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리듬과 충격 반전, Rasputin>

by 성대진


1970년대 후반은 전 세계가 디스코열풍으로 뜨거웠습니다. 이미 그 시절은 록음악이 뭔가 고루한 느낌을 주는 시대였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국에서는 ‘뽕끼’를 담은 록과 고고가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고고는 록의 일부라 보는 견해도 있고, 실제로도 4박자 리듬 자체는 동일하지만, 아무래도 한국에서 성행하는 고고리듬은 정통 록의 문법과는 달랐습니다. 특히 뽕끼가 베어있어서 ‘락뽕’이라 불렸던 당시의 고고리듬은 실은 트로트리듬이 진하게 베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행은 주로 중장년 이상에서나 통용되었던 현상이며, 당시 음악다방이나 음악감상실에서 팝에 몰취한 10대나 20대는 전 세계에서 몰아치는 디스코와 팝에 경도되었습니다. 그 시절의 특색은 지금처럼 유로팝과 아메리칸팝으로 구분하지 않고 퉁쳐서 ‘팝’으로 즐겼습니다. 당시 인기를 누리던 박원웅, 김광환, 황인용 등 유명 DJ부터 엄별하여 선곡하지도 않는 것이 대세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당시 유로팝의 강자인 Boney-M도 미국 가수로 알고 있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당시 길거리나 레코드가게에서 팔던 ‘최신유행 팝’ 선곡 테이프도 구분한 경우도 없었습니다. 아무튼 당시 고고장이나 롤러장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그룹이 바로 Boney-M이었습니다.


Boney-M은 흥겨운 디스코리듬으로 일련의 히트곡들을 내세워 한국에서는 마치 비틀스처럼 인기가 뜨거웠지만, 막상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거의 듣보잡 수준으로 인기가 없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오랜 세월이 흐른 요즘에는 가짜 가수 파문으로 유튜브에서 호사가의 뒷담화 소재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당시에는 그런 사연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Boney-M하면 아무래도 성경 시편의 역사를 노래로 풀은 ‘Rivers of Babylon’라는 대곡이 그들의 대표곡이었지만, 그들이 내놓은 곡들 족족 한국에서는 히트의 행렬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살면서 이들의 노래를 듣지 않았던 사람이 과연 존재했을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Rivers of Babylon’라는 초대형 히트곡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흥겨운 인트로가 인상적인 ‘Rasputin’도 그 시절에 FM라디오에서, 음악감상실에서, 그리고 고고장에서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주인공인 라스푸틴에 대하여는 ‘제정러시아의 괴승’, ‘러시아판 신돈’ 등으로 설명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의 성기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는 ‘카더라 통신’은 당시에는 전혀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기사에서 본 기억도 없습니다. 지금처럼 구글링을 하면 그 사진까지 볼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라스푸틴의 생애를 반추하면 여자와 성기, 그리고 섹스에 대한 일화를 빼고는 전개가 불가능합니다. ‘Rasputin’에서도 완곡하게, 그러나 아는 사람은 아는 그 내용이 가사에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풍자가 가득한 가사가 일품입니다. 특히 성경의 시편을 디스코리듬으로 풀어 낸 그룹이 진정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퇴폐와 타락의 대명사인 라스푸틴의 인생을 노래로 담은 것이 기이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노래는 인트로부터 흥이 넘칩니다. 그러나 막상 가사를 보면 절대로 흥이 나기 어려운 내용이 가득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바라볼 때마다 공포와 두려움에 가득찼다(Most people looked at him with terror and with fear).’면서도 ‘모스크바 여성들에게는 그렇게나 사랑스러웠다(to Moscow chicks he was such a lovely dear).’는 극명한 대조는 라스푸틴의 변태적인 성행위를 저절로 떠올리게 합니다.


There lived a certain man in Russia long ago

He was big and strong, in his eyes a flaming glow

Most people looked at him with terror and with fear

But to Moscow chicks he was such a lovely dear

He could preach the bible like a preacher

Full of ecstacy and fire

But he also was the kind of teacher

Women would desire


https://www.youtube.com/watch?v=ZxPS9g_vcAM&list=RDZxPS9g_vcAM&start_radio=1

그 시절의 러시아 남자들은 겉으로는 라스푸틴의 엽색행각을 비난하면서도 속으로는 왕실의 여인, 그리고 귀족 여인들을 휘잡는 그의 거대한 성기와 섹스를 마냥 부러워했다는 것이 아직도 기록에 가득합니다. 그의 엽색행각 자체는 카사노바와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비난과 부러움이 교차하는 듯합니다. 당시 서양 세계에서는 라스푸틴의 엽색행각을 인지하면서도 ‘쿨하게’ 디스코음악으로만 받아들인 점을 고려하면 확실히 서양에서는 성에 대한 태도가 개방적인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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