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은 흔히 ‘1황’으로 꼽히는 한류스타이자 슈퍼스타입니다. 대통령 탄핵의 와중에도 각종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논쟁의 한가운데에 위치할 정도로 그 위상이 대단합니다. 김수현이 논쟁에 말린 이유는 고 김새론과 연관이 있습니다. 김수현에게 극한의 비난이 대상이 된 사실은 ①김새론이 만15세경부터 사귀었음에도 그 사실을 부정했으며, ②부자인 김수현이 사실상 소유하는 연예기획사를 통하여 전 연인인 생전의 김새론에게 7억원을 갚으라고 야박하게 독촉을 했다는 사실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 두가지 사실이 광고모델로서 품위유지의무를 저버렸기에, 그가 출연한 광고의뢰기업으로부터 손해배상의 의무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피소를 당한 것입니다. 결국 네티즌이 비난한 대목이 소송의 쟁점으로 이어지는 셈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보면, 청구기각, 즉 김수현이 승소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사귀다’라는 것은 법률용어가 아닙니다. 그 범위가 명확하지 아니합니다. 무엇보다도 그 시점의 특정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이어지는 경우, 동료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 등 ‘사귀는 시점’은 정확하게 특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이전에 ‘사귀는 것’ 자체가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갑남은 연애라 생각했는데, 을녀는 단순히 지인이라거나 친구 정도로만 생각했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귀는 사이’로 지목되었던 유명인 커플 중에서 사귄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도 꽤나 많습니다. 김수현과 김새론은 배우 선·후배사이로 직업상 알 수밖에 없습니다. 둘 사이의 관계로 보아 선·후배로 지내다가 연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기에, 어느 시점을 콕 집어서 ‘사귄 시점’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전·현직 아이돌이 ‘동물의 왕국’이라 공공연히 말을 할 정도로 미성년을 포함한 연예인의 성관계는 흔한 사례입니다. 오죽하면 연예기획사가 ‘연애금지’ 조항을 연예활동계약서에 삽입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조선시대 왕들은 대부분 10대에 자식을 두었으며, 조혼(早婚)은 천년 이상 지속된 풍습이며, 얼마전까지도 여자는 만 16세면 합법적으로 혼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김새론의 엄마도 김새론을 10대에 출산했습니다. 대법원도 만 14세 정도면 사리분별이 가능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도령과 성춘향,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 모두 10대에 성관계를 했습니다. 한국인의 영원한 안식처 ‘소나기’도 10대의 풋풋한 연애이야기입니다. 김수현이 미성년 김새론과 연애를 했다고 하여 그것이 당연히 품위유지의무위반은 아닙니다.
○연애는 만남과 헤어짐이 있기 마련입니다. 결혼이 있으면 이혼도 있을 수 있듯이, 연애도 종결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 연인이라고 하여 마냥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합니다. 이혼도 자유이기에, 연애의 끝도 당연히 자유입니다. 김새론의 음주운전이 ‘김수현탓’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비음주자도 만남과 헤어짐이 있을 수 있는데, 음주운전사고를 김수현탓이라는 것은 논리학상 인과관계의 오류입니다. 그런 논리라면 김새론을 낳은 부모까지 그 원인이 소급되는 불합리를 낳습니다. 김새론이 망가진 것은 바로 이 음주운전사고가 결정적인데, 그 이후의 김새론의 삶과 김수현과는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김새론이 망가진 삶의 소용돌이에는 전 남친과 현 남편이 개입합니다. 7억원의 구상권 행사는 법적인 권리의 행사입니다. 본래 야박한 것이 권리의 행사의 속성입니다.
○대법원(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6다32354 판결)은 고 최진실에 대한 광고의뢰회사의 품위유지의무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의 판결에서 ‘광고에 출연하기로 한 모델은 위와 같이 일정한 수준의 명예를 유지하기로 한 품위유지약정에 따라 계약기간 동안 광고에 적합한 자신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함으로써 그것으로부터 발생하는 구매 유인 효과 등 경제적 가치를 유지하여야 할 계약상 의무, 이른바 품위유지의무가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광고모델계약에 관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면하지 못한다.’라고 판시하여 리딩케이스를 남겼습니다. 이 소송은 최진실이 광고출연한 건설회사가 원고로서, 편안하고 건강한 가정을 모토로 내세웠는데, 그 컨셉의 주인공으로 최진실을 내세웠습니다.
○대법원은 남편과 싸우고 난 후 기자들에게 그 충돌 경위를 상세히 진술하고 자신의 멍들고 부은 얼굴과 충돌이 일어난 현장을 촬영하도록 허락하여 그 진술 내용과 사진이 언론을 통하여 일반인들에게 널리 공개되도록 한 행위는, 광고모델계약에서 정한 품위유지약정을 위반한 것으로서 광고주인 아파트 건설회사에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제 김수현의 사건에 대법원의 법리를 적용합니다. 김새론 유족이 제시한 증거는 그냥 친한 연예계 선·후배 사이에서 주고 받을 수 있는 말이며 직접적으로 연애를 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그 이전에 연애 자체가 법률적으로 확증할 수 있는 개념도 아니고 시기도 당연히 특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헤어진 후에 소속회사가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은 권리의 행사라는 속성이 있기에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할 위법이 없습니다. 품위유지의무위반은 인정이 어렵습니다.
○김수현에 대한 과도한 비난은 구한말 명언제조기 윤치호가 말한 ‘멍석말이 심리’가 강합니다. 전후사정은 알 필요도 없이 ‘잘 나가는’ 한류스타이기에 질투와 시기가 겹쳐서 과도한 비난을 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 김수현에게 비난할 요소가 없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법인데, 과거의 연인이라면 대승적으로 베풀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도 톱스타는 이미지 구축을 위하여 거액의 기부를 하거나 자선활동을 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망가져 가고 있는 전 연인에게 차갑게 굴었던 것이 본인의 업보로 돌아온 것이 아닌가, 라고 믿는 것이 소박한 시민의 생각입니다.
<민법>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대법원 판례>
광고주가 모델이나 유명 연예인, 운동선수 등과 광고모델계약을 체결하면서 출연하는 유명 연예인 등에게 일정한 수준의 명예를 유지할 의무를 부과하는 품위유지약정을 한 경우, 위와 같은 광고모델계약은 유명 연예인 등을 광고에 출연시킴으로써 유명 연예인 등이 일반인들에 대하여 가지는 신뢰성, 가치, 명성 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용하여 광고되는 제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으로 체결되는 것이므로, 위 광고에 출연하기로 한 모델은 위와 같이 일정한 수준의 명예를 유지하기로 한 품위유지약정에 따라 계약기간 동안 광고에 적합한 자신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함으로써 그것으로부터 발생하는 구매 유인 효과 등 경제적 가치를 유지하여야 할 계약상 의무, 이른바 품위유지의무가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광고모델계약에 관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면하지 못한다.
(대법원 2009.5.28.선고 2006다3235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