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의 갈등>

by 성대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이 말이 법률의 현실적인 적용에도 유감없이 발휘(!)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노란봉투법의 현실적인 적용에도 디테일이라는 이름의 악마가 등장합니다. 노란봉투법의 개념에서부터 악마의 탄생을 예고합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 단서가 그 출발점입니다.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라는 법문이 바로 그 노란봉투법의 핵심 조문 중의 하나입니다. 직접적인 사용자, 즉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도 단협 등의 대상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이 조문의 힘으로 하청노조도 원청노조와 ‘직접’ 단체교섭을 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법문은 원청노조와의 근원적인 노노갈등은 물론 교섭창구단일화절차라는 굴레에 빠지는 함정이 됩니다. 이 법문은 원청기업과 하청기업이라는 형식상 별개의 기업을 마치 하나의 기업처럼 간주하여 단체교섭을 수행하라는 권한을 부여한 것입니다. 이는 외형상 원하청노조 모두에게 ‘공평한’ 단체교섭의 권한을 부여하여 교섭창구단일화절차를 거칠 기회를 주지만, 실제로는 갑이라는 원청기업에 대하여 을이라는 원청노조, 그리고 병이라는 하청노조 간에 끊임이 없는 갈등과 분쟁의 씨앗을 잉태한 조문입니다. 왜냐하면 보통 정규직 중심의 원청노조가 하청노조와 동등한 입지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1987년 노무현 변호사는 대우조선 노동쟁의에서 3자개입금지라는 독소조항으로 구속이 되었고, 그 동료 문재인 변호사와 함께 노동변호사로 활약하는 계기가 됩니다. 그리고 소년공이자 산재노동자 이재명은 훗날 노동변호사가 됩니다. 모두 노동과 직결된 대통령들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일치하여 현재의 노동조합은 강력한 기득권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합니다. 현대차노조를 비롯하여 대기업 생산직노조와 공공부분 노조가 기득권이라는 것은 국민상식 수준입니다. 기득권이라는 것은 실은 사측과 대등하게 단체협상을 체결하여 이익을 관철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단체협상이라는 것의 실질은 ‘기득권’인 정규직노조가 자신의 이익을 관철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은 훼방꾼이 됩니다. 자신의 잔칫상을 나눠주기 싫기 때문입니다.

○현대차 정규직노조를 실례로 듭니다. 현대차 정규직노조는 일관하여 비정규직노조에 싸늘했습니다. 하청노조 따위가, 하면서 냉대를 했습니다. 겸상을 한 전례가 없습니다. 같은 사업장의 비정규직노조에게도 겸상을 거부하고 차가웠던 정규직노조가 하청노조에게 따뜻할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그 유명한 인국공사태 당시 정규직이 비정규직에게 잔인했던 사실을 상기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다음 <기사>는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 간의 갈등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실은 노란봉투법의 출범 당시부터 노노갈등은 예견된 것입니다. 하청노조에게 교섭권을 부여해도 교섭창구단일화절차는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청노조원이 더 많은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원청 정규직노조는 교섭과정에서 기득권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기사> 중에서 ‘전력연맹이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이유는 정규직이 늘어나면 성과급 등 배분 과정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됐다. 회사 측 관계자는 “공기업은 직원을 늘리더라도 수익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규직이 늘어나면 1인당 성과급이 줄고 신규 채용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라는 대목은 원청노조가 노란봉투법을 사실상 반대하는 악마적 요소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디테일이라는 악마는 실은 이권 내지 이익입니다. 노란봉투법은 필연적으로 노노갈등을 품고 있는 악마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사>

한전KPS 정규직 노조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은 1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측의 비정규직 직원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 10일 한전KPS가 발전설비 정비 관련 하도급업체 근로자 600명을 직접 고용하는 내용의 노정 합의서를 공개하자 정규직 노조가 주축인 전력연맹이 공식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전력연맹은 이날 “정부 관료들이 한전KPS 경영진을 강압적으로 압박해 사실상 ‘강제적인 정규직 전환’을 종용했다”며 “정부 스스로 공정 채용 원칙을 무너뜨렸다”고 성토했다. 또 “떼를 써야 들어주는 정부라면 평범한 우리 공기업 직원들도 거리로 나서겠다”며 노정협의체 탈퇴를 선언했다.


전력연맹이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이유는 정규직이 늘어나면 성과급 등 배분 과정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됐다. 회사 측 관계자는 “공기업은 직원을 늘리더라도 수익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규직이 늘어나면 1인당 성과급이 줄고 신규 채용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250177?sid=102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2.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




제29조의2(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①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2개 이상의 노동조합 조합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교섭대표기구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 다만, 제3항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기한 내에 사용자가 이 조에서 정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기로 동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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