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하다고 여긴 미움

by 연우

가끔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를 끔찍이 싫어하게 된다.
싫어하게 되는 이유는 자잘하게도 많다. 예의가 없어서, 염치가 없어서, 무례해서, 이기적이라서 등등 상대를 미워할 가지가지 이유가 많다.


그럴 때 나는 상대를 싫어하는 내 마음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사람은 미워할 만하다고, 싫어할 만하다고 말이다.


성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자신의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느냐는 말이다.

이 말이 요즘 들어 내가 합당하다고 여긴 합리화된 미움들을 붙잡는다.


사람은 단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이라 어느 한 부분만을 가지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누구나 좋은 면이 있고, 흠이 있는데 말이다.
사실 누군가의 결점을 발견하고 싫어하는 것은 그것이 나의 결점일지도 모른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어쩌면 나는 상대를 통해 나의 결점을 바라보는 것이 괴로워 싫어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주 이기적으로, 나는 저 사람과 다르다는 쪽으로 생존의 회피를 감행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 누가 자신의 결핍과 결격 사유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까.


나의 그릇은 좁아서 사랑의 크기도 작다. 그래서 그 이질적인 것들을 품는 것도 고통스럽다.
다만 나는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사랑할 수 없어도 미워하지는 말자고. 좋은 어른이,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없다면 적어도 싫어하는 것을 많이 만들지는 말자고 말이다.


결국 나이 들어서까지 찌질하게 살고 싶지는 않으니까.

작가의 이전글여백으로 살아온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