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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빈대디 Jul 28. 2019

<공기업>에 맞는 사람, 맞지 않는 사람

공기업 지망생들에게 던지는 질문



공기업은 다양한 형태의 공공기관을 통칭하는 말이다. 공무원과 사기업(대기업)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고 말할 수 있다.


공기업은 요즘 청년들에게 인기가 있는 직장이라고 한다. 아마도 공무원 같은 안정성과 대기업 같은 급여와 복지 수준 때문일 것이다. 맞다. 공기업은 많은 장점을 가진 직장이다. 그러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기업은 사기업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특성은 사람에 따라 장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단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막연히 공기업이 좋을 것 같아서 선택하면 후회할 수 있다. 공기업의 속을 제대로 알아보고 나와의 궁합을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공기업 직원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떤 만족과 불안을 만나게 될까?

인생의 긴 안목으로 보면 어떻게 보일까?


15년 간 그곳에서 일하였 던 나의 개인적 시각으로, 공기업 생활을 국내 대기업의 생활과 비교하여 살펴보려 한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순전히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어떤 객관적 증빙도 제시할 생각이 없다. 그러니 그냥 참고로만 삼기 바란다.






공기업 생활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

공기업도 대기업이고 대한민국의 기업이다. 따라서 일반 대기업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을 찾는 다면, 몇 가지 출발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첫째, 공기업은 오너가 없는 회사이다.


공기업의 주인은 국가이다. 사기업처럼 영원할 것 같은 오너가 없다. 공기업의 주인행세는 현재의 사장이 한다. 사장에 대한 실질 임면권은 정부에 있지만. 공기업의 사장은 3년마다 바뀐다. 연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장의 권력은 막강하지만 3년짜리이다. 직원들은 3년짜리 사장에게 절대적 복종을 하지 않는다. 한시적 권력이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실질적 주인은 직원 자신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 직원들의 결합체인 노동조합의 권력이 매우 강하다. 노조는 또 하나의 권력으로 존재한다.



둘째, 공기업에 주어진 일차적 사명은 공적 역할이지, 이윤 극대화가 아니다.


공기업의 설립 근거는 법률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회사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사명은 회사 설립 시부터 제시된 공공적인 역할이다. 그다음이 기업에게 요구되는 이윤 능률이다. 


회사 내 많은 제도, 규정, 계획들에는 공적 목적과 효율성 목표가 혼재되어 있다. 업무성과에 대한 평가도 사기업의 그것과는 다른 점이 많다. 이윤 극대화가 절대선이 아니다.



셋째, 입사, 승진 등 모든 인사 프로세스는 형식적 공평함을 증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공기업의 입사시험은 철저히 필기평가가 중심이다. 시험성적으로 뽑는다. 면접은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면접은 인적 주관성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관적인 평가는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승진도 일정 수준 이상의 직급으로 진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예를 들면, 과장에 진급하려면 필기 진급시험을 반드시 통과하여야 한다. 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더 이상 진급하지 못한다. 내외부의 인사의 영향력이 간부 진급에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 제도가 시대에 맞는지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입사 때 정해진 개인의 직무분야인 직군은 변경하기가  어렵다. 한 번의 선택이 퇴직 때까지 영향을 준다. 입사시험에서 직군별로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이 처럼 공기업의 모든 평가는 그 행위의 공정함을 보이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넷째, 정년이 보장된다


공기업의 직원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정년까지 근속할 수 있다. 사장이라 하더라도 마음대로 직원을 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 물론, 회사 사정에 따라 구조조정이란 이름의 인력 조정이 이루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도 규정과 제도에 따라 이행되므로 본인의 의사에 반한 퇴출은 쉽지 않다. 특히, 고위직이 아닌 노조원에 속한 직원들은 정년까지 가는 데 어려움이 없다.



다섯째, 갑의 입장에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공기업의 생활은 거의가 갑의 위치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설사 을의 일을 수행하더라도 그 일의 갑은 정부기관이거나 또 다른 공기업이다. 일반 사기업을 갑으로 두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갑으로 행세하고 권한을 휘두르는데 익숙해져 어느새 갑의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 되기 쉽다.






그렇다면 이런 특성을 갖 공기업 생활에 적합한 사람은 누구이고 부적합한 사람은 누구일까?

공기업에서 살다 보면 이런 질문들과 마주하게 된다.



질문1, 외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


공기업 생활은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다수의 직원들이 정년 때 까지를 염두에 두고 회사생활을 한다. 그러다 보면, 모든 회사생활의 관심을 내부에 집중하게 된다. 


회사 밖에 대한 관심은 일부러 본인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멀리 있게 된다. 외부 시장의 패러다임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회사 내부의 성과나 평가가 외부의 그것과는 동떨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극복에는 스스로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질문2, 지루함을 긍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가?


공기업의 업무는 정해진 반복 업무가 많다. 역동적인 일을 만나는 것이 흔하지 않다. 회사 내의 느슨한 분위기에 동화되는 순간, 본인도 전형적인 공기업인이 된다. 평온하고 일상적인 근무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소화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긴장을 놓는 순간 그저 그런 공무원 같은 공기업인이 되는 것이다. 개인적 노력과 대처만이 그 상황을 탈출하게 할 수 있다.



질문3, 회사 내에서 어떤 역할과 위치를 추구할 것인가?


공기업 생활을 몇 년쯤 하다 보면 두 가지의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회사 간부의 길을 걸을 것인가 노조원의 길을 걸을 것인가이다.


