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의 시행과 근원적 문제점>

by 성대진


평양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

○노란봉투법을 시행하면서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 사업주에게 단체교섭의 요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근원적 문제점이 발생했습니다.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노조를 만들지 여부는 물론 만들어도 원청업체에 교섭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자유라는 점입니다. 그동안은 하청업체 근로자에 원청업체가 실질적 지배력을 구비하고 있는가, 즉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에 대하여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말하자면, 원청 사업체가 하청 노조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강제로 응하여야 하는데, 그 근로자의 범위에 대한 논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냉정합니다. 하청 근로자가 노조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원청에 대하여 ‘실질적 지배력’이 존재한다면서 어렵고도 힘든 투쟁을 거쳐야 합니다. 왜냐하면 원청업체가 막바로 하청업체 노조와 단체교섭을 순순히 응할 리는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다음 <기사>는 다음 달 10일 시행 예정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령 개정안과 해석 지침이 최종 확정됐음에도 시행령과 지침이 나왔지만 어떤 하청 업체가 교섭 대상이 되는지 여전히 알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점을 설명합니다.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문구는 엄청나게 많은 자료와 실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문구입니다. 하청 노조는 법률상의 장벽을 넘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시간과 돈이 소요됩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그 전제는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할지 여부가 자유라는 점입니다. 노조가 변호사, 노무사 비용을 감내하고 노동위원회, 법원을 거치면서 단체교섭을 행하기까지는 고난의 행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원청업체가 순순히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을 것이 명백하기에 사실상 하청 노조는 거액을 감당해야 하는 것입니다. ‘본전 생각’이 나는 순간입니다. 이제는 1980년대가 아닙니다. 무작정 투쟁 일변도만으로는 노조를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조에게 원청업체를 상대할 엄청난 무기를 줬지만, 그 무기를 획득하기 위하여는 돈이 필요합니다. 마치 리니지 게임에서 ‘집행검’이 ‘집판검’으로 둔갑하는 순간과 같습니다.


○법률용어는 기본적으로 추상적이어야 합니다. 다양한 사안에 대하여 적용을 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추상성은 분쟁을 낳습니다. 추상적인 법조문으로 인하여 로마시대 이후로 무수히 많은 법률분쟁을 낳았습니다. ‘실질적 지배력’은 외견상 명확해 보일 수 있습니다만, 갈등과 송사를 내포하는 문구입니다. 차라리 하청 노조에게는 단체교섭을 포기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평양 감사를 실제로 하려면 엄청난 내공과 실무능력이 필요한 것처럼, 하청 노조의 노란봉투법의 수혜는 머나먼 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양 감사 자리를 포기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기사>

다음 달 10일 시행 예정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령 개정안과 해석 지침이 최종 확정됐다. 고용노동부는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의 교섭 절차 등을 담은 노란봉투법 시행령 개정안이 24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시행령을 한 차례 수정해 재입법예고하고 해석 지침에 문구를 추가하는 등 개정 작업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했다.


시행령과 지침의 핵심은 ‘노사 간 교섭 대상’이다. 노란봉투법의 입법 취지가 원청 업체와 하청 노조 간 교섭을 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행령과 지침도 교섭 가능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컨대 노동부는 지침에서 “산업안전보건체계 전반을 실질적으로 지배·통제하는 경우에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청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만 해도 원청 업체가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정부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법 시행 이후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 노무 관계자는 “시행령과 지침이 나왔지만 어떤 하청 업체가 교섭 대상이 되는지 여전히 알기 어렵다”고 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960910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2.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원조 사회보장국 영국의 쇠락, 그리고 사회보장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