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by 성대진


적반하장(賊反荷杖)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방귀 뀐 놈이 화를 낸다.’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이러한 뜻을 담은 한자성어가 바로 적반하장입니다. 도적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것이 그 직역인데, 다른 한자성어와는 달리 누구든지 그 뜻이 직관적으로 이해가 됩니다. 비판을 하면 자기의 잘못이 감춰지는 효과가 있기에 타인에 대한 과격한 비판을 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정치권에서 상대의 잘못을 과장해서 비판하고 자기의 잘못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하기도 합니다.


○흔히 적반하장은 도덕률에 반하는 언동으로 이해되기 쉬우나 실은 적반하장은 자기방어의 기제로 일상에서도 자주 쓰이는 말입니다. 의외로 적반하장이 인생살이의 쏠쏠한 무기인 셈입니다. 현실에서 피장파장과 적반하장의 구분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적반하장의 상대방은 분노를 넘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거나 가혹한 대가를 치르기도 합니다. 몇 년 전에 어느 시골학교의 교사가 성추행을 했다는 누명을 쓰고 억울해서 자살한 사건을 반추해 보면 적반하장의 폐해는 경우에 따라 선을 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다음 <기사>는 ‘지각 밥 먹듯하다 징계 몰리자…"성희롱 당했다" 조작 신고’라는 제목으로 적반하장의 사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도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는 경우도 꽤나 됩니다. 그런데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의 적반하장은 차원이 다릅니다. 왜냐하면 성관련 비위사실은 모두 은밀하게 행해지기에 피해자를 자처하는 사람의 진술이 핵심증거인 경우가 상례이기 때문입니다. 성비위는 직장 내 괴롭힘의 특칙입니다. 말하자면 포함관계에 있습니다. <기사> 속의 사안도 징계대상자가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동시에 신고한 경우입니다. 그래서 사측의 조사의무나 절차, 그리고 피해자 보호절차 등도 모두 동일합니다.

○해당 사례는 외형적으로는 부당해고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나 핵심쟁점은 적반하장입니다. <기사>는 ‘자신의 징계를 논의하는 상급자들의 이메일을 몰래 훔쳐본 뒤 해당 상급자들에게 '성희롱'과 '괴롭힘'이라는 허위 프레임을 씌워 역공을 펼친 직원을 해고한 것’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괴롭힘은 그나마 목격자나 증거가 현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비위는 은밀성 때문에 그 증거의 현출이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손석희의 그 유명한 ‘피해자의 말’이 핵심증거가 되는 상황이라면 꼼짝없이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당하는 상황입니다. 이 사례의 실질적 교훈은 세상살이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기사>

자신의 징계를 논의하는 상급자들의 이메일을 몰래 훔쳐본 뒤 해당 상급자들에게 '성희롱'과 '괴롭힘'이라는 허위 프레임을 씌워 역공을 펼친 직원을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특히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신고자 보호 규정이 '허위 사실을 꾸며내어 상대를 음해하는 자'에게까지 주어지는 면죄부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근로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징계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265221?sid=102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①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중략


③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기간 동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등”이라 한다)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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