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맞듯 이유 모를 불안이 찾아온다.
아무런 색도, 냄새도, 형체도 없는 불안이 삶 한가운데에 내려앉는다.
아주 작은 불씨로 시작된 불안은 금세 번져 나를 벼랑 끝으로 밀어낸다.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수많은 부정을 긍정으로 덮어본다.
잘 될 거라고,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수없이 되뇌어본다.
밤과 새벽 사이, 밀려오는 생각을 밀어내기 위해 잠을 청해 보기도 하고
에라 모르겠다며 불안을 외면해보기도 한다.
신나는 노래를 틀고, 몸을 움직이며 잊어보려 애써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안은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어떤 것처럼 느껴진다.
알 수 없는 막연함과 내가 이 삶을 잘 항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방향 없는 불안이 이따금 또렷하게 닿는다.
피할 수도, 비켜갈 수도 없는 이 감정은
어쩌면 내가 삶을 잘 살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지금까지의 나를 믿고 싶고 앞으로의 나 또한 잘 살아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거창한 이유는 없지만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나의 의지이기에
다시 한번 살아내고 싶다는 다짐 같은 것.
삶이 반복되는 한, 불안은 끝없이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저 조금 더 잘 살아가보자고 조용히 용기를 내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