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부터 드라마는 국민의 동반자이자 친구였습니다. 그동안 드라마는 사랑타령 일변도에서 거듭 진화를 하여 다양한 소재로 그 저변을 넓혔습니다. 그러나 드라마가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소재로 묘사하지 못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노인들의 치열한 삼각, 사각관계입니다. 일단 노인들이 주연으로 출연하면 흥미를 잃기 마련이며, 거기에 삼각관계를 그리면 뭔가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청춘스타들이 불뿜는 사랑이 등장해야 시청률이 쭉쭉 오르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노인들도 젊은이들 못지 않게 사랑놀음을 합니다. 노인정에서도 미모의 할머니를 두고 뜨거운 신경전이 벌어지고 환심을 얻기 위한 눈물겨운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몸이 늙는다고 사랑까지 식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쑥스러워서 표현을 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리고 언론과 드라마에서 공론화하지 않아서 관심이 작을 뿐입니다.
그런데 뜨거운 사랑의 주인공은 대부분 ‘예쁜’ 할머니입니다. ‘여자는 나이를 먹어도 여자’라는 말은 뒤집어 말하면 여자는 나이를 먹어도 미모가 관건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무척이나 뜸해졌지만 한때 뜨거운 국민놀이였던 네이버밴드에서 동창회밴드를 비롯하여 각종 혼성밴드가 성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혼성밴드에서 으쌰으쌰 각종 모임이 성행했습니다. 모임에서 가장 뜨거운 눈길을 받은 사람은 단연 미녀였습니다. 동창회밴드는 당연히 학창시절 미녀였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여자는 어려서나 늙어서나 미모가 관건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미팅이건 맞선이건 여자를 소개받는 남자가 가장 먼저 묻는 말은 단연 ‘예쁘냐?’입니다. 천년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 천년 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여자는 재혼, 삼혼을 해도 예쁘면 먹고 들어갑니다. ‘얼굴만 예쁘면 여자냐?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라는 말은 진정 개소리입니다. 현실에서는 예쁘면 장땡입니다!
이렇게 예쁜 여자는 ‘고시 3관왕’처럼 막강한 힘이 있습니다. 여자 연예인 중에서 성형수술로 인생이 달라진 경우는 밤하늘의 별처럼 많습니다. 조연급에서 주연급으로 퀀텀점프를 하면 부와 인기가 차원을 달리합니다. 이효리는 예쁜 여자입니다. 그러나 연예인으로 성공해서 벼락부자가 되었습니다. 미녀가 아닌 비연예인 이효리는 그냥 그런 여자에 불과합니다. 연예인에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미모는 여자의 인생의 90% 정도는 좌우합니다.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예쁜 여자는 나이를 먹든 말든 대접을 받습니다. 그래서 예쁜 여자는 권력을 남용합니다. 요즘 말로 ‘어장관리’라는 얄미운 짓을 하곤 합니다. 구애를 하고 환심을 사려는 남자의 달콤한 맛을 놓치기 싫어서입니다.
남자는 자기의 ‘눈물겨운’ 구애작전이 주효를 했다고 뿌듯하지만, 천만의, 만만의 말씀입니다. 여자는 미모의 권력을 누리고 싶고 실리를 챙길 뿐입니다. 여자가 정착하면 자기는 ‘버려졌다’고 비탄에 젖지만, 처음부터 여자는 자기에게는 그리 관심이 없었습니다. 여기저기 저울질을 하다가 자기는 후순위가 된 것이고 선택받지 못한 인생이 되었을 뿐입니다. 요즘 여초에서 유행하는 ‘도태남’은 본래 뭇 남자들로부터 구애를 받는 미녀의 일부가 어장관리를 하던 남자들 중에서 선택하지 않은 남자를 두고 하던 말임에도 대다수 여자들이 자신이 미녀라고 착각한 나머지 남발하는 단어입니다. 도태남은 본래 미녀만 쓸 수 있는 ‘배타적 단어’입니다. 아무 여자나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닙니다.
이렇게 미녀의 인생을 염두에 두면 본래 도성으로부터 출발해서 나훈아, 그리고 현철까지 리메이크를 했던 ‘사랑의 배신자’의 가사가 달리 보일 것입니다. 뭇남자로부터 인기가 뜨거웠던 여자가 어장관리를 하다가 그냥 자기의 길을 간 나머지 사랑의 배신자로 보이는 것뿐입니다.
얄밉게 떠난 님아 얄밉게 떠난 님아
내 청춘 내 순정을 뺏어 버리고 얄밉게 떠난 님아
더벅머리 사나이에 상처를 주고
너 혼자 미련 없이 떠날 수가 있을까
배신자여 배신자여 사랑의 배신자여
https://www.youtube.com/watch?v=8umG2zL7cSU&list=RD8umG2zL7cSU&start_radio=1
예쁜 여자는 선택권이 컸고, 그저그런 여자는 선택권이 작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여자는 우월한 남자를 원했습니다. 선택권은 갑질을 의미합니다. 일본의 초식남도 따지고 보면, 3고(키, 월급, 학력)를 고수하는 여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남자들이 자포자기하면서 생긴 반작용입니다. 사랑의 배신자는 시대적 배경을 놓고 보면, 남자는 장가를 가야 어른이 된다, 는 시대적 상황이 배경이 된 노래입니다. 지금처럼 연애, 결혼 자체가 자유라는 생각이 보편화 되면 성립되기 어려운 노래입니다. 혼자 자유롭게 살면 굳이 애걸복걸 사랑을 구애하지도 않고 자기만의 세계에서 취미생활을 하면 그만인 것입니다. 을이 되어서 구차하게 사랑을 갈구하는 것도 무척이나 피곤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사랑의 배신자라면서 한탄하는 것보다 자유롭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오히려 보편적인 이대남의 자화상입니다. 연애, 결혼 등을 포기하는 N포세대남의 시각에서 ‘사랑의 배신자’는 생경한 말입니다. 왜 구차한 사랑을 시작해서 배신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가, 하는 근원적 물음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대중가요는 시대상을 담는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명제입니다. 요즘같은 시대에 ‘사랑의 배신자’라는 말 자체가 공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