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 중 중간정산 퇴직금과 연 20%의 지연이율>

by 성대진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은 그 내용보다 가혹한 이자와 담보물에 대한 사회적, 법률적 쟁점이 더 유명합니다. 정상적인 이자라면 후세의 논쟁이 될 여지가 없습니다. 실은 그 이전에 문학작품의 소재 자체가 되기 어렵습니다. 고리의 이자였기에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논쟁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고리는 전 세계적으로 무수히 많은 폐해를 낳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자제한법 등의 법정이자율을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였습니다. 고리는 무수히 많은 폐해를 준다는 역사적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이자율이 너무 낮으면 경제적으로는 물론 각종 법적 제재에서 무의미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자율은 야누스와 같은 면이 있습니다.


○각종 법률에서 고리의 이자율을 규정하는데, 근로기준법은 제37조에 고리의 이자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연이자율을 높여서 사용자에게 금전지급의 확실성을 담보하기 위함입니다. 구체적으로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7조는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의 규정을 받아 연 20%의 고리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을 종합하면, 금품청산(제36조)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에 따른 퇴직급여, 그리고 정액불의 원칙(제43조)에 따른 임금의 지연이자율이 20%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임금의 지급방법으로 퇴직급여법은 중간정산이라는 것을 규정합니다. 퇴직금 중간정산은 그 실질이 퇴직금 가불로서 과거에 근로자들의 생활보장에 장애가 된다는 비판을 받아 현재는 주택구입 등에 그 사유를 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경제적 동기는 사법상 법률행위의 효력을 제한할 수 없습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3. 3. 12. 선고 2025다214123 판결)는 고리의 지연이자율을 규정한 근로기준법령이 퇴직금 중간정산에도 미치는가 여부가 쟁점입니다. 이 사안은 전현직 근로자들인 원고들이 통상임금 및 평균임금 누락 등을 이유로 법정수당 및 퇴직금(중간정산 퇴직금)의 차액을 구하면서 퇴직한 근로자뿐만 아니라 재직 중 근로자의 중간정산 퇴직금에 대해서도 구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구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7조가 정한 연 20%의 지연손해금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원심은,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 발생하는 퇴직금과 달리 근로자가 재직 중에 중간정산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중간정산 퇴직금에 대해서는 구 근로기준법 제37조의 지연손해금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원심 판결 선고일 다음 날부터 근로기준법상 연 20%가 아닌 소속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인정하였는데, 원고들이 이에 불복하여 상고한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그 핵심적 이유는 ‘퇴직급여법은 중간정산 퇴직금에 대하여는 퇴직금 등과 달리 14일 이내의 청산의무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았고, 구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이 중간정산 퇴직금에 대하여 그와 같은 청산의무를 새로이 창설하는 취지의 규정이라고 볼 수도 없다. 중간정산 퇴직금은 주택구입 등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근로자와 사용자의 중간정산 합의에 따라 지급되는데, 그 지연 지급을 사유로 경제적 제재를 가한다면, 사용자가 근로자의 중간정산 요구를 승낙할 유인을 약화시켜 퇴직금 중간정산제도의 실효성을 저해할 우려도 있다.’라는 것입니다.

○뭐든 그렇지만 이떠한 사안의 결과는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면 이해가 빠릅니다. 퇴직금 중간정산은 그 실질이 퇴직금의 가불입니다. 퇴직급여법은 원칙적으로 중간정산을 금지합니다. 그리고 퇴직금 중간정산의 수용여부는 사용자의 동의에 달려 있습니다. 사용자는 퇴직금 중간정산을 수용할 법적 의무가 없습니다. 그런데 일단 수용을 해서 중간정산의무가 발생하면 사용자는 필사적으로 중간정산자금을 마련해야 합니다. 상당수의 기업은 운전자금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기에, 차라리 중간정산 수용을 거부해서 퇴직금 중간정산을 원천차단하려는 경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의 행간의 의미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근로기준법>

제37조(미지급 임금에 대한 지연이자) ①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각 호에 따른 날까지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그 다음 날부터 지급하는 날까지의 지연 일수에 대하여 연 100분의 40 이내의 범위에서 「은행법」에 따른 은행이 적용하는 연체금리 등 경제 여건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에 따른 지연이자를 지급하여야 한다.


1. 제36조에 따라 지급하여야 하는 임금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조제5호에 따른 급여(일시금만 해당된다):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이 되는 날


2. 제43조에 따라 지급하여야 하는 임금: 제43조제2항에 따라 정하는 날


② 사용자가 제1항제2호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지연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 이후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 해당 임금에 대한 지연이자는 제1항제2호에 따른 날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③ 제1항은 사용자가 천재ㆍ사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따라 임금 지급을 지연하는 경우 그 사유가 존속하는 기간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7조(미지급 임금에 대한 지연이자의 이율) 법 제37조제1항 각 호 외의 부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이란 연 100분의 20을 말한다.




<대법원 판례>


구 근로기준법(2024. 10. 22. 법률 제205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7조 제1항, 구 근로기준법 시행령(2025. 4. 8. 대통령령 제354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7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제36조에 따라 지급하여야 하는 임금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라 한다) 제2조 제5호에 따른 급여(일시금만 해당된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그다음 날부터 지급하는 날까지의 지연일수에 대하여 연 20%의 비율에 의한 지연이자를 지급하여야 함이 원칙이다.


위 각 규정은 근로기준법 제36조에 따라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 지급되어야 하는 임금 및 퇴직급여법 제2조 제5호에 따른 급여 중 퇴직급여제도에 의하여 지급되는 일시금에 적용된다. 그런데 퇴직급여제도는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 제36조와 같이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한 제도인 점(근로기준법 제34조, 퇴직급여법 제4조 제1항)을 감안하면, 퇴직급여법 제8조 제2항에 따라 근로자의 퇴직 전에 지급되는 중간정산 퇴직금이 구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의 적용대상인 퇴직급여제도에 의하여 지급되는 일시금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위 각 규정은 근로자의 퇴직 등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될 경우 사용자가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및 퇴직금 등 퇴직급여제도에 따른 일시금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근로기준법 제36조, 퇴직급여법 제9조 제1항, 제17조 제2항, 제3항), 그 청산의무를 불이행한 사용자에 대하여 경제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해당 의무의 이행을 유도함에 취지가 있다. 그런데 퇴직급여법은 중간정산 퇴직금에 대하여는 퇴직금 등과 달리 14일 이내의 청산의무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았고, 구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이 중간정산 퇴직금에 대하여 그와 같은 청산의무를 새로이 창설하는 취지의 규정이라고 볼 수도 없다. 중간정산 퇴직금은 주택구입 등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근로자와 사용자의 중간정산 합의에 따라 지급되는데, 그 지연 지급을 사유로 경제적 제재를 가한다면, 사용자가 근로자의 중간정산 요구를 승낙할 유인을 약화시켜 퇴직금 중간정산제도의 실효성을 저해할 우려도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근로자의 재직 중 지급되는 중간정산 퇴직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계산할 때에는 구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구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7조는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23. 3. 12. 선고 2025다21412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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