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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 May 13. 2021

동네 뒷산

누구나 어렴풋이 추억을 가지고 산다.

누구나 자신의 고향에 대한 추억 한두가지 쯤은 가지고 산다.


하루 밤 사이 늘어난 코로나 확진자로 인해 등산을 가시려던 계획이 무산되신 부모님께서는 등산 대신 동네 뒷산을 산책하기로 하셨다. 부모님 손에 이끌려 가게 된 동네 뒷산에는 여름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려줄 만큼 화창한 날씨였고, 제법 날씨가 더웠고, 푸르른 나무들이 줄 지어 있었다.

어제만 해도 봄이었던 같은데 이렇게 빨리도 여름이 찾아왔다.


천천히 뒷산을 걸어가고 있었을까 아버지는 어렸을 적 자신이 살던 고향의 뒷산이 반가웠는지 쉴 새 없이 이야기를 꺼내셨다. 저 호수가 어떻고, 저기가 누구 땅이었고, 이 집에는 누가 살았었고, 옛날에는 길이 어땠었고, 쌀이 귀했고... 등등 어렸을 적 추억 이야기를 끊이지 않고 말씀하셨다. 나와는 접점이 없는 이야기와 주제들에 공감이 가지 않아 관심이 가져지지 않았고 결국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신이 나서 말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조잘조잘 거리는 아이의 모습이 겹쳐 보였고, 사람이 추억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떠올랐다.


추억은 사람을 그 시절로 데려가 주는 힘이 있다. 누구나 하나씩은 품고 있는 추억들이 그때의 감정을 되살려주어 그 시절의 철없고 열정 있었던 자신을 떠올려 주게 만들 듯이 말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어떤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한 번쯤 상상해 봤을 것이다.

나는 가끔 10대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면 공부가 전부인 줄 아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지 않고 

이것저것 해보면서 내가 원하는 방향성을 찾아가는 막연한 상상을 해보게 된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더욱 아쉬움과 미련과 후회로 남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때론 시간을 되돌리게 해주는 것은 추억의 흔적들이 아닌가 싶다. 

잠시지만 그때의 기억으로 나를 데려가 그때의 감정을 되살아나게 하기 때문이다.

그때의 순간은 딱 그때뿐이고, 그때의 순간에 나도 그때뿐이었을 테니 말이다.


아버지도 그런 마음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아버지도 뛰어놀았던 아이 시절이 있었고, 철없던 10대 시절이 있었고, 20대의 열정과 사랑이 있었고, 미련도 있었을 것이다. 후회도 함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아버지의 말에 조금이라도 귀기울이지 않은 것에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아버지와 나의 시대는 다르지만 추억이라는 힘은 동일하게 작용하는 것인데 나도 모르게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음번에도 아버지와 함께 이런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그땐 맞장구치면서 아버지의 추억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가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 시간들이 훗날 나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어줄거라 믿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기에 추억이란 단어가 생겨난 것이라 느낀다. 모든 사람에게 꿈같은 순간들을 선물해 주는 추억이 있을 것이다. 돈에 치이고, 시간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면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가끔 이렇게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애틋한 시절을 돌아보면 좋겠다.

그 시절 속에서 충분히 빛났고 아름다웠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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