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직과 권고사직, 그리고 실업급여>

by 성대진

○한자성어에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대방과 명확하게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어도 내심으로는 의사가 합치된 경우에 쓰입니다. 실업급여의 수급사유에서 ‘자진사직’과 ‘권고사직’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전자는 실업급여의 수급불가사유이고, 후자는 수급사유입니다. 전자는 받더라도 부정수급의 행정적, 형사적 책임이 뒤따르지만, 후자는 아무런 책임이 없습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차이가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양자의 차이가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사업주가 ‘나가줬으면’이라는 장군을 날리면 근로자는 ‘그만뒀으면’이라는 멍군을 날리는 경우가 현실에서는 많기 때문입니다. 구태여 사직을 막을 생각도 없고, 출근할 의욕도 없는 경우가 바로 이러한 경우입니다. 김종필의 그 유명한 ‘자의 반, 타의 반’인 상황입니다.



○그러나 양자의 구분이 명확한 경우도 존재합니다. 근로자가 사직을 원하는데, 사용자는 근무를 원하는 경우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양자의 차이가 천국과 지옥 정도의 차이가 존재하기에, 다툼이 생기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다음 <기사>는 자진사직과 권고사직 때문에 송사가 벌어진 경우입니다. 실제로는 권고사직에 가깝지만, 산재처리 때문에 '개인 사정으로 인한 자진 퇴사'로 사직서까지 작성한 경우입니다. 외관상으로는 자진사직이 맞다고 판단할 사안입니다. 그런데 반전이 생겼습니다. 무려 10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해당 근로자가 찾아와서 ‘권고사직’으로 그 사유를 변경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입니다.



○세금신고의 수정신고와 마찬가지로 사회보험료를 수정신고기간이 상당히 경과한 후에 신고를 하면 과태료를 맞습니다. 국가공권력의 행사에 장애를 초래했다는 제재의 성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용자는 당시 고용보험지원금을 받는 상황이었기에 거부했습니다. 고용보험지원금은 물론 각종 정부지원금에서 ‘고용조정으로 인한 이직’, 즉 권고사직은 수급중단사유이거나 부정수급사유입니다. 이런 사유 때문에 마치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하는 경우처럼, 사용자가 권고사직이면서도 그 사유의 정정을 거부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해당 근로자는 근로복지공단에 고용보험 자격상실사유 정정신청을 했습니다. 이는 고용보험법 제15조 제3항에 근거한 제도로 같은 법 제17조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격확인청구가 고용보험에 가입된 여부 자체를 다투는 것과 달리 그 사유만을 다투는 제도입니다.



○사용자는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다투는 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마침내 승소하였습니다. 소박한 시민의 시각으로도 무려 10개월이 지난 후에 이직사유의 정정은 허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사>는 ‘고용보험 자격 상실 사유 정정은 근로자들이 억울하게 실업급여 인정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경우 구제 수단으로 쓰인다. 다만 자발적 사직 이후 변심한 근로자들이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실 사유 정정은 근로자가 공단에 증거 자료를 내고 신청하는 절차라, 공단이 직접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연락을 취하고 조치한다.’라고 고용보험 자격상실사유 정정신청의 악용을 꼬집고 있습니다. 실업급여는 돈입니다. 돈에 눈이 멀어서 발생하는 부정수급은 현재에도 진행형입니다.



<기사>


B는 A병원에 2017년 3월 간호조무사로 입사해 근무해 왔다. 그러던 2020년 11월 출근중 넘어져 발목 골절로 당일 오후 병원에 입원했다. B는 사고 당일 단체채팅방에서 "퇴사한다. 감사했다"는 작별 인사를 남기고 채팅방을 나갔고 수술을 받았다. 다만 사직서 제출을 열흘 정도 미루던 B는 간호 이사에게 전화해 "산재 처리 때문에 (사직을) 기다렸다. 골치 아프게 해 죄송하다. (정식으로)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병원도 다음날 근로복지공단에 '개인 사정으로 인한 자진 퇴사'로 퇴사 사유로 B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을 신고했다. 이듬해 1월에는 B가 아예 병원을 방문해 '개인적 사유로 사직한다'고 사직서까지 작성했다. B는 산재도 승인돼 요양급여를 받게 됐다.


그런데 10개월 뒤인 2021년 9월, 갑자기 병원을 찾아 "자진 퇴사에서 권고사직으로 정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상실 사유가 권고 사직으로 정정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B는 "만약에 병원에 (상실 사유 정정을 이유로) 과태료 300만원이 나오면 내가 부담하겠다"고까지 얘기했다.


하지만 병원이 이를 거부하자 B는 한 달 뒤 공단을 찾아 "자격상실 사유를 권고사직으로 바꿔달라"며 피보험자격 상실사유 정정을 신청했다. 공단이 이를 받아들이고 퇴사 사유를 정정하자 회사가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상실사유 정정'이란 근로자들이 근로복지공단에 고용보험 자격상실 사유를 정정해달라 요청하는 제도로, 사업주의 착오 등으로 잘못 신고된 경우 주로 쓰인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5179386i




<고용보험법>


제15조(피보험자격에 관한 신고 등) ①사업주는 그 사업에 고용된 근로자의 피보험자격의 취득 및 상실 등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중략


③사업주가 제1항에 따른 피보험자격에 관한 사항을 신고하지 아니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근로자가 신고할 수 있다.




제17조(피보험자격의 확인) ①피보험자 또는 피보험자였던 사람은 언제든지 고용노동부장관에게 피보험자격의 취득 또는 상실에 관한 확인을 청구할 수 있다.


②고용노동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청구에 따르거나 직권으로 피보험자격의 취득 또는 상실에 관하여 확인을 한다.


③고용노동부장관은 제2항에 따른 확인 결과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확인을 청구한 피보험자 및 사업주 등 관계인에게 알려야 한다.




제40조(구직급여의 수급 요건) ①구직급여는 이직한 근로자인 피보험자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지급한다. 다만, 제5호와 제6호는 최종 이직 당시 일용근로자였던 사람만 해당한다.


1. 제2항에 따른 기준기간(이하 “기준기간”이라 한다) 동안의 피보험 단위기간(제41조에 따른 피보험 단위기간을 말한다. 이하 같다)이 합산하여 180일 이상일 것


2. 근로의 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영리를 목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이하 이 장 및 제5장에서 같다)하지 못한 상태에 있을 것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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