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 같은 삶을 끝끝내 살아내다 죽음으로 항해한다.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삶의 마지막 장면에 어떤 노래와 대사를 넣을 수 있을까.
그 끝에서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삶에 대한 미련일까, 후련함일까, 두려움일까.
할머니 집은 시골 동네에 혼자 살기에는 조금은 큰 40평대 주택에서 홀로 사셨다. 주말 아침이 되면 어김없이 우리 집에 전화를 하셨다. 모두가 잠든 아침에 누군가의 손에 전화선이 들려질 때까지. 어린 마음에 그게 그토록 짜증 이 났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그제야 나는 할머니가 전화를 재촉하든 건넸는지 어렴풋이 깨달았다. 외로움이었다. 넓은 집의 적막한 고요 속에서 오는 외로움의 메아리가 그리도 사무치지 않았나 싶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는 바퀴가 달린 작은 동그란 의자에 앉아 움직이곤 하셨다. 사람이 그리워서 앉은 채로 엉덩이를 끌며 집 계단을 내려가 하루 종일 사람들이 오고 가는 길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하셨다. 아버지는 술을 마실 때마다 할머니 집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 한편에 죄스럽게 남아있다 말하곤 했다.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치매가 있으셨다. 그리고 할머니는 늘 집으로 가자고 하셨다. 집에 가고 싶다고 하셨다.
좁은 병상에서 가만히 누워 아침이 밝아오기 전 푸른 새벽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민요를 좋아하셨으니 민요를 부르셨을까, 찬란한 삶을 회고하셨을까, 그도 아니면 시시콜콜하고 진부한 고독함을 끌어안은 채 평온하셨을까.
어쩌면.
아주 어쩌면,
집으로 돌아오고 싶으셨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