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따라 나이따라 달라요
“오랜만에 연휴 좋은 걸 제대로 느낀 것 같아요.”
광복절 대체휴일까지 3일 연휴를 보내고 출근길에 나서면서 아내에게 내가 한 말이다.
말대로 나는 이번 연휴를 편안하게 즐겼다.
문득, 내가 언제 이렇게 마음 편이 연휴를 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꽤 오랜만의 진짜 연휴였다.
역시 연휴는 월급쟁이의 그것이 최고다.
일을 안 해서 좋고, 일 안 해도 월급은 그대로니 또 좋고. 월급쟁이의 특권(?)이 아닐까?
연휴의 맛은 내가 서있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 직장인일 때는 연휴가 더없이 좋다. 그냥 좋다.
그러나 월급을 주는 사람일 때는 연휴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회사가 잘 돌아갈 때는 목표한 일 량을 채우지 못할까 봐 걱정이고, 회사가 힘들 때는 쉬는 날 만큼 매출이 줄어들 것 같아 편치 않다.
휴일이라는 게 마음이 편해야 휴식이 되고 즐거움도 준다.
돌이켜보면, 월급을 받던 15년은 연휴가 오면 그냥 좋았던 것 같다.
반면에 월급을 주는 입장이었던 15년은 솔직히 연휴가 그리 반가운 게 아니었다.
만약, 스트레스 덜 받고, 연휴를 즐기고 싶다면, 월급쟁이 직장인이 되는 게 좋을 것 같다.
월급쟁이는 가끔씩 만나는 며칠간의 자유가 주는 행복을 즐길 수 있다.
9 to 6가 답답해서 힘들고, 내 맘대로 시간을 조정해서 연휴를 만들고 싶다면, 작든 크든 자기 회사를 만들거나 자기 사업을 하면 된다. 그러면 시간 조정의 자유를 얻는다. 대신 다양하고 무거운 스트레스의 괴롭힘과 대면해야 한다.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월급을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을 번갈아 선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성향과 특성에 따라 각자 맞는 길이 다르다.
이런 사람은 월급을 받는 사람을 선택하면 좋다.
변화보다는 안정된 삶을 좋아한다.
기획 잘하고 전략적 사고가 뛰어나며 보고서를 잘 만든다.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을 추구한다.
이런 사람은 월급을 주는 사람이 돼도 좋다.
반복적이고 정해진 일 보다는 특이하고 새로운 일이 좋다.
세세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바로 행동하는 것이 좋다.
상사를 설득하기보다는 내가 직접 실행하는 것이 좋다.
나이에 따라서 그때에 맞는 길이 있다.
월급쟁이 직장을 경험하면 좋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이 시기엔 부족한 경험을 채워야 한다. 업무를 배우고, 회사 시스템이 돌아가는 것을 알아 가며, 사회의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 시기 월급쟁이 직장인의 위치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월급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시작하기 좋은 때이다.
이때는 월급쟁이 직장인으로서 중견간부로 성장할 것이냐, 자기 사업을 시작할 것이냐의 갈림길이다. 경험도 쌓였고, 인적 네트워크도 만들어졌으며, 한참 실무 능력자이고, 열정도 여전하다. 사업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시기이다. 혁신적 기업이라면 경영자 역할을 하기에도 좋은 시기이다.
전략적 참모에 적합하다. 월급쟁이 경영자도 어울린다.
이때는 노련하고, 통찰력 높으며, 신중하다. 현실에서는 전통적 조직의 경영자나 고위 관리직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아니면, 중도 퇴직을 강요받는 경우도 많다. 반면에 창의성, 도전의식, 행동 실행력, 열정이 약화되는 때이기에 혁신적 기업의 경영자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도전적인 젊은 경영자의 전략적 참모 역할이 더 나을 수 있다.
일인기업이나 프리랜서가 현실적이다.
이때는 개인의 역량과 상관없이 사회 분위기로 인해, 본인이 오너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조직의 일원으로 일하기는 거의 어렵게 된다. 독자적으로 또는 개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파트타임 업무활동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인생 시간대에 따라 직업과 위치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소수에 불가하다.
그 소수는 어떤 사람들일까? 즉,
원할 때 원하는 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직에 관대한 업계에 속해 있어야 한다.
일상 소비재 시장, 개인 서비스 시장 등 저변이 넓고 경쟁이 심한 시장들이 이에 해당될 수 있다.
하는 일이 고객이나 시장에 가까이 있어야 한다.
영업, 마케팅, 고객서비스 등 고객과 직접 또는 바로 그 뒤에서 고객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는 일선 업무가 이에 해당될 수 있다. 고객과 가까울수록 좋다.
실무 경쟁력을 높게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조직과 연관된 역량이 아니라, 개인의 독자 업무역량이 높게 유지되어야 한다.
직장생활에서 이직을 상수로 두어야 한다.
이직이나 전직을 하려는 그때 갑자기 준비하는 것은 어렵다. 시간을 두고 미리 그 준비를 해 놓아야 한다.
길게 말했지만, 연휴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월급쟁이 직장인
사업이 잘 나가고 있는 자기사업가
그들이 연휴의 참 맛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연휴를 기다리는 전자에 속한다.
지하철에서만 할 수 있는 별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