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과거와 현재 사이의 공백은 길다.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흘려보낸 시간의 공간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그 공백은 나를 찌르기도 하고, 괴롭게도 하고, 한심하게도 만들며, 때로는 단단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가끔은 사는 것이 지겹기도 했다.
너무 지겨워서 사는 것에 ‘굳이’라는 말을 덧붙여 살았다.
깊은 밤, 아무도 모르게 태연한 죽음을 바라보기도 했다.
사는 것이 그리 멋진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때마다
나는 자주 그런 생각을 했다.
그 시간 속에서 삶의 문장은 여백으로 둘 수밖에 없었다.
쓸 수 있는 글자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죽음을 쓰기엔 너무 무거웠고, 삶을 쓰기엔 부끄러웠다.
여전히 이 긴 공백을 채울 이야기는 없고, 끝내 도달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야기도 없다. 나는 가라앉은 침묵 속에서 지극히 평범하고 지루한 이야기를 찾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속을 헤집으며 갈망하는 자유를 더듬거리듯 찾고 있다. 근사한 글은 내게 없기에 나는 근본 없는 글을 쓸 것이다.
나를 믿을 수 없었던 자잘한 날들이 나를 부추겨 글을 쓰게 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