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의 이 노래 : ‘버스 안에서’>

by 성대진

절대다수의 노인들은 인생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인생사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을 청춘으로 꼽습니다. 실은 그 유명한 ‘청춘예찬’을 쓴 민태원은 당시 30줄의 나이에도 청춘의 시기를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꼽았습니다. 인간이 느끼는 가장 아름다운 감정은 단연 사랑일 것입니다. 그 사랑의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는 시기가 바로 청춘이기에 민태원은 예찬의 대상이 된 것이라고 단언하였습니다.

자자의 ‘버스 안에서’는 진학의 압박감에 찌든 나이에 이성에 대한 막연한 사랑의 감정을 깨닫는 감성충만한 시기를 노래하였기에 두고두고 빛이 나는 노래입니다. 이성의 손길만 닿아도, 이성의 몸에 닿기만 해도 신체가 왕성하게 반응하는 사춘기에는 누구나 막연한 이성과의 사랑을 꿈꾸게 됩니다. 그러다가 매일 등하교길에서 우연히 만난 이성이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하여 그 이성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지고 풋풋하면서도 안타까운 사랑의 감정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사춘기 감성으로 잘 그린 ‘버스 안에서’는 버스를 타고 등하교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그 상대방은 어느 학교에 다닐까, 그 상대방은 몇 학년일까부터 시작해서 그 상대방은 나의 애틋한 마음을 알기는 하는 걸까, 하는 막연한 궁금증은 마침내 설레임으로, 그리고 짝사랑으로 이어집니다. 용기를 내어 그 상대방에 대하여 하나, 하나 알아보면서 마치 보물을 찾는 심정이 됩니다. 남들에게는 시치미를 떼면서, 그러나 속으로는 초조한 마음으로, 그 상대방에게 내 뜨거운 마음을 전달하고자 궁리를 합니다. 책상에 앉았어도 수학공식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허공에 붕 뜬 것 같은 야릇한 상상도 해봅니다.

먼저 말을 걸어볼까 하다가 그 상대방이 차갑게 거부하면 그 망신살을 어떻게 감당하나, 하는 두려움도 생깁니다. 그러나 용기를 내보자 하는 결기도 느낍니다. 며칠 그 상대방이 보이지 않으면 온갖 걱정과 두려움이 이어집니다. 그러다가 다시 그 이성을 만났을 때의 청량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먹기 좋은 떡은 남도 먹기 좋은 법인데, 다른 이성을 만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뜬구름 잡는 걱정도 빠질 수가 없습니다. 전장에도 꽃은 피는 법입니다. 진학의 압박 속에서도 혈기왕성한 신체는 버스 안에서 만난 그 이성을 애타게 그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1_r8iFpHTY

이렇게 버스 안에서 만난 이성에 대하여 느끼는 감정은 애틋한 것임에도 자자의 ‘버스 안에서’는 경쾌한 댄스곡으로 둔갑을 시켰습니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처럼, 노래의 가사와 무관하게 경쾌한 댄스곡이 된 노래는 그리 흔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노래는 리듬에 가사를 거꾸로 입힌 것이거나 노래 자체의 역설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입니다. 자자의 ‘버스 안에서’는 어떻게 사춘기의 애틋한 감성을 화끈한 댄스곡으로 변신을 시켰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것은 제쳐두고 가사 속에 담긴 사춘기의 감성은 아재와 아짐들에게도 마음의 벽을 허물어버리는 괴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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