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두석, 그리고 부채도사>

by 성대진

이경규,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김구라

모두 개그맨 출신으로 무려 20년 내외의 기간 동안 각종 쇼프로그램에서 MC의 정상에 있는 분들입니다. 남을 웃기는 코미디언 또는 개그맨이라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순발력과 재치, 그리고 지능이 담보되어야 가능합니다. 한마디로 대단한 사람들이어야 그 냉정한 연예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요즘같이 ‘대 불편의 시대’에서 꾸준히 자기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입니다. 항상 남을 비난하고 헐뜯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항상 남을 웃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엄청나게 어려운 일입니다. 오랜 기간 변덕스러운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 자체가 대단한 일입니다.


그러나 윗분들이 개그맨 출신이라지만, 정작 지금은 개그맨의 존재감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과거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주말의 황금시간대에 코미디프로그램이 고정프로그램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시절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입니다. 그래서인지 역설적으로 개그맨들의 전성기가 시작되었던 1980년대 초반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코미디언이라 불리던 분들의 단독무대였지만, 그 시절부터 슬랩스틱으로 무장한 ‘신세대’ 개그맨들이 기성의 코미디언들과 섞여서 안방극장을 누비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등장으로 배삼룡과 이기동, 그리고 구봉서와 서영춘이 주름잡던 코미디계는 카오스를 거쳐 새로운 코스모스를 형성했습니다.


이주일, 최병서, 전유성, 최양락, 주병진, 김학래, 장두석, 이봉원, 심형래, 김형곤


그러다가 차츰 코미디언들은 사라졌고, ‘유머 1번지’와 ‘쇼 비디오자키’, 그리고 ‘웃으면 복이와요’ 등의 코미디프로그램들은 개그맨들이 주류가 되었습니다. 이제 이들은 주말 버라이어티쇼의 한 꼭지에도 출연하거나 초대손님, 그리고 MC로도 종횡무진 대활약을 했습니다. 역설적으로 개그맨들의 전성기는 유재석이 MC계의 천하통일을 이룬 2010년대가 아니라 그 시절이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당시 ‘국민’학생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세종대왕도 아니고 이순신 장군도 아닌 당대의 톱개그맨 심형래였습니다. 심형래는 개그맨의 인기를 영화로도 몰아쳐서 ‘우뢰매 시리즈’로 돈을 쓸어담았습니다. ‘대 개그맨의 시대’가 바로 그 시절이었습니다.


장두석은 이주일, 심형래, 김형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시절 이상하게도 저는 장두석이 끌렸습니다. 사람좋은 인상이 인간미를 뿜었기 때문입니다. 기타를 꽤나 잘 치면서 노래도 잘하는 만능재주꾼 장두석은 표정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내는 재미있는 개그맨이었습니다. 이선희가 부르는 ‘J에게’는 실은 자신의 영문 이니셜 ‘J’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너스레, 그리고 조용필은 ‘노래만’ 되는데, 자신은 ‘노래도’ 되기에 자신이 조용필보다 낫다는 기상천외한 자부심으로 시청자들을 웃겼습니다. 아무튼 김형곤과 심형래가 대세를 누렸던 그 시절에도 ‘쇼 비디오자키’의 코너에서 장두석은 든든하게 웃음을 풀었습니다. 그 시절 ‘수재의 요람’으로 불리던 서울대 기숙사의 학생들이 제일 즐겨보던 프로그램이 ‘쇼 비디오자키’였다는 것은 알려지지 않은 비밀입니다.


이봉원과 짝을 이루어서 인기를 누렸던 ‘시커먼스’가 인종차별시비로 도중하차를 했어도 장두석이 해당 코너의 단독 주연격으로 출연한 ‘부채도사’는 굳건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부채신이시여! 하면서 부채신을 소환하는 시늉을 하면서 실은 자신의 뜻대로 부채를 기울이는 장두석의 능청에 시청자들은 배꼽을 잡았습니다. 나중에는 이마에 ‘부채’라고 두건을 두르고 익살을 부렸던 장두석에 시청자들은 배꼽을 찾기 바빴습니다. 개그맨은 물론 코미디프로그램 자체가 사라진 시대에도 유독 장두석의 근황이 궁금했습니다. 그러다가 장두석의 비보를 들었습니다. 그냥 슬펐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u8R2InXAWU&list=PLCOGFLNeb7pwPwo4YHlMCju7XTYJfevdx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은 장두석의 익살에 웃으면서 고단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장두석이 익살을 부리는 시간은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천국에서 보다 많은 분들에게 웃음을 선사해 줄 것을 믿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qnrLFQRB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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