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22.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코스피지수가 5000을 넘긴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코스피 불장을 만든 공신은 단연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힘입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전통적인 경제문법으로는 어느 기업이 활황인 경우에는 고용이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기업의 현황은 다릅니다. 고용과 성장은 직접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각국의 통계에서 확인이 되었습니다. 이를 두고 고용없는 성장(Growth Without Employment)이라 부릅니다. 불행하게도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고용없는 성장의 예외가 아닙니다. 이 두 기업은 AI와 로봇을 활용하여 고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음 <기사>는 냉정한 현실을 그리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현대차노조에 대한 뉴스가 등장하면 댓글에 저주와 증오를 발산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습니다. 현대차노조가 마치 매국노라도 된 양 혐오와 ‘귀족노조’라는 비난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들이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 그리고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에 대하여 다분히 고의적인 무관심 자체는 비난받을 일이지만, 마냥 비난만 하는 것도 정답은 아닙니다. 현장직 중에서 고연봉 양질의 일자리 중에서 현대차와 견줄만 한 기업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장직은 언제나 저연봉의 고된 3D직종으로 고정하는 것도 고용시장의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육체노동을 하는 블루칼라 직종의 임금이 화이트칼라 직종의 그것을 능가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런데 ‘킹산직’으로 불리던 현대차 생산직군에 거대한 폭풍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틀라스’라 불리는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입니다. 다음 <기사>는 적나라한 현실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미 상용화된 로봇은 인간의 생산성을 능가하면서 꾸준히 그 활용도가 증가합니다. 현대차노조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대차노조를 혐오하는 분들은 아틀라스를 적극 옹호하고 ‘현대차노조 망해라!’라는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응원은 무책임한 것입니다. 현대차노조원 상당수는 부양가족이 있습니다. 이들이 망하면 죄 없는 부양가족은 누가 책임질 것인지 아무런 고려도 없습니다. 그리고 경제는 생산은 물론 소비도 중요한 테마인데, 이들의 소비력 소멸에 대한 고려도 없습니다. 사형수도 밥은 먹게 해주는 것이 한국의 법치임에도 마냥 비난만 하는 것은 정도가 아닙니다.
○여기에서 1970년대를 전후하여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완성한 밀튼 프리드먼의 주장이 떠오릅니다. 그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위대한 경제학자입니다. 극우에 가까운 보수주의자이지만, 그의 주장은 미국의 레이건 정부와 영국의 대처 정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고, 아직도 그의 이론적 기초는 트럼프 정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무튼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프리드먼의 주장 중에서 주목할 것이 있습니다. 시장주의와는 상치될 만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음(陰)의 소득세’ 또는 ‘부(負)의 소득세’로 불리는 ‘negative income tax’의 도입입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일정 수준의 소득을 얻지 못하는 계층에 대하여는 정부가 돈(기본소득)을 직접 주자는 의미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시장에서 낙오된 자는 냉혹한 자연도태의 원칙에 따라 방치하는 것이 시장주의에 충실하지만, 시장을 중시하는 프리드먼이 기본소득을 보장한다는 것은 어색하고 모순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반전이 있습니다. 기준점에 미달한 가구도 소비의 주체입니다. 이들이 주로 담당하는 저임금 하급 일자리도 국민경제의 유지에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계층상승의 사다리를 타야 국민경제에 활력이 솟아납니다. 이들에 대한 사회복지를 없애면 시장경제가 아닌 정글경제로 떨어집니다. 자본주의는 지속성을 전제로 하는데, 지속성이 사라질 우려도 있습니다. 이제 현대차와 아틀라스의 문제로 돌아가 봅니다. 빙그레를 비롯한 대기업, 그리고 막대한 영업이익을 남긴 시중은행이 지속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양질의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축소합니다. 전문직도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타기가 갈수록 어려워집니다. 역설적으로 지금부터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신호입니다.
<기사>
“정년이 5년 남은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현대차 생산직원 A씨는 최근 공개된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본 뒤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고 한다. A씨는 “이미 공장 내 품질검사(QC)·부품이동 등에 로봇팔이나 자동화 기계가 사용되고 있다. 엔진을 제 위치에 올리고 변속기를 끼우는 등 구석구석 사람의 손이 필요한 ‘의장 공정’ 만큼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마저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며 “나는 운 좋게 이대로 퇴직하지만, 후배들은 큰일이다 싶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피지컬 인공지능(AI)의 ‘현장 취업’이 가시화하면서 현대차그룹 내부에선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기술 혁신으로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산업계의 기대와 달리, 생산직 직원들 사이에선 ‘미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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