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생의 근로자성, 그리고 수습기간>

by 성대진

○영문학을 공부하는 분이라면 거의 필수적으로 공부하는 문장이 서머싯 몸의 문장입니다. 중후하면서도 날카로운 독설이 인상적인 그의 문장의 정점은 아무래도 만년에 쓴 ‘The Summing Up’일 것입니다. 고교시절에 고급영어 공부를 한답시고 괜히 제대로 이해도 못 하면서 객기를 부리면서 낑낑거리면서 읽었던 것이 의외로 평생 도움이 되는 책이었습이다. 아무튼 이 책 중에서 제일 인상적인 것은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라 꼽는 것을 딱 1년 후에 가보면 대부분 없을 것이라는 독설입니다. 무려 100년이 지난 21세기의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소리소문이 없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 서머시 몸의 탁견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튼 서머싯 몸을 알고 나서 그가 쓴 책은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그중에서 읽고 나서는 실망했지만, 나중에는 두고두고 그 내용이 저절로 반추되는 책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인간의 굴레(Of Human Bondage)’입니다. 고아로 온갖 고생을 겪는 성장기를 극복하면서 의사로서 생을 켜켜히 쌓아가는 인생의 여정이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극중 주인공 필립은 의사가 되기 전에 회계사 견습생(20대 초반)을 하게 됩니다. 큰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다가 견습생을 하는 것인데, 견습생의 인생이 녹록치 않은 것은 서양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21세기 현재 한국에서도 견습생은 고된 인생을 겪습니다. 예전에는 견습생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요즘에는 연습생이라는 표현이 대세인 듯합니다. 반면, 연예계가 아닌 일반 사업장에서는 교육생이라는 표현이 대세입니다.


○견습생, 교육생이나 연습생 등 그 명칭을 불문하고 현행 노동법 체계에서는 이를 정면으로 규율하지 않습니다. 최저임금법상 감액최저임금의 지급시기의 제한(제5조 제2항)은 있어도 교육생에 대한 제한 자체는 없습니다. 실은 어떠한 업무를 부여하기 위하여는 교육이라는 과정이 필수적이므로, 어쩌면 필수적인 절차라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있습니다. 교육생은 글자 그대로 배우는 속성이 있기는 하지만, 노무의 제공이라는 이중적 속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교육생을 천편일률적으로 재단할 것은 아닙니다. 가령, 연예인 연습생은 정식무대에서 활동을 하지 않기에, 노무의 제공이라는 실질이 없지만, 상당수의 교육생은 실질적인 노무의 제공도 행해지기 때문입니다. ‘일을 배우는 측면’과 ‘일을 제공하는 측면’이 공존하며 동시에 ‘일을 배우는 것’ 자체가 일을 제공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근로기준정책과-4907, 2020. 12. 9.)도 ‘버스회사 입사예정자가 노선 견습을 위한 운전교육을 받는 경우 근로자에 해당되는지는 당해 교육의 형태 및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사용종속관계 성립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면서 획일적으로 교육생의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것은 부정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위 행정해석은 ‘교육기간 중에 구체적 지휘・감독을 받았는지 여부 등 귀 지청의 질의 안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그 결과에 따라 근로자성에 대한 판단은 달라질 수 있음’이라고 판단의 유의점을 지적합니다. 말장난 같지만, 근로자성은 해당 교육의 내용과 근무형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다음 <기사>는 전남지방노동위원회가 최근 어느 신용카드 콜센터 용역업체가 교육생 A씨를 채용하지 않은 것을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근로자성을 당연히 인정한 전제입니다. <기사> 중에서 ‘회사는 A씨의 출석 여부와 출석률을 포함한 입·퇴실 시간을 기록하고 관리하기도 했다.’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사용종속성을 인정하는 표지입니다. 교육생을 근로자로 확대하는 것은 어두운 면도 있습니다. 일단 근로자로 인정하면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각종 규제가 적용됩니다. 교육생 등을 악용하여 ‘열정페이’를 강요한 일부 악덕 사용자의 행패가 지속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순기능입니다. 그런데 열정페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그 이후에는 교육생 자체를 채용하지 않고 경력직만 채용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새로운 사회문제를 낳은 것은 역기능입니다. 세상에 정답은 없는가 봅니다.

<기사>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최근 하나카드 콜센터 용역업체가 교육생 A씨를 채용하지 않은 것을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전남노동위는 A씨를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하나카드와 신용판매 도급계약을 맺은 주식회사 윌앤비전은 지난 1월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A씨를 채용했다. A씨는 1월부터 3주동안 하루 8시간 교육을 받았고, 교육에는 업무테스트와 콜 상담 실습이 포함됐다. 회사는 A씨의 출석 여부와 출석률을 포함한 입·퇴실 시간을 기록하고 관리하기도 했다. 교육 3주차에는 A씨가 신입팀에 배정돼 실제 고객과 상담을 진행하고 선배 상담사에게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사쪽은 2월 교육을 마친 뒤 A씨에게 구두로 해고를 통보했다. A씨는 15일간 하루 일당 6만원으로 계산한 교육비 명목의 임금만을 받았다. 사쪽은 교육과정이 최종 채용과정이 아니라고 사전에 고지한 점과,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교육생이라는 점을 이유로 해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9333


<행정해석>

귀 질의의 버스회사 입사예정자가 노선 견습을 위한 운전교육을 받는 경우 근로자에 해당되는지는 당해 교육의 형태 및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사용종속관계 성립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 질의상 노선습득 교육(통상 1개월)이 자율적인 교육 참여 등 임의성을 가진 경우라면 사용종속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나, 이와 달리 사용자의 지배・감독하에 본래의 근로에 준하는 승객을 수송하는 일련의 교육과정이라면 사용종속관계가 성립한다고 할 것임.


귀 질의서상으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워 명확한 회신은 곤란하나,

견습 운전자가 정식채용 전 통상 1개월간의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점,

견습부장의 동승하에 주행연습을 하거나 버스를 직접 운행하고 실제로 승객을 수송하는 경우도 있는 점, 견습시간이 매일 일정하게 정해진 점, 견습기간 중 회사 버스를 이용할 뿐 스스로 작업도구를 조달하거나 비용을 부담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으로 볼 때,


- 교육기간 중에 있는 견습 운전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서 사용종속 관계하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사료됨.


- 다만, 교육기간 중에 구체적 지휘・감독을 받았는지 여부 등 귀 지청의 질의 안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그 결과에 따라 근로자성에 대한 판단은 달라질 수 있음에 유의해 주시기 바람.


(근로기준정책과-4907, 2020.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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