공기업은 유니언샵 형태의 노동조합 제도가 일반적이라, 입사하면 모든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노조원이 된다. 노조원 신분에서 간부로 진급하게 되면 노조원에서 벗어나게 된다.  


간부가 되는 것은 가만히 있어도 세월이 지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적극적으로 노력하여 간부시험에 응시하고 통과하여야 한다. 그 과정을 통과한 사람만이 계속 진급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그 시험에 응시하지 않거나 합격하지 못하면 계속 노조원으로 남는다.


공기업은 대개 연공서열식 급여체계를 채택하고 있다간부로 진급하지 못한다 하여 급여상 큰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직급상의 권력이나 명예를 갖지 못하는 대신에 강력한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아 안정된 자리에서 일선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으로 있게 된다. 그래서, 공기업에서는 간부의 길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기술직 직원들은 그런 경우가 더 많다.


자신이 어떤 길을 걸을지 선택해야 한다.



질문4, 혼자가 아닌 조직적 파워를 활용할 수 있는가?


공기업은 사장이 3년마다 바뀐다. 조직 내 권력관계도 사장이 교체되는 3년마다 요동을 친다. 그래서 공기업의 내부는 작은 정치판과 같다. 혼자만의 힘으로 자신이 원하는 위치를 유지하거나 더 높은 곳으로 이동시키는 데는 한계가 많다. 


그래서 조직 내부에 같은 생각과 가치를 공유하는 비공식 인적 네트워크의 구축이 필요할 경우가 많다. 그것은 회사 간부의 길을 가든, 아니면 노동조합의 간부의 길을 가든 마찬가지다. 조직화와 조직적 힘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은 기업 내 리더로 발돋움하는데 필요한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질문5, 어느 위치까지 올라가려고 하는가?


공기업에서 과장, 차장까지의 진급은 실력만으로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부장 이상의 자리는 사내 정치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그리고 임원의 자리는 몇 개 없는 희소한 자리이며, 회사 밖의 정치적 파워와 직접 관련된다. 


부장 이상의 고급간부가 되고 싶다면 사내 정치를 잘 만들어 가야 한다. 임원이 되고 싶다면 회사 밖의 파워와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자리는 대부분이 그렇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혼자만의 능력으로 그 자리까지 가기는 쉽지 않다.


공기업에는 또 다른 권력 공간이 있다. 노동조합이다. 공기업의 노동조합은 회사 간부에 못지않은, 어쩌면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노동조합은 정치의 축소판이다. 선거를 통해 각급 위원장이 선출된다. 사내 정치의 결정판이다.



공기업은 이런 것을 알고 나서 선택해야 하는 곳이다.






이러한 공기업의 특성을 알고도 공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한다면, 어떤 것이 선택에 중요할까?



어떤 삶을 살지를 결정하고, 그것에 맞는 선택 하자.


공기업에 들어가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은 요즘처럼 불안정성이 큰 세상에서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곳은 안정된 직장이고, 급여나 복지 등 보상체계도 공무원보다 좋다. 사기업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다. 안정되고 괜찮은 보상을 받는 좋은 직장임에 틀림이 없다.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선택이다.


사회적 영향력과 공헌도가 높은 공기업에서 중요 직위까지 오르겠다는 욕구가 있다면, 그런 공기업을 택하는 것도 좋다. 이 경우 입사 후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소명의식이다. 내가 그 기업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며, 회사와 사회에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의지인 사명감을 말한다.


소명의식은 그 직위가 높아질수록 중요하다. 공기업의 사장이나 임원에게 요구되는 최고의 덕목은 그 자리가 요구하는 소명의식을 얼마나 투철하게 갖추었느냐이다. 그것이 충분하지 못한 사람은 결국 그 끝이 아름답지 못하다. 존경도 받지 못한다.


어떤 삶은 살 것인가를 분명히 하고, 어떤 공기업에 들어가 도전할 것인지를 선택하기 바란다.



어떤 공기업에 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


공기업 생활은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다수의 직원들이 정년까지 장기근속을 한다. 회사 내 정치에 매몰되고, 외부의 변화와 멀어지게 된다. 회사 밖으로 나온 다음에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그러므로, 어떤 공기업을 선택해 들어 가느냐는 정말 중요하다. 공기업에 들어가면 이직은 거의 어렵다. 선택한 그 기업의 문화와 환경 속에서 긴 세월 동안 생활하게 되며, 그것으로 인생의 황금기를 다 보내게 될 것이니, 당연히 어떤 공기업을 선택하느냐는 정말 중요한 문제이다.


공기업이라고 다 같은 공기업이 아니다. 회사의 규모, 사회적 위상과 영향력, 내부 경제력의 차이 등 공기업마다 사정이 정말 다르다. 반드시 잘 살펴보고 어느 회사를 갈지 선택해야 한다. 한번 선택하면 이직은 없다. 공기업 생활은 대부분 거기서 시작하고 거기서 끝내야 한다.






요즘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 공기업이라고 한다. 많은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한다고 한다.

그런 청년들에게 질문하고 싶다. 솔직히 답해 보길 바란다. 



첫째, 공기업 생활 30년 뒤에도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 남기를 바라는가?


둘째, 회사생활 30년을 인생의 전부로 삼을 자신이 있는가?


셋째, 회사생활의 지루함을 평화로 해석할 자신이 있는가?


넷째, 공무원이 되고 싶은가? 공무원과 공기업은 유사점이 많다는 것을 아는가?


다섯째, 삶의 행복은 안정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답안지를 채점해 보고 결정하기 바란다.






2019년 7월, 인턴 '투빈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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