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유의자의 생계비계좌와 임금직접불의 원칙>

by 성대진


○용어는 때로는 그 대상자에게 한없는 수치심과 모욕감을 줍니다. 의료현장의 한 축인 간호사를 예전에는 ‘간호원’으로 불렀습니다. 그러나 이는 간호사 직군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모욕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실제로도 간호사들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간호사법’이라는 법률의 제정을 통하여 명칭 자체를 없앴습니다. ‘사법서사’ 또는 ‘대서업자’라는 멸칭으로 불렸던 법무사도 ‘법무사법’이라는 단행법의 제정으로 굴욕적인 멸칭에서 벗어났습니다. 특정 직역 전체를 비하하는 명칭을 사용하는 사람은 자신의 인격을 스스로 훼손하는 사람입니다.


○다음은 김영룡 법무사의 칼럼의 일부입니다(개인적으로 전혀 모르는 분입니다). 민사집행법상 압류금지를 위한 생계비계좌의 법적 근거를 위한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압류금지계좌제도가 생긴 이유가 과거 신용불량자로 불린 ‘신용유의자’입니다. 신용유의자는 채권자 등의 신청에 의한 채무불이행자와는 달리 금융기관 간의 자율협약인 ‘일반신용정보관리규약(관리규약)’에 따른 것입니다. 물론 이 규약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라는 실정법의 근거가 있는 규약입니다. 법적 근거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는 근거는 냉정한 현실입니다. 은행 등 금융회사에 돈을 갚지 않으면 신용카드 등의 사용이 정지됩니다. 바로 이 근거가 관리규약 제14조상의 신용등록제도입니다. 홍길동이라는 어느 개인의 신용에 따른 대출 등 각종 금융거래 기준의 설정을 위하여 신용을 등록하는 제도의 근거가 바로 이 규약입니다.


○금융회사가 다른 금융회사는 물론 공공기관에 대하여 ‘신용유의자’라는 등록을 하면 사실상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막힙니다. 다음 <칼럼> 중에서 ‘압류방지통장 진짜 한 줄기 빛이네요. 금융거래가 막히는 순간부터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합니다. 은행 거래를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빨리 시행되었으면 좋겠네요.’라는 대목이 간접적으로나마 신용유의자의 고통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과거 신용유의자의 고통을 겪었노라고 인사청문회에서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가 신용에 어려움이 있는 근로자가 임금을 받는 장면입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5다209645 판결)는 외형상으로는 임금의 직접불의 원칙을 다루지만, 그 이면에는 바로 이 신용유의자의 아픔이 담겨있습니다.


○이 판례의 사안은 어느 신용유의자인 건설일용근로자의 사례입니다. ‘오야지’라 불리는 작업반장에게 사업주가 건설일용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했음에도 이 작업반장이 그 임금을 착복하여 결국은 건설일용근로자가 사업주를 상대로 근로기준법상 임금직접불의 원칙(제43조 제1항)을 근거로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작업반장을 임금수령을 위한 사자(使者)로 보면서 ‘근로자 본인이 직접 수령할 수 없는 사정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사자(使者)에 의한 임금의 수령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근로기준법 제43조의 규정 형식이나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사회통념상 근로자 본인에게 지급하는 것과 동일시되는 사람 또는 근로자 본인에게 그대로 전달할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이 임금을 수령할 때에만 그를 사자로 보아야 하고, 이에 해당하는지는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건실한 사업을 하다가 망해서 일용근로자가 되는 경우는 밤하늘의 별처럼 많습니다. 전직 은행 지점장이 쿠팡 라이더로 근무하는 경우, 전직 대기업의 간부사원이 사업을 하다가 망해서 건설일용근로자 근무하는 경우는 너무나 흔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는 과거 경력이 화려한 올드보이들이 원하는 직업 자체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건설일용근로자들 중에서 신용유의자들이 많은 것은 공지의 사실입니다. 다음 판례에서 사업주는 미치고 환장할 아픔이 있습니다. 분명 작업반장에게 임금을 줬음에도 소송의 아픔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변호사비용 등 소송비용의 부담은 덤입니다. 작업반장의 착복으로 발생한 눈물의 현장입니다. 향후 생계비계좌의 개설은 이런 비극을 어느 정도 막아줄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룡 법무사 칼럼 중에서>

‘생계비계좌’ 개설을 위한 민사집행법 개정은 단순히 채무자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민사집행법이 규정한 생계 유지에 필요한 예금을 보호하여 채무자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경제적 재기와 갱생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요한 장치가 될 것이다.

필자가 민사집행법 개정 내용을 소개한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27만 회를 넘었고 댓글도 1000개 넘게 달렸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절실하게 기다리던 소식이었는지 알 수 있다.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친다. “압류방지통장 진짜 한 줄기 빛이네요. 금융거래가 막히는 순간부터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합니다. 은행 거래를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빨리 시행되었으면 좋겠네요.”

https://www.lawtimes.co.kr/opinion/205436




<근로기준법>

제43조(임금 지급) ①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

②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수당,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대법원 판례>

[1]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선원법 제52조 제1항). 이렇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하는 취지는 임금이 확실하게 근로자 본인에게 지급되도록 하여 그의 자유로운 처분에 맡기고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하려는 데 있고, 통화 지급의 원칙이나 전액 지급의 원칙과 달리 직접 지급의 원칙은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의한 예외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제3자에게 임금 수령을 위임하거나 대리하게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다만 선박소유자는 승무 중인 선원이 청구하거나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가 지정하는 가족이나 그 밖의 사람에게 통화로 지급하거나 금융회사 등에 예금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급하여야 한다(선원법 제52조 제3항). 이러한 선원법의 규정 외에도 근로자 본인이 직접 수령할 수 없는 사정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사자(使者)에 의한 임금의 수령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근로기준법 제43조의 규정 형식이나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사회통념상 근로자 본인에게 지급하는 것과 동일시되는 사람 또는 근로자 본인에게 그대로 전달할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이 임금을 수령할 때에만 그를 사자로 보아야 하고, 이에 해당하는지는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2] 甲 등이 乙의 소개로 丙 건설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본인계좌 사용불가를 이유로 丁에게 임금의 대리수령을 위임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임금수령 본인동의서(위임장)’ 또는 ‘임금 대리수령 확인서’ 등을 작성하여 丙 회사에 제출하였고, 丙 회사는 丁에게 甲 등의 임금을 일괄하여 지급한 사안에서, 丁이 ‘甲 등을 전혀 모르고, 자신의 계좌로 임금이 지급되면 乙 등에게 보내 주었다.’는 취지로 증언하는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丁은 사회통념상 甲 등에게 지급하는 것과 동일시되는 사람 또는 甲 등에게 그대로 전달할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丙 회사가 丁에게 甲 등의 임금을 지급하였더라도 직접 지급의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5다20964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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