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포어의 정수, Bee Gees의 ‘holiday’

by 성대진

시험이란 잔인한 속성이 있습니다. 그 잔인한 속성이란 피하고 싶고 이해하기 어려워서 나오지 않았으면, 하고 은연 중 기대하는 것들이 꼭 출제되기 때문입니다. 시험이 그렇게나 잔인한 이유는 변별력이라는 함정 때문입니다. 나에게 어려운 것은 남에게도 어렵기에 변별력을 갖기 마련입니다. 그렇게나 피하고 싶은 것들은 시험이라는 악마로 변신하여 나를 괴롭혔고 끝끝내 악몽으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학창시절에 국어 시험에서 종종 등장하여 나를 괴롭힌 것이 수사법상의 비유와 상징입니다. 직유법처럼 직설적인 비유법은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하기에 시험 문제로는 그리 의미가 없습니다. 달리 해석의 여지가 있고 직관적인 이해가 어렵기에 피하고 싶은 은유와 상징이 출제의 단골손님입니다.


은유, 즉 메타포어를 이해하려면 꼭 예시로 드는 것이 김동명 시인의 ‘내 마음은’입니다. 학창시절의 각종 교과서와 참고서는 천편일률처럼 김동명의 ‘내 마음은’을 들면서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설명했습니다. 묘하게도 김동명의 ‘내 마음은’은 첫째 연 이후의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얄궂은 시였습니다.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워낙에 유명한 시이기에, 시인 고은은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이것이면 다 끝나버리는 시다. 이 두 행으로 크게 이름을 떨쳐 중년 여인의 입안에서 흘러나오는 시이기도 하고 공연히 슬퍼지며 노래가 되어 마을 밖에서 들려오기도 한다.’라고 촌평을 했습니다. 사생활에서 무너진 시인 고은이지만, 적어도 시인과 평론 분야에서는 그 업적을 무시하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천하의 고은도 ’내 마음은‘은 그 메타포어의 탁월함을 치켜세웠고, 첫째 연에서 이미 그 메타포어의 괴력을 인정했습니다. ’내 마음은‘은 직설적으로 풀이하면 거짓말이자 억지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호수가 될 수도 없고, 그 호수에 노를 저어 온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시를 두고 그렇게 평가하는 평론가는 물론 그 어느 시인도 없습니다. 이 시에는 시적 파격과 창조적 파괴, 그리고 메타포어의 진수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호수가 되어 배를 타고 오라고 손짓하는 것은 극진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호수 위의 배는 일체가 된 사랑의 형상화로 연인과의 극진한 사랑과 그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겠다는 소망과 다짐이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메타포어로 깊은 사랑을 절묘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시에서 메타포어의 대명사로 등극한 것입니다.

메타포어는 서양의 팝송 가사에도 구현이 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Bee Gees의 히트곡 ‘holiday’에는 메타포어의 진수가 담겨 있습니다. ‘you're a holiday(너는 휴일이야)’는 ‘내 마음은 호수’라는 표현과 완전하게 동일합니다. 그 휴일은 휴식과 안락을 의미하기에 당연히 소중한 것(It's something I thinks worthwhile)입니다. 그리고 휴일은 곧 즐거움이기에 너를 기쁘게 하는 꼭두각시(the puppet)이며, 그 꼭두각시가 당신을 즐겁게 하지 않으면 돌을 던지라(throwing stones)는 것으로 발상이 전환됩니다. 돌을 던진다는 것은 본래 성경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타인을 비난하는 의미로 관용적으로 쓰입니다. 우리말에서도 ‘돌을 던지다’는 비난한다의 대유적인 표현으로 쓰입니다.


정리하자면, 연인인 당신은 소중한 휴일이며, 꼭두각시처럼 즐거움을 주는 것이기에, 그 즐거움의 원천인 당신을 그리는 것은 비난할 수 없다는 의미로 전이가 됩니다. 결국 당신은 휴일이자 즐거움이라는 메타포어의 연속인 것입니다. 김민우의 ‘휴식같은 친구’가 직유법이라면 이것은 메타포어, 즉 은유법인 셈입니다.

Ooh you're a holiday

Such a holiday

Ooh you're a holiday

Such a holiday

It's something I thinks worthwhile

If the puppet makes you smile

If not then you're throwing stones

Throwing stones, throwing stones

Ooh it's a funny game

Don't believe that it's all the same

Can't think what I've just said

Put the soft pillow on my head


Bee Gees의 ‘holiday’는 발표당시부터 한국에서 꾸준히 인기를 누린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가 결정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그 유명한 탈주범 지강헌 일당이 일가족 인질을 잡고 경찰에게 요구했던 노래라고 알려지면서입니다. 그리고 이 사연으로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기에, 대중들의 기억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Bee Gees 자체가 팝의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전설적인 그룹으로 그들의 대표곡이기에 원래부터 유명했던 노래였는데, 엉뚱하게도 지강헌 일당이 더 유명하게 만든 셈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도 Bee Gees의 ‘holiday’는 한국은 물론 지구촌 어느 구석에서도 들리는 스테디셀러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aiQYcC9HMo&list=RDJaiQYcC9HMo&start_radio=1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양수경의 이 노래 :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