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법상 미지급 장해급여의 상속여부>

by 성대진


○법률전문가라는 분들도 종종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상 유족급여순위와 민법상 상속순위를 혼동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민법상 상속인은 생계여부와 관계없이 상속순위가 인정되지만, 산재법상 유족순위는 ‘생계를 같이하는 경우’에만 인정이 됩니다(산재법 제63조 제1항). 그래서 양자를 종종 혼동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유족순위와 상속순위가 전혀 무관할 수는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유족급여와 같은 산재보험급여는 궁극적으로 재산권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6. 3. 12. 선고 2024두39189판결)이 바로 산재보험급여와 상속에 대한 문제입니다.


○사안은 망 A는 진폐증으로 진단받고 요양하던 중 사망한 근로자이고, 망 B는 망 A가 사망할 당시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배우자로 산재법상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자인 선순위 유족입니다. 위 망인들의 자녀인 원고들은 피고에게 ‘망 B가 망 A의 선순위 유족으로서 받을 수 있었던 미지급 장해급여’를 청구하여 이를 지급받았는데, 이후 피고가 원고들에게 ‘망 B의 사망으로 망 A에 대한 미지급 장해급여가 소멸하였다’며 부당이득징수결정을 하자(‘이 사건 처분’), 이에 원고들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청구한 사안입니다. 결국 근로자가 산재급여의 하나인 장해급여의 지급요건에 해당하여 장해급여의 수급권자가 되었으나 이를 청구하지 못한 채 사망하였고, 미지급 보험급여에 관한 산재보험법령 조항에 따라 위 미지급 장해급여의 수급권자로 결정된 선순위 유족마저 사망한 경우, 재산권의 상속에 관한 일반법인 민법이 적용되어 그 유족의 상속인에게 수급권이 상속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것입니다.


○원심은 물론 대법원도 망 B가 망 A에게 지급되지 않은 미지급 장해급여의 수급권을 승계하였고, 망 B가 사망함으로써 원고들이 민법에 따라 위 미지급 장해급여 수급권을 상속하여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망 B의 사망으로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이 소멸하였다는 전제 아래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현재 갈등관계에 있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인용한 대목입니다. 헌법재판소는 ‘경제적․재산적 가치가 있는 공법상 권리로서 헌법상 재산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 수급권 중 장해급여와 같은 급여는 손해배상 또는 손실보상적 성격을 갖고 있어 재산권적인 보호의 필요성은 강한 반면, 사회보장적 성격은 상대적으로 약하다(헌법재판소 2023. 10. 26. 선고 2020헌바310 결정 참조).’라고 판시하였는바, 대법원이 핵심 논거로 이를 수용하였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3조(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의 범위) ① 유족보상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하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라 한다)은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그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유족(그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으로서 외국에서 거주하고 있던 유족은 제외한다) 중 배우자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한다. 이 경우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유족의 판단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1. 부모 또는 조부모로서 각각 60세 이상인 사람


2. 자녀로서 25세 미만인 사람


2의2. 손자녀로서 25세 미만인 사람


3. 형제자매로서 19세 미만이거나 60세 이상인 사람


4.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자녀ㆍ부모ㆍ손자녀ㆍ조부모 또는 형제자매로서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장애인 중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 장애 정도에 해당하는 사람


② 제1항을 적용할 때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태아(胎兒)였던 자녀가 출생한 경우에는 출생한 때부터 장래에 향하여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그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유족으로 본다.


③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 중 유족보상연금을 받을 권리의 순위는 배우자ㆍ자녀ㆍ부모ㆍ손자녀ㆍ조부모 및 형제자매의 순서로 한다.




<대법원 판례>


헌법상 재산권 보장의 원칙과 관련 규정의 내용, 미지급 보험급여 제도의 입법 목적 및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근로자가 산재보험법상 장해급여의 지급요건에 해당하여 장해급여를 받을 수 있는 수급권자가 되었으나 이를 청구하지 못한 채 사망하였고, 미지급 보험급여에 관한 산재보험법령 조항에 따라 이러한 미지급 장해급여의 수급권자로 결정된 선순위 유족마저 사망한 경우, 재산권의 상속에 관한 일반법인 민법이 적용되어 그 유족의 상속인에게 미지급 장해급여의 수급권이 상속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경제적․재산적 가치가 있는 공법상 권리로서 헌법상 재산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 수급권 중 장해급여와 같은 급여는 손해배상 또는 손실보상적 성격을 갖고 있어 재산권적인 보호의 필요성은 강한 반면, 사회보장적 성격은 상대적으로 약하다(헌법재판소 2023. 10. 26. 선고 2020헌바310 결정 참조).


나. 미지급 장해급여 수급권은 이미 장해급여의 지급요건을 충족하여 발생한 권리의 청구 또는 지급이 지연된 상태에서 그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로서 재산권적인 보호의 필요성이 특히 강하므로, 상속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상속성을 부정하는 것은 헌법상 재산권 보장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다. 산재보험법이 제58조 제1호에서 장해보상연금의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 그 수급권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64조 제1항 제1호에서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인 유족이 사망한 경우 그 자격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장래에 향하여 정기적․계속적으로 지급되는 연금 형태의 보험급여 수급권에 관한 것으로서 이미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을 충족하여 발생한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과 그 법적 성질이 같다고 볼 수 없다.


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77조가 산재보험법 제65조의 각 항 중 제3항만을 준용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상위법의 구체적 위임에 따른 것이 아니어서 수급권의 소멸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산재보험법 제81조 제1항의 괄호 부분에서 미지급 ‘유족급여’의 경우에 한정하여 ‘그 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는 다른 유족’의 청구에 따라 이를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유족에 대한 일시금 형태 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 다른 유족에게 그 수급권을 이전시키는 규정인 산재보험법 제65조 제3항을 준용한 경우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상황이 되는 점을 고려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유족급여를 제외한 나머지 종류의 미지급 보험급여에 관하여 그 수급권자인 유족이 사망한 경우에는 상속에 관한 일반법인 민법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라. 미지급 장해급여 수급권이 그 수급권자로 결정된 선순위 유족이 사망함과 함께 그대로 소멸한다고 해석할 경우, 미지급 장해급여 수급권의 지급 지연에 따라 그 수급권자인 유족에 대한 생활보장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채무가 그 상속인들에게 상속될 수 있는 것과 균형이 맞지 않아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미지급 장해급여 수급권을 선순위 유족의 상속인에게 민법상 상속 규정에 따라 상속시킨다고 하더라도 산재보험법령의 입법 취지 등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26. 3. 12. 선고 2024두39189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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