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슘페터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분이라도 ‘창조적 파괴’, 그리고 ‘혁신’이라는 말은 대부분 들어는 봤을 것입니다. 바로 이런 말들을 하면서 기업가정신을 강조한 경제학자입니다. 애플의 창업주 고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설명하면서 내세운 말이 바로 이 ‘혁신’입니다. 기업에 있어서 혁신이라는 말은 적어도 잡스가 원조는 아닌 셈입니다. 애플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구글, 아마존 등 전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미국의 기업들의 성장과정에 혁신이 원동력이었음은 아무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전 세계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기업가에게 ‘혁신’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혁신을 통하여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국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치인들의 포부는 판박이 같은 만국공통어입니다.
○그러나 혁신과 신성장동력의 창출이 언제나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며, 무엇보다도 그 성과를 위하여는 장기간에 걸친 거액의 투자가 필요한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당장 2026년부터 실전배치되는 KF-21 전투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부터 거액을 투자하여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당시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무모한 투자라면서 미국에서 최신예 전투기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배척하고 꾸준히 투자한 것이 오늘의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코로나19사태로 미국의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기업이 백신개발로 천문학적인 돈을 번 것도 미국 정부의 입도선매 방식의 거액의 투자에 기인한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여기에서 법률적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기업이 거액을 투자하여 성과를 내면 문제가 없는데, 실패를 하여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형법상의 배임죄가 따라붙습니다. 왜 무모한 투자를 하여 주식의 가치를 훼손하고 기업의 자본을 거덜냈는가, 하는 비판과 더불어 CEO가 감옥에 가는 것이 일상입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배임죄입니다. 대법원은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양자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의 재산보호 내지 관리의무가 있음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배임죄의 성립에 있어 행위자가 대외관계에서 타인의 재산을 처분할 적법한 대리권이 있음을 요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9. 9. 17. 선고 97도3219 판결).’라고 판시합니다.
○대법원의 결론만을 보더라도 기업의 총수의 역할이 타인, 즉 기업의 재산보호가 마치 주된 임무인 것으로 오인할 수가 있습니다. 기업의 경영진은 왕성한 경영활동과 혁신을 통하여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경제학 교과서는 설명하지만, 대법원은 기업의 재산보호에 방점이 있습니다. 대법원의 결론을 일관하면 그 어떤 경영인도 모험적 성격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혁신을 기피하게 됩니다. 미국에서도 주주자본주의의 대두로 주주에게 과도한 배당을 하여 기업이 파산까지 하는 폐단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기사>의 내용처럼 배임죄의 개정, 구체적으로는 영미법상의 ‘경영판단의 법칙’을 명문화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기사>의 내용처럼, 배임죄는 ‘삼라만상을 처벌하는 규정’이라는 악명으로 유명하며, 전직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가 수십 억에서 수백 억의 떼돈을 버는 사업으로도 악명이 높습니다. 당장 배임죄가 쟁점이 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불한 변호사 수임료가 수백억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이를 악물고 검찰 수사권 존치를 주장하는 이유 중에서 가장 큰 것이 바로 이 ‘돈벌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기업의 왕성한 혁신활동은 필연적으로 실패의 위험이 상존합니다. 배임죄라는 모호한 형벌로 혁신을 가로막고 신성장동력, 나아가 대규모 고용창출을 방해하는 배임죄는 반드시 개정되거나 폐지되어야 합니다.
<기사>
올 상반기까지 접수된 업무상 배임죄 신고 건수가 126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2019년 기록한 역대 최대치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임죄는 검찰 등 수사기관이 기업인을 수사할 때 가장 흔하게 적용하는 혐의다. 구성 요건이 모호해 ‘삼라만상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악명이 높다. 이 같은 이유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배임죄가 남용돼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합리화할 것을 지시했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전국 경찰이 접수한 업무상 배임죄 고발 건수는 126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8건(6.6%) 늘었다. 업무상 배임죄 발생 건수는 2019년 2671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주춤해졌다가 2023년 2174건, 2024년 2349건으로 다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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