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그리고 손해배상책임>

by 성대진

○반도체칩(chip)부터 배(ship)까지 완벽하게 만드는 나라는 의외로 전 세계에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한국은 작지만 대단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널리 알려지지 않은 대단한 점도 있습니다. 최근 법원에서 무리한 판결로 비난을 받고 있지만, 실은 실정법과 그 운용에 있어서도 대단한 나라입니다. 외국에서 한국의 재판을 배워갈 정도입니다. 특히 헌법재판제도는 외국에서 주목할 정도로 한국의 법률문화도 선진화가 되었습니다. 중국 법원에서 한국 법원의 판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한 사실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된 배경도 훌륭한 사법제도에 기인한 바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실정법 중에서 아직은 평가유보인 영역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및 76조의3에 규정된 ‘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고질적인 한국의 서열주의 유교문화에서 파생된 갑질로 불리는 상사의 괴롭힘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법률상의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포섭하는 것은 현실에서 많은 문제를 노정합니다. 당장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이 법률 제정 이후 폭증했지만, 실제 처벌된 사례는 극히 일부입니다. 정당한 업무상의 지시임에도 피해자를 자처하는 근로자가 자신의 과오를 상사에게 전가하려는 부당한 행태에 기인한 것도 그 원인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괴롭힘’이라는 단어 자체의 추상성과 막연함이 원인입니다.


○독일과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는 당연히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금지조항이 없습니다. 형벌에 해당하는 행위는 형벌로 다스리고, 그 이외의 행위는 추상적인 불법행위법, 즉 손해배상의 문제로 환원합니다. 말하자면, 직장 내에서 상사가 부하를 괴롭히는 일련의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금지행위로 규율하는 것이 아니라 손해배상의 문제로 간접적으로 규율하는 것입니다. 이들 선진 법제국가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실정법에 담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괴롭힘’이라는 추상성과 모호성 때문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현실적으로 무력한 영역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조사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의 신원과 행위가 노출되는 경우입니다.


○다음 어느 노무사의 칼럼이 그 구체적인 사례를 설명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필연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목격자 등 제3자가 등장할 여지가 상존합니다. 조사과정에서 당연히 피해자가 특정이 되기 십상입니다. 역설적으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발생할 위험이 상존합니다. 특히 은밀한 영역인 성적 괴롭힘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에는 낙인을 찍는 수준일 수도 있습니다. 범죄피해자학에서는 조사자에 의한 낙인효과로 이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의 순기능이 없는가, 라는 의문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조사가 정확하게 이루어지면 가해자는 물론 기업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이 직접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률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의 불법계엄으로 인한 일반 국민의 손해배상(위자료)소송은 현재 법원에 계류중입니다. 그런데 윤석열의 불법계엄 등 실정법 위반은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데 있어 매우 강력한 위법성의 근거가 되지만, 피해자는 법규 위반으로 인해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했음을 증명해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계엄은 널리 국민 일반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특정한 국민에게만 직접적으로 효력이 미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가 및 공공의 안녕질서를 수호하기 위함이 직접적인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실제로도 독일의 경우 타인의 생명 신체 등을 직접적으로 위법하게 가해한 경우에 관하여는 우리민법과 같이 일반적인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단순한 법규위반행위에 관하여는 일반적으로 불법행위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즉, 그가 위반한 규범의 규범목적을 고려하여, 그 규범이 타인(피해자)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법률인 경우에 한하여 법규위반행위에 관하여 불법행위의 성립을 인정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실천적 의의는 가해자에 대하여 ‘금융치료’를 할 수 있는 장치라는 점에 있습니다.

<칼럼>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은 조사에 참여한 사람에게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근로기준법 제116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규정만 놓고 보면 소문이 난 순간 이미 법 위반이 발생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조항의 존재'가 아니라 '조항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는가'입니다.


여기서 쟁점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비밀누설 금지의무가 '조사 참여자 개인에게만 부과되는지', 아니면 '사용자에게도 조사 참여자들의 비밀유지 준수를 감독할 의무까지 포함되는지'가 핵심입니다. 다시 말해, 조사 참여자가 말을 흘렸을 때 그 사람만 과태료 대상이 되는지, 회사도 '관리·감독을 못 했다'는 이유로 묶어서 책임지는지의 문제입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의 문언상, 이는 '조사 참여자'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부여한 규정이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감독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비밀누설 금지의무는 '알게 된 내용을 밖에 말하지 말라'는 의무입니다. 반면 감독의무는 '다른 사람이 말하지 않도록 통제하고 관리하라'는 내용입니다. 둘은 결이 다릅니다. 결국 비밀누설 금지의무는 '자기 행위 통제'이고, 감독의무는 '타인 행위 통제'입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은 조사 과정에서 비밀을 알 수 있는 사람을 열거해 그들에게 직접 의무를 부과하는 구조이지, 사용자에게 '조사 참여자들이 비밀을 지키는지 계속 감시하라'는 구조로 만들어진 조항은 아닙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10/0000133703?sid=101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①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중략


⑦ 제2항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 및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조사와 관련된 내용을 사용자에게 보고하거나 관계 기관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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