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외화 ‘전격 Z작전’>

by 성대진

르네상스시대 사람 다빈치의 미래상상도에는 당시로서는 파격을 넘어 거의 미친 사람으로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는 비행기 등 미래의 운송수단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그림을 두고 다빈치를 시대를 초월한 천재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흔히 설명합니다만, 실은 그 시대를 살았던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도 새처럼 난다거나 물 위를 걷는다거나 도로 위를 기계적 장치에 의한 수레, 즉 원시적 형태의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는 상상 자체는 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 동요 중에서 ‘이 몸이 새라면 날아가리’라는 것을 봐도 그렇습니다. 상상이나 가정이라는 말 자체가 불가능한 미래를 염두에 둔 말입니다. 다빈치가 대단한 것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것을 구체화한 점에 있습니다.


과거 SF소설이나 영화 속의 미래 중에서 현실에서 구현된 것도 꽤나 많습니다. 멀리 떨어진 사람과 무선통신으로 연락하는 SF영화 ‘백투더 퓨처’ 속의 장면은 과거에는 상상에서나 가능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어의 관용적 표현인 ‘Dream comes true.’라는 것을 절절히 체감하게 됩니다. 이런 일련의 사실을 생각해 보면,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SF미드 ‘전격 Z작전’의 미래자동차 키트의 활약도 AI의 연구가 급진전 된 가까운 미래에는 어느 정도 실현가능하지 않을까도 생각합니다. 키트에 열광하던 당시에도 미래의 언젠가는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실은 자율운행차량이 키트의 컨셉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MJv2QLI264

‘전격 Z작전’이 방영되던 1980년대는 외화의 전성시대였습니다. 1970년대의 ‘타잔’, ‘600만불의 사나이’, ‘원더우먼’, ‘소머즈’ 등의 인기는 그대로 1980년대에도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한국의 드라마 제작인프라는 무척이나 열악했기에, 외화만큼의 퀄리티를 뽑기가 어려웠습니다. ‘오징어 게임’을 만드는 요즘과는 비교가 민망한 수준이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문화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퀄리티가 높은 미드는 저개발국 한국인의 뜨거운 호응을 낳았습니다. 반면에 한드는 미국에서는 듣보잡 수준이었습니다. 아무튼 1980년대까지 국내 안방극장은 미드가 주름잡았습니다. 주말 황금시간대에 한드가 아닌 미드가 방영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전격 Z작전’의 주인공은 키트라 불리는 일종의 인공지능 자동차입니다. 요즘 말로는 일종의 AI자동차입니다. 그 주요 내용은 데이빗 하셀호프가 분한 마이클과 대화를 나누고 공감을 하면서 작전을 수행한다는 플롯입니다. 자동차에 특수장치를 한다는 발상은 실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007시리즈 중에서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는 기존의 방탄차량과 무기장착에 더하여 잠수함으로 변신하는 장면을 연출하였습니다. 어쩌면 ‘전격 Z작전’보다 업그레이드 된 사양입니다. 그런가 하면 무수히 리메이크 된 배트맨 시리즈의 배트카(Bat Mobile)의 컨셉도 키트보다 업그레이드 된 형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트가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기계임에도 사람과 농담을 주고받는 기발한(!) 발상에 있습니다. 요즘과 같은 AI시대라도 기계가 사람과 농담을 주고받는 것은 선을 넘는(!) 과장적 설정이지만, 바로 그 점이 재미의 포인트였습니다.

마이클은 손목에 찬 시계 무전기로 키트와 대화하면서 활약을 합니다. 그런데 그 대화는 농담을 넘어 감정표현까지 꾸준히 섞어서 합니다. 보는 내내 키트와의 대화내용에 빠지면서 스르르 절친 동료라는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바로 이 대목이 ‘전격 Z작전’의 묘미입니다. 사람과 기계와의 관계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설정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숨은 재미입니다. 그래서인지 ‘전격 Z작전’은 영화로 드라마로 거듭하여 리메이크가 되었습니다. 특수장치 자동차라는 컨셉만으로는 인기를 누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CG가 보편화된 요즘과 달리 1980년대에 제작되었기에, 엉성한 NG 장면이 곳곳에 남겨진 것도 또다른 재미입니다. 가령, 저절로 움직이는 차량이지만, 실은 스탭이 운전석 뒤에서 핸들을 잡고 운전하는 장면이 보인다거나 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입니다.


‘전격 Z작전’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릴 무렵부터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었는데, 정작 그 성과는 중국에서 두각을 보이는 것도 신기합니다. 당시 중국은 셰계시장을 두드릴 만한 제대로 된 자동차메이커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서 자율주행차량을 연구했으나, 결국은 실패로 귀결되었습니다. 그러나 애플이 아니라도 다른 자동차메이커가 만든 자율주행차량은 궁극적으로 상용화될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상용화된다면 ‘전격 Z작전’의 추억에 잠긴 세대는 키트와의 비교를 통하여 새로운 재미를 느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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