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장수를 아시나요?>

by 성대진


식당 중에서 ‘부대찌개 전문점’이 있다. 어떤 것은 ‘원조 부대찌개’라고 광고를 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부대찌개의 유래는 그리 자랑스럽지는 않다. 6.25를 전후하여 미군의 보급품과 미국의 원조물품 중 햄 등 음식물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부대찌개는 실은 한국의 고난의 시절을 상징하는 음식이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미국의 보급품이나 원조물품이 음식에 국한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여기에는 학용품, 주류, 담배, 화장품 등 온갖 잡화가 포함되어 있다.


미제는 똥도 좋다.


그 시절에는 온갖 잡화가 한국에 유통되었다. 그 잡화는 기본적으로 미군이나 그 가족을 전제로 유통이 되었지만, 세상살이는 의도대로 되지 않기 마련이다. 베트남전에서 미군 물품이 민간에서 유통되던 것과 동일한 이치다. 아무튼 미군부대를 중심으로 이들 잡화가 민간에 유통되면서 미제장수가 생겼다. 미제장수란 미군보급품을 한국 민간에 판매한 상인으로 그 자체가 불법유통상인이었다. 지금은 제조업 자체가 붕괴 수준인 미국이 1970년대까지는 최고 수준의 잡화를 만들던 시절이기에, 미제장수가 활동을 한 것이다.


1970년대, 내가 코흘리개 시절에 옆집 후배 엄마가 바로 그 미제장수였다. 후배 엄마는 미제물품을 공짜로 뿌리면서 환심을 샀다. 그러다가 동네 아줌마를 상대로 장사를 했다. 그 시절에 후배네로 미제물품을 사러 가는 동네 아줌마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후배 엄마는 대전 장동의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미제물품을 산 다음에 동네에 되파는 것이었다. 아무튼 문제의 미제장수는 불티가 나도록 팔렸다. 단칸방에 세들어 살던 후배네는 아예 집을 살 정도였다. 후배가 인심을 쓰면서 나에게 줬던 미제 연필은 당시 국산 연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품질이 좋았다. 2026년 현재 미국 내에서조차 미국 제조업 붕괴를 우려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격세지감이라는 말은 이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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