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김선수 전 대법관의 경고>

by 성대진

○문재인 대통령 재임 중인 2020년 6월 ‘인국공 사태’라는 것이 발발했습니다. ‘비정규직 제로’라는 화두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자 일부 수험생을 중심으로 강렬하게 반발하고 정규직 노조를 중심으로 비판의 십자포화가 이어졌습니다. 진보정부의 일이라면 필요 이상으로 비난하는 악습이 체화된 보수언론은 ‘맛있는 먹이감’을 발견하자 신나는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보수언론이 잡은 기회는 보수 야당이 이어서 물었습니다. 마침내 논란 끝에 직접 고용 대신 자회사를 설립하여 고용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시험에 합격하면 평생 철밥통을 안겨줘야 정당한 것인가, 라는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강력한 신분보장은 그 자체로 봉건 신분제와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판·검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 강력한 권력과 동반한 신분보장은 봉건적 특권을 낳기 때문입니다. 현대사회 출범의 단초가 된 1789년 프랑스 대혁명에서 성난 민중이 돌격한 것은 귀족의 상징이었던 파리고등법원이었습니다. 공정을 내세운 세속 법관들이 특혜와 권세를 누리는 것에 민중의 분노가 폭발하여 시작된 것입니다. 정규직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정규직도 정규직이 될 수 있는 성취동기를 부여하여야 비정규직의 업무효율성을 증진할 수 있고, 정규직도 제재장치가 있어야 긴장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규직 중심 기업이 직면할 가장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정규직의 집단이기주의 발호하여 ‘위험의 외주화’가 급진전된다는 것입니다. 인국공과 같이 어려운 입사시험을 통과한 정규직은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 천룡인으로 생각하면서 위험한 일, 허드렛일은 외주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각종 공사나 관공서, 그리고 공공기관의 위험한 일은 거의 대부분 외주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비용절감이라는 명분도 쌓으면서 위험의 외주화는 확대재생산 됩니다. 구의역 김군 사건, 서부발전 김용균의 비극 등은 모두 비정규직의 비극이자 위험의 외주화의 산물입니다.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위험의 외주화를 비판하지만, 그 위험을 기존의 정규직이 수행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한 적이 없습니다. 양대 노총이 진정 노동자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만을 위한다는 비판은 이제 식상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노동의 양극화, 그리고 이에 따른 위험의 외주화가 진척된 상황에서 진보 법률가의 대명사인 전직 대법관 김선수 씨가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비판을 정면으로 제기하였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는 실은 국민상식 수준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정작 유력 정치인들은 물론 전현직 고위 인사들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적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힘쎈 정규직과 맞물린 위험의 외주화라는 화두는 우리 사회의 기득권의 집합소와 같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실정법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의 개념, 그리고 도급업체의 책임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위험의 외주화 자체는 규정하고 있지 아니합니다. 신자유주의의 바람을 타고 기업조직의 유연성과 효율성 제고 등을 모토로 한 기업조직의 개혁은 마르고 닳도록 이슈가 되지만, 정작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김선수 전 대법관의 강렬한 메시지는 현실에서 구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그의 메시지 중에서 ‘원청 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 정신을 발휘하고’라는 부분이 특히 그렇습니다. ‘인국공 사태’는 정규직의 조직이기주의가 얼마나 강력한가를 보여주는 슬픈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당장 양대 노총이 반세기 넘게 정규직 중심의 활동을 하는 것이 그 실례입니다. 위험의 외주화는 정치권에서 압박을 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기사>

“하청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고용구조를 바꾸는 게 불공정을 개선하는 것이다. 원청 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 정신을 발휘하고,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국무총리 산하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김충현 협의체) 위원장을 맡았던 김선수 전 대법관(사법연수원 석좌교수)은 지난 24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한겨레와 만나 발전소 2차 하청노동자를 한전케이피에스(KPS)가 직접고용하도록 합의한 것을 두고 정규직 노동자들이 ‘불공정’, ‘역차별’이라며 반발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김 전 대법관은 “(발전소에서) 원청과 하청이 조를 짜 함께 일하면서 위험한 업무를 주로 하청노동자가 맡았다”며 “하청노동자를 직접 고용해 ‘위험의 외주화’와 다단계 하청 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산업재해 사망률을 낮추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정 담론을 방패 삼아 더 취약한 집단을 희생시키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93498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산업재해”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ㆍ설비ㆍ원재료ㆍ가스ㆍ증기ㆍ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말한다.


2. “중대재해”란 산업재해 중 사망 등 재해 정도가 심하거나 다수의 재해자가 발생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재해를 말한다.


중략


6. “도급”이란 명칭에 관계없이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을 말한다.


7. “도급인”이란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를 말한다. 다만, 건설공사발주자는 제외한다.


8. “수급인”이란 도급인으로부터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받은 사업주를 말한다.


9. “관계수급인”이란 도급이 여러 단계에 걸쳐 체결된 경우에 각 단계별로 도급받은 사업주 전부를 말한다.


제63조(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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