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외로움을 마주한 순간.
외로움을 마주하는 순간들이 있다.
외롭다고 느껴본 적이 살면서 딱히 없었다. 외로움이란 감정의 깊이를 온전히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외롭다고 말하면 쉽게 공감하지 못했었다. 부끄럽게도 상대방에겐 내가 썩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내게는 어떤 감정에 외로움이란 이름이 붙어 단어가 되어서 감정으로 다가오는 일은 무척 당황스러운 일이다. 겸손하지 않은 대가일까 내 인생에도 외로움이란 것이 찾아 들어왔었다. 어쩌다 보니 리더의 자리를 맡게 되었었다. 나라는 사람을 믿어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그때만큼 스트레스받고 외로웠던 일도 없었다.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며, 또 팀원들도 이끌어나가야 하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었다. 그 당시에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도 나빠져 응급실 신세를 지는 날이 많았었다. 심신이 지친 채로 살다 보니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듯한 기분이 들었었다. 세상에 혼자 있는 듯했었다. 그것이 외로움이었다. 누구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성격도 아니다 보니 혼자서 끙끙거린 탓도 있을 것이다.
리더라는 자리를 겪고 시간이 흐르니 외로움이란 것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낄 수밖에 없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과의 관계를 맺으며 공동체 생활을 하고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당연히 그 안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것들이 있다. 그렇기에 스스로 고립되는 경우가 있게 된다. 그런 고립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니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더 이상 외로움은 외로움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공동체 안에 있는 것 같지만 나의 삶은 스스로가 선택하고 결정하며 책임을 지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간다. 나이가 먹을수록 선택의 가지 수는 늘어나고, 책임을 져야 할 양 또한 늘어난다.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은 리더이다. 외로움은 어쩌면 당연한 순리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자신의 세상에 자신만이 살아가는 혼자인 셈이니 말이다. 당연함으로 받아들여져야 감정인 것이다.
가끔 살면서 외로움을 만나게 되면 외로움에 깊게 매달려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작은 구덩이를 애써 손으로 파서 깊은 구덩이로 만들어 내지 않기를 바라고, 외로움이란 것이 마음에 깊게 자리 잡아 자신을 괴롭히지 않기를 바란다. 그냥 잠깐 찾아든 외로움이니 잠시 쉬었다 가면 된다. 훅 하고 뱉어내는 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