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마지노선과 지방발령>

by 성대진


○고려 무신정권 시절 이의민을 필두로 하극상의 난이 발발하자 노비들의 난이 이어졌습니다. 망이, 망소이의 난도 유명하지만, 최충헌의 노비 만적의 난은 삼한을 동요하게 하였습니다. 특히 진(秦) 말기 진승의 난에서 유명해진 왕후장상 영유종호(王侯將相寧有種乎,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구호를 끄집어내서 일약 삼한에서 세를 불렸고 고려말 신분제 동요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컴퓨터로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미라의 DNA시료를 분석하면 유전자는 모두 동일합니다. 왕후나 장상이라고 하여 노비나 머슴과 크게 다를 바는 없습니다. 그런데 근자에 각종 커뮤니티를 보면 특정 지역을 비롯하여 비하나 조롱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수도권은 지방을, 서울은 수도권과 지방을, 같은 서울에서는 강남에서 비강남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것이 하나의 놀이가 되었습니다. 특히 ‘민도’라는 자의적인 말로 아무런 죄의식이 없이 타 지역과 그 지역민의 비하를 일삼고 있습니다. 그 지역비하의 언어 중에서 취업에 파생된 말이 ‘취업남방한계선’ 또는 ‘취업마지노선’입니다. 작물재배의 남방한계선을 패러디한 것으로 판교나 용인까지만 취업을 하고 그 이남은 취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말까지 유행이 되고 있습니다. 무책임하게도 일부 언론은 그 말을 기사에 버젓이 소개하면서 지방비하를 자행합니다. 정론으로 사회를 인도하여야 할 언론이 지방비하에 앞장서는 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당위(sollen)의 문제입니다. 현실(Sein)은 당위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취업은 유능한 인력이 지원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가 인정을 받는 것은 탑클래스 선수들이 뛰어서입니다. 우리사회에서 엘리트 인력들은 판교 이남에는 취업을 기피하는 것이 엄연한 사실입니다. 취업 자체를 기피하거니와 취업을 해도 곧바로 이직을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화인프라, 그리고 서울집값은 공무원들도 서울에 집착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취업과 재직 중의 전보는 외형상 다르기는 하지만, ‘지방기피’라는 점에서는 동질적입니다. 근무지 이전명령에 대한 송사는 부지기수입니다만, 지방에서 서울로 전보명령을 받은 것에 대한 소송은 전무한 반면, 서울에서 지방으로 전보명령을 내리면 직원은 퇴사를 하거나 소송전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방기피를 무작정 비난만 할 것은 아니지만, 마냥 옹호하기도 어렵습니다.


○부당전보를 심판하는 판사들도 압도적으로 서울 근무를 선호합니다. 부당전보에 대한 판결은 어쩌면 판사들 자신에 대한 목소리가 아닐까 합니다. 대법원(대법원 1995. 2. 17.선고 94누7959 판결)은 전보명령이 인사권의 전형이라는 점에서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는 피용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와 내용 또는 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피용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지만 그것이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부당전보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라고 원칙을 세웠습니다. 부당전보명령취소소송의 승소가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들의 생활상 불이익을 형량하여 후자의 중요성이 크면 부당전보라 판시하였습니다. 그리고 보조적으로 인사관리면에서 그 전보대상자의 선정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제시한 생활상 불이익이라는 의미는 실은 재고할 여지가 있습니다. 전보명령은 해외발령도 가능한 상황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방발령은 생활상 불이익이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해외발령도 가능한데, 지방발령은 부당하다는 논거는 뭔가 궁색합니다. 부당전보는 생활상 불이익이라는 요소에 더하여 보복인사라던가 아니면 징계성 전보라는 부수적 사정이 존재하여야 성립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법원 판례>

가.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는 피용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와 내용 또는 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피용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지만 그것이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부당전보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


나. 근로자들에 대한 전보명령이 업무상 필요성이 그다지 크지 않은 데 비하여 근로자들이 출퇴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곤란한 등 근로자들에게 큰 생활상 불이익을 주며, 인사관리면에서 그 전보대상자의 선정도 적절하다고 할 수 없고, 또 사용자가 그 근로자들의 방송 인터뷰 및 평소의 노조활동등으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가 근로자들의 동의를 구한 바 없이 공휴일에 형식적인 제청절차만을 거쳐 전보명령을 행한 것이라면, 사용자가 한 근로자들에 대한 전보명령은 인사에 관한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 위반된 부당전보(이다).


(대법원 1995. 2. 17.선고 94누795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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