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외화 ‘Combat’>

by 성대진


유튜브 시대에 흑백TV 시대를 말하면 뭔가 쌩뚱맞습니다. 그러나 유튜브에 담긴 동영상은 2025년 현재 것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유튜브 자체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닙니다. IT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기존의 영상매체활동이 발전하여 유튜브에 이른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옛날 영화나 드라마를 담은 유튜브 동영상은 1020세대들도 즐길 권리가 있습니다. 물론 올드보이들은 추억을 회상하고 곰씹으면서 감상할 필요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1970년대를 살았던 이들은 당시 최고 인기드라마 나시찬 주연의 ‘전우’를 기억합니다. 아니 기억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른들은 당연하고 본방으로 전우를 못본 아이들은 엉엉 울기까지 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였기 때문입니다. 전우가 방영되는 시간은 술꾼도 모임을 자제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기까지 했습니다. 유튜브가 없던 가난했던 그 시절은 흑백TV도 엄청난 호사였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당시에 TV를 보유한 가정보다 없는 가정이 더 많았습니다. 유선전화가 없는 가정도 당연히 많았습니다. 흑백TV가 있는 집에 우르르 몰려가서 ‘전우’를 시청하는 것이 당시 사회풍조였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아무튼 그 시절 나시찬의 ‘전우’는 최불암의 ‘수사반장’ 등과 더불어 국민드라마였습니다.

‘전우’는 매 회차마다 나시찬 소대를 중심으로 용감하게 인민군을 무찌르는 것이 주요 레파토리였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만년 소위’ 나시찬과 그 소대원들은 대충 총을 쏴도 인민군들은 ‘으악’하고 쓰러지는 것이 기본(!)이었습니다. 희한하게도 나시찬 소대원들은 총에 스치는 정도가 최대한으로 다쳤지만, 인민군은 죽는 장면도 요란스럽게(?) 죽었습니다. 더 나아가 총상을 입지만 피를 흘리지 않는 이상한)?_ 장면이 반복되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전우’가 방영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다가 마침내 방송국에서도 종영되었다는 자막이 나올 때에 저를 포함한 친구들은 그렇게나 슬플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은 무심하게 흘렀고, 나시찬도 ‘전우’도 차츰 잊혀졌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DguYz89L-k

그러다가 우연히 TV를 보다가 ‘Combat’이라는 미국 드라마(당시 방송국에서는 TV용 드라마를 ‘외화’라 부르고 극장용 영화는 ‘영화’라 구분하기도 했습니다)를 방영했습니다. ‘전우’의 추억이 아련해서 꾹 참고 봤는데, ‘전우’의 플롯과 너무나 흡사했습니다. 소대원을 중심으로 ‘총싸움’을 주로 하며, 미군 소대원이 대충 갈겨도 독일군이 ‘으악’하고 죽은 씬이 매 방영마다 반복되는 플롯이 ‘전우’와 똑같았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전우’가 ‘Combat’을 거의 베낀 것을 알았습니다. 실은 그 시절에 이미 대부분의 만화영화가 일본에서 제작된 만화를 더빙한다는 천기(!)를 이미 알았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Combat’의 인트로는 특이하게도 제작사인 ‘Selmur Productions’가 제작한 것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다만, 전반부 ‘Selmur Productions’를 크게 말하는 대목은 생략하고 방영했습니다. 지금 인트로를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P5Dhz1LXUg

수십 년이 지난 후에 다시금 ‘Combat’을 보면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추억이 새록새록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투’라는 제목과 달리 대부분 총싸움에 그친 것은 뭔가 허전합니다. 무엇보다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그 스펙타클한 전투신과 ‘블랙호크 다운’에서의 생생한 전투장면에 이미 익숙해졌기에, 유치하다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미드웨이’, ‘진주만’ 등 최근 영화에서 높아질 대로 높아진 리얼리티에 익숙해지면, ‘Combat’가 담은 옛날 전투장면은 솔직히 유치찬란합니다. 심지어 지루하기까지 합니다. 최신 전쟁영화의 엄청난 리얼리티가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점도 존재합니다. 그것은 이제 전쟁영화의 전투장면은 거액이 투입되지 않으면 제작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블랙호크 다운’에 익숙한 시청자들이 시시한 퀄리티의 국산 전쟁영화를 감상할 유인이 약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옛날 ‘전우’와 ‘Combat’의 낭만적인 전투장면이 아련해집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zu1hOeqCHc&list=PLfQk6ph47fOzjRNdlvAtWO_GtkZmUiJu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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