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부담금의 손금산입 여부>

by 성대진

내게 그런 핑계대지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김건모의 전설적인 히트곡 ‘핑계’의 시작부분입니다. 김건모의 ‘핑계’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한자성어를 유행가에 담아서 또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살다보면 어쩌다가 남의 사정도 인식하기는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중심적(Ego-Centric)이기 때문에 타인의 사정을 알고도 때로는 모르고 자기의 사정만 고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잊는 경향이 있는 것은 단지 속담만의 교훈이 아니라고 봅니다.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농부 출신, 그리고 부두 노동자 출신임을 자부하던 현대의 정주영 창업주도 막상 자본가이자 사용자가 되어 보니 생각이 달라짐을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근로자 시절에는 임금 인상에 벌벌 떠는 사용자가 짜증나기도 하지만, 막상 상당수 근로자가 정년퇴직, 자발적 이직 등으로 퇴직하여 사용자가 되면, 매월 당연하게 받던 임금을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절절이 자각하게 됩니다. 일상의 시각에서만 다른 것이 아닙니다. 임금은 회계학상으로는 기업의 비용입니다. 근로자의 시각에서는 근로소득이 되지만, 기업의 시각에서는 매월 고정적으로 지출하여야 하는 비용이 됩니다. 그래서 명칭도 인건비라 합니다. 임금과 같이 기업의 시각에서 지출하는 금전을 손금이라 합니다. 그 반대는 익금이라 하는데, 사업수익 등 수익활동을 통해 얻는 금전이 바로 그것입니다. 익금과 손금은 당연히 법인세법에서도 그 개념이 활용됩니다. 익금과 손금은 법인세법상 법인의 순자산을 증가(익금) 또는 감소(손금)시키는 거래로, 기업회계상의 수익/비용과 차이를 조정하는 회계 개념입니다. 익금은 수익을, 손금은 비용(매출원가, 인건비 등)을 의미하며, 이를 기반으로 법인세 소득금액을 확정합니다.


○익금이나 손금은 기본적으로 합법적인 활동을 전제로 합니다. 기업의 위법활동으로 인한 비용을 손금으로 처리하면 위법활동을 회계학적으로 도움을 주는 기이한 결과가 됩니다. 가령, 범죄행위로 인한 벌금이나 과태료를 손금으로 처리하면 위법활동을 오히려 장려하는 결과가 됩니다. 그래서 법인세법은 손금불산입 대상으로 ‘법령에 따른 의무의 불이행 또는 금지・제한 등의 위반에 대한 제재로서 부과되는 공과금’을 규정합니다.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6. 3. 12. 선고 2025두35058 판결)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촉진법)’이 법정장애인 고용의무를 불이행하여 사업주가 부과받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손금불산입에 해당하는 금전인가에 대한 쟁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실무상 규모가 큰 사업장의 경우에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꽤나 많습니다. 그리하여 기업의 시각에서는 이것이 준조세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사안은 원고들이 구 장애인고용법에 따른 장애인 고용의무를 불이행하여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한 후 이를 손금에 산입하지 않고 법인세 신고․납부를 하였다가, 다시 위 부담금이 손금에 산입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법인세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들이 이를 거부하자, 각 거부처분의 취소를 청구한 사안입니다. 원심은 물론 대법원도 위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구 법인세법 제21조 제5호가 정한 ‘법령에 따른 의무 불이행에 대한 제재로서 부과된 공과금’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들의 각 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구 장애인고용법 등의 문언 및 내용과 더불어, 장애인 고용부담금의 목적 및 성격 등을 종합하면,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사업주가 구 장애인고용법 제28조 제1항에 따른 장애인 고용의무를 불이행한 것을 이유로 부과되는 공과금에는 해당하지만, 더 나아가 ‘제재로서 부과되는 공과금’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어 결과적으로 구 법인세법 제21조 제5호가 손금불산입 대상으로 정한 ‘법령에 따른 의무의 불이행에 대한 제재로서 부과되는 공과금’이라고는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는데, 핵심 논거가 헌법재판소가 판단한 ‘유도적, 조정적 특별부담금’이라는 성격을 들었습니다. 법률을 떠나 상식적으로도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이 범죄행위나 벌과금을 부과받는 반사회질서 위반행위는 아닙니다. 대법원 판결이 타당합니다.

<대법원 판결>

1) 공과금은 기본적으로 사업경비로서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므로 손금에 산입되어야 함이 원칙이고, 과거 법인세법 시행령에서 손금에 산입되는 공과금을 제한적으로 열거하였던 것이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계기로 법인세법령에서 손금불산입하는 공과금을 별도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결과적으로 손금에 산입되는 공과금의 범위가 확대되어 오늘날에 이르게 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어느 공과금이 구 법인세법 제21조 제5호에서 정한 손금불산입 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여부는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2) 장애인 고용부담금제도는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하회하는 사업주로부터 기금을 납부받아 의무고용률을 초과하여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에게 고용장려금을 지급함으로써 사업주 간의 장애인고용에 수반되는 경제적 부담을 나누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서, 이상적으로는 장애인 고용의무가 완벽하게 지켜져서 부담금을 징수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여전히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재정적인 목적보다는 고용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의 고용촉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유도적․조정적 (특별)부담금’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헌법재판소 2003. 7. 24. 선고 2001헌바96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와 같이 보는 이상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본질적으로 사업주의 사업이나 자산의 존재, 거래 등의 행위에 수반되어 발생하는 사업경비로서의 속성을 지닌다고 볼 수밖에 없다.


3) 기본적으로 의무 불이행에 대한 ‘제재’로서 부과되는 대표적인 경우인 벌금 및 과태료는 고의 또는 과실이라는 책임 요건의 존재를 그 부과요건으로 하고 있다(형법 제13조, 제14조,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7조). 그런데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구 장애인고용법 제33조에서 정한 요건에 해당하기만 하면 고의 또는 과실 등 책임 요건의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그 납부의무가 발생하는 것일뿐더러, 사업주가 장애인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구 장애인고용법 제28조 제1항을 위반하더라도 이를 처벌하는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4) 1997. 12. 31. 개정 전까지 법인세법 시행령에서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손금에 산입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앞서 본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손금불산입 대상인 공과금들을 모법에 포괄적 정의 규정의 형태로 규정하게 되면서,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손금에 산입하도록 한 법인세법 시행령 규정이 삭제된 것에 불과하고, 이후 이 사건에 적용되는 구 법인세법령이 입법되기까지 사회적인 변화나 정책적 전환 등으로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손금에 불산입할 필요성이 생겼다거나, 입법 과정에서 그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대법원 2026. 3. 12. 선고 2025두3505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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