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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속의 네모

by 연우

드르르륵, 깡깡, 캉캉

요란한 소리를 내며 손님이 들어왔다.

네모난 직사각형들로 이루어진 공간에,

유일한 곡선을 가진 손님이 왔다.


냉장고, 벽장, TV, 바닥 타일까지.

모든 것이 각지고 반듯하게 뻗어 있는,

숨이 없는 곳에 둥글고 기다란 생명이 찾아온 것이다.


그 손님은 이미 이곳에 적응한 듯했다.

네모난 책장과 서랍장, 거울과 테이블을 들여놓고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갔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진 시간에 나가고,

정해진 시간에 돌아와 밥을 먹고, 씻고, 잠이 들었다.


요란하게 들어온 손님은 고요하게 머물렀다.

생이 없는 곳에 생을 달고 들어왔으나

이내 곡선이 아닌 직선에 자신을 맞추었다.


온통 네모난 것들 사이에서,

그 또한 하나의 네모가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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