향유한 산울림의 록이 대표적입니다. 상대적이나마 메탈록에 가까웠던 들국화나 백두산, 그리고 부활도 서양의 헤비메탈에 견주기는 어렵습니다. 산울림은 록으로 일관하기는 했지만, 가벼운 음향과 대중적인 가사로 록에 친숙하지 않은 국민의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개구쟁이’는 록이 바탕이기는 하지만, 가사, 그리고 리듬이 무척이나 경쾌하고 부담이 없습니다. 실은 그것이 산울림, 그리고 김창완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성공방정식입니다.

‘개구쟁이’는 당시 어린이 프로그램의 시그니처 음악으로도 맹활약했습니다. 그 시절에 어린이였던 분들은 당연히 ‘개구쟁이’가 익숙합니다. ‘개구쟁이’의 인기에 힘입었는지 당시 ‘장이’와 ‘쟁이’, 그러니까 ‘욕심장이’와 ‘욕심쟁이’ 중에서 표준말이 어떤 것인가 논쟁이 뜨거웠는데, ‘쟁이’가 승리를 얻었습니다. 물론 당시 최고 권위의 이희승 국어사전에서 ‘쟁이’를 표준어로 지정했던 힘이 절대적이기는 했지만, 대중이 즐겨쓰는 ‘쟁이’가 우세를 점한 것이 배경이었습니다. 그 대중의 선호도에 불을 붙인 것이 ‘개구쟁이’입니다. 당시 교과서에는 ‘장이’가 표준어로 쓰였습니다. ‘읍니다’가 ‘습니다’로 바뀐 것이 대중의 빈번한 사용도가 작동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제 그 시절과 달리 거대한 아파트숲에 사는 어린이들은 놀이터에서 뛰놀기보다는 학원에 가기 바쁘고, 스마트폰 게임에 더 열중합니다. 땅을 박차고 노는 아이들의 숫자도 매년 줄어듭니다. 그래서 더 산울림의 ‘개구쟁이’가 울리는 울림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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