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의 눈물, 그 이름은 환수규정>

by 성대진


○오랜 기간 보험설계사는 ‘보험아줌마’라는 멸칭으로 불렸습니다. 보험상품은 반드시 국가의 검증을 거친 후에 판매되는 상품이자 절세상품으로 보험사고에 대한 합리적 대응이자 상속재산의 관리장치로 유용한 것임에도 막상 가입과정에서 불합리한 측면이 부각되고 보험상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과장되면서 보험 자체의 이미지는 물론 판매자인 보험설계사를 폄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근자에 보험설계사의 전문성이 제고되고 고학력자가 적극적으로 투입되면서 보험설계사의 이미지가 제고된 것은 사실입니다. 여기에 맞추어 각종 법적 장치가 보험설계사의 지위를 향상시켰습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설계사수당의 환수제도가 그것입니다.


○보험설계사의 환수제도 자체는 보험회사의 내규에 근거합니다. 그 명칭은 ‘보험영업지침’ 등 각 보험사마다 다르며, 대체적으로 1). 보험계약 자체가 보험가입자에 의하여 무효, 취소 등의 사유로 효력이 상실되거나 법률 규정에 의하여 효력이 부정되는 경우와 2).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미납입 등 후발적인 사유에 의하여 그 효력이 소멸되는 경우로 대별할 수 있습니다.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3다309679 판결)은 2).의 경우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대법원이 적용한 법률부터 주목할 대목이 있습니다. 그것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을 보험사와 보험설계사와의 관계를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약관규제법은 사업자(보험사)와 고객(보험설계사)을 강자와 약자로 보아 합리적 규제를 하는 광의의 공정거래법이기 때문입니다. 위 대법원의 사례는 전술한 보험사의 내부규정에 ‘민원 발생 시 기지급한 수당은 100% 환수’라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데, 위 규정이 약관규제법을 위반하여 무효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입니다. 구체적으로 위 대법원의 사례를 검토합니다.


○원심은, 이 사건 민원해지 환수규정이 부당하거나 형평에 반한다고 보기 어려워서 유효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갑과 을의 관계인 보험사와 보험설계사를 이렇게 평면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위 보험사 규정은 사유를 불문하고 ‘민원이 발생하면 기 지급 수당을 100% 환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근대 사법의 대원칙인 책임주의 원칙에도 반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➀ 보험업법 제85조의3 제1항 제7호는 보험회사 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한 수수료를 환수하는 행위를 불공정행위로 금지하므로 이 사건 민원해지 환수규정의 해석ㆍ적용에 있어 그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는 점, ➁ 이 사건 민원해지 환수규정을 문언 그대로 해석하면 피고는 민원의 내용,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을 해지하려는 사유의 정당성, 해지의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 등을 불문하고 보험계약이 해지되기만 하면 보험설계사들로부터 지급하였던 수당 전부를 환수할 수 있게 되는 점, ➂ 민원해지의 경우 해지를 주장할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이 없고 그 과정에서 보험설계사가 의견을 제시할 근거나 절차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보험회사 등은 보험설계사에게 의견 제출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지 않은 채 보험계약 해지 여부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민원해지 환수규정은 부당하게 불리하고 형평을 잃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ㆍ환송하였습니다.


○고대 오리엔트시대부터 유래한 ‘탈리오 법칙’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형평의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형평의 원칙은 책임주의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보험설계사의 과책과 무관하게 수당을 무조건적으로 환수하는 것은 보험설계사의 생계를 위협하는 잔인한 행위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보험사를 사업자로 보고 그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약정한 내부규정을 약관규제법상의 약관으로 보고, 보험설계사를 ‘고객’으로 본 것은 사실상 보험회사의 직접 고객은 보험설계사이고, 보험가입자는 2차 고객으로 본 것입니다. 최근 들어 보험사가 제판분리의 원칙(보험설계사 조직을 별개의 조직으로 회사를 물적 분할하는 것) 등을 통하여 대응하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사와 보험설계사 간의 ‘쩐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말한다.

2. “사업자”란 계약의 한쪽 당사자로서 상대 당사자에게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할 것을 제안하는 자를 말한다.

3. “고객”이란 계약의 한쪽 당사자로서 사업자로부터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할 것을 제안받은 자를 말한다.


제6조(일반원칙) ①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이다.

② 약관의 내용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1.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2. 고객이 계약의 거래형태 등 관련된 모든 사정에 비추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3.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



<대법원 판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 한다)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에 따라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이라는 이유로 무효라고 보기 위해서는, 그 약관조항이 고객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약관 작성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약관조항을 작성․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이 약관조항의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 여부는 그 약관조항에 의하여 고객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불이익 발생의 개연성, 당사자들 사이의 거래과정에 미치는 영향,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9. 12. 선고 2017다216509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3다30967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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