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채울 공간을 위해 비우고 또 비우기
스스로를 계획형 인간이라고 정의 내리며 살아왔다. 어느 정도는 그렇기도 했다. 숙제가 있으면 하루 당 해야 할 분량을 나눠서 했고, 뭐든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계획을 꼼꼼히 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어째 반대인 것 같다. 오히려 주변 흐름에 맞게 뭔가를 즉흥적으로 하는 때가 많아지는 것 같다. 상황에 맡기는 법을 배웠다고 해 두자 (?)
여행 준비는 몰랐던 내 모습을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에 두 달 동안의 유럽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했는데, 그건 생각보다 일을 몰아서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완전히 상황에 맡겨버리지도 못한다는 데에 있다. 계획을 세워 100% 이행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또 상황에만 맞춰서 하는 건 불안하다. 이런 성향 때문에 떠나기 하루 전까지도 일을 몰아서 하게 됐다.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고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사느라 서울 시내를 뽈뽈거리며 돌아다녀야 했다. (예를 들어 외국인 친구에게 줄 선물이라던가… 고민하고 준비할 게 은근히 많았다. )
필요한 걸 구매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기존의 물건들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정리를 하니 나에게 있는 게 무엇이고 없는 게 무엇인지가 확연히 구분이 됐다. 마음이 복잡할 때만 몰아서 확 한 번에 정리를 했었는데, 좀 더 자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갖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버릴 건 버리고 채울 것을 채우는 일. 더 나은 생활을 하기 위해 여행을 앞두고만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제 비우는 건 다 했고, 새로운 것들을 채워 올 시간이다! 비운 자리는 어떤 것들이 채우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