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헬기>

by 성대진

운전을 해보면 누구나 왜 선글라스를 끼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합니다만, 제가 어렸을 적에는 선글라스 자체가 멋져보였습니다. 그래서 시내버스 기사가 되고도 싶었고, 파이롯트가 되고도 싶었습니다. 실은 그 이전에 마징가 제트를 조종하는 쇠돌이가 낀 선글라스가 그렇게나 멋져보였습니다. 또한 ‘기동순찰대(Chips)’에서 주인공 판치(에릭 에스라다)가 낀 선글라스가 멋져보였습니다. 요즘 말로 전투기, 자동차, 그리고 헬게를 조종하는 기사의 선글라스는 ‘간지’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상하게 헬멧에 달린 선글라스를 안 끼고 맨눈으로 헬기를 조종하는 ‘에어울프’의 조종사이자 주인공이 짜증이 났습니다. 물론 영화 자체는 신이 났습니다. 그 시절을 산 사람이라면 에어울프의 신나는 ost에 가슴이 뛰는 것은 그야말로 당연지사였습니다. 그 시절에는 저작권 개념이 희박한 시절인지라 유명 CF에서도 에어울프 ost가 사용되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당시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모형 장난감도 불티가 나게 팔렸습니다. 그 시절은 ‘저작권은 개나 줘!’ 시절이기에 당연히 저작권료를 지불했을 리가 만무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yZQxtrlCm0&list=RDYyZQxtrlCm0&start_radio=1

한국이나 미국이나 인기를 얻으면 장기방영을 하거나 시즌제로 후속작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에어울프는 제작사의 본국인 미국에서도 시즌제로 방영이 되었습니다. 에어울프의 인기에는 당연히 주인공 호크 역을 맡은 잔 마이클 빈센트의 역할이 컸습니다. 서양인이면서도 뭔가 동양인스러운 이미지도 있고, 호감이 넘치는 얼굴로 인기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주인공의 막장 인생을 정확하게 알 길이 없었기에 그저 ‘멋진 남자’로만 알았지만, 이후에 알려진 빈센트의 막장 인생 서사는 에어울프의 아련한 동심을 파괴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에어울프 이후에 헬기가 인상적인 영화는 단연 ‘람보 시리즈’ 중의 ‘람보3’입니다. 실은 람보3는 구 소련의 헬기가 악당으로서 주인공입니다. 지금이야 드론의 괴력에 국군이 미군의 최첨단 공격헬기 아파치를 포기할 정도이지만, 당시만 해도 공격용 헬기의 위력은 절대적이었습니다. 특히 람보3에서 마치 악의 사신인 양 등장하는 구 소련의 헬기는 괴력의 무기 수준이었습니다. 영화 내내 구 소련의 헬기가 마치 70년대 로봇만화의 악당로봇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헬기에 꽂혀서인지 당시 신문이나 잡지 등을 닥치는 대로 찾아서(그 시절에는 인터넷 검색이라는 것이 없었으니!) 그 명칭을 마침내 알아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나 어렵게 찾았던 ‘Mi-24 하인드 공격헬기’라는 이름은 이상하게도 외워지지 않아서 몇 번이나 다시 찾곤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4dZanUhiUc

‘Paint It, Black’라는 롤링 스톤즈의 시그니처 음악이 인상적이었던 80년대의 외화 ‘머나먼 정글’은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방영이 되었습니다. 전쟁영화광이었던 저는 베트남전 영화를 보면서 미군이 정말 부러웠던 것이 ‘머나먼 정글’의 매회마다 작전 이동 중에 헬기로 이동하는 장면이었습니다. M16소총의 손잡이를 들고 헬기로 뛰어가는 장면이 그렇게나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지옥의 묵시록’이나 ‘플래툰’, ‘We were Soldiers’ 등 무수히 많은 베트남전 영화 중에서 미군이 헬기로 이동하지 않는 영화는 본 적이 없습니다. 반면에 ‘전우’를 비롯하여 국산 드라마나 영화는 악전고투를 거듭하는 행군이 전부입니다. 국력 차이를 실감하는 것이 바로 헬기입니다.


람보3를 보면서 구 소련의 ‘Mi-24 하인드 공격헬기’뽕에 맞았는데, 실전인 걸프전에서 미군의 아파치헬기의 괴력에 또한번 뽕을 맞았습니다. 미군이 대단하고, 아파치헬기가 대단하다고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미군의 다목적 헬기가 주인공인 전쟁영화의 걸작 ‘블래호크 다운’을 보게됐습니다. 개인적으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블랙호크 다운’은 무수히 봤어도 질리지 않는 걸작 중의 걸작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블랙호크라는 미군 헬기의 대단한 성능과 장갑능력, 그리고 미군 하나 하나를 보호하려는 작전과 무기의 우수성 등이 비하인드 스토리로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물론 전쟁영화 중 역대급의 리얼리티는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추락한 헬기 안에서 성난 군중들과 싸우는 미군의 애처로운 전투 장면도 볼 때마다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 생생함에 감탄하곤 합니다.

‘블랙호크 다운’은 영화 자체도 대단하지만, 현실에서도 베트남전 이후 미군의 상상을 초월한 전쟁물자에 경악을 하곤 합니다. 지구상에서 자국 군대의 이동을 전부 헬기로 가능하게 하는 군대는 오로지 미군이라는 그 압도적인 능력에 ‘천조국’이라는 미군의 힘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블랙호크 다운’ 외에도 미군 전투기 조종사를 구할 때 맹활약을 한 ‘에너미 라인스’의 헬기도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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