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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커피 Jul 27. 2022

4. 내가 인턴 면접에 떨어진 이유

절반의 성공, 쓰라린 첫 패배를 딛고 일어서자

이공계 대학원을 자퇴하고 유학 준비도 그만둔 뒤 무턱대고 인턴에 지원하던 중, 서비스 기획 직무에서 첫 서류 합격을 하게 되었다. 회사의 비즈니스 방향에 대해 조사하고 면접을 준비하면 할수록 내 적성에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으나 결국 직무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해 탈락했다. 아직 본격적인 취준은 시작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부터 한 차례 좌절을 맛본 경험에 대하여.


1.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력서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1편)

2. 도대체 나에게 맞는 직무가 뭘까? (2편)

3. 모두가 경력 있는 신입을 원한다 (3편)



삼 세 판, 상대는 네이버야


비록 체험형 인턴 지원이지만 (어쩌면 인턴이라서) 취준생들이 으레 그러하듯 나 또한 눈높이가 높아져서는 대기업 채용 공고 위주로 자리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지원했던 것은 네이버 쇼핑 마케팅 인턴, 두 번째는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의 WORKPLACE 운영 인턴, 세 번째가 바로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 SaaS 서비스/상품 기획 인턴이었다.


첫 번째에는 마케팅 관련 지표에 대한 나의 무지함이 드러났고, 두 번째에는 비슷한 유형의 서비스를 사용해본 경험이 없고 회사에서 일해본 경험이 전혀 없어서 WORKPLACE라는 전자결재 업무 서비스를 운영할만한 역량이 부족했다. 그리고 세 번째에는 3편에서 언급한 나의 IT 서비스 특허출원 경험과 스타트업 경험이 강점이 되어 면접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첫 인턴 면접 합격


대체 내가 가서 뭘 할지 잘 그려지지 않았던 이전의 직무들과는 달리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은 B2B 서비스를 주로 다루고 있어서, 과학기술원 출신인 내가 학부생활 동안 주워들은 각종 연구분야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필요한 서비스와 상품들을 제안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내심 서류 합격을 기대했다.


면접을 준비하며,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기초 지식과 회사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 최근 회사/산업 트렌드에 대해 꼼꼼히 조사했으나 정작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자소서에 팀워크와 책임감이 있다고 직접적으로 썼는데,
이해당사자간에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상황에서의 협업 경험이 있는지?"


사실 이 질문은 서비스 기획자의 핵심 역량을 시험하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개발자나 디자이너, 현업 부서 사이에서 요청사항을 듣고 이를 전달하는 것이 서비스 기획자의 역할인데, 현업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매우 번거로워 개발에서 썩 반기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 기획자는 안 된다는 실무자들과 요청사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서비스를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해나가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때로는 A부서에서 요구하는 것과 B에서 요구하는 것이 상충할 때도 있다고 한다. 이럴 때에도 둘 중 어느 것이 더 필요하고 우선적인지를 판단하고, 상대를 설득하여 방향성을 잡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는 나에게 이런 경험이 없었다. 내가 겪은 갈등과 문제 상황이래 봤자 어차피 공동의 목표가 뚜렷이 존재하는 프로젝트 내에서 발생한 문제였다. 그래서 이 질문을 듣고 잠시간 고민했음에도 답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서로 다른 두 조직이 합치게 되면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었고 거기서 무엇을 느꼈다' 정도로만 대답하고 면접이 끝나고 말았다. 면접 직후 탈락을 예견하면서도, 다음에 또 이 질문이 나왔을 때 나는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다소 막막했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아직 말씀하신 것에 부합하는 경험은 없지만, 내가 디자이너 역할도 해 보고 개발자 역할도 해 봤으니 각자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는 배경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대답이 최선이다.  유명한 국내 서비스 기획자 도그냥님의 글에서도 '기획은 기획을 해 봐야 안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난 무슨 수로 기획도 해 보지 않고 기획자의 역량을 기를 텐가? 결국 이 직군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직무교육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말은 '체험형 인턴'이지만, 스스로 서비스를 만들어보거나 적어도 기획자, 조율자로서의 역할을 해 본 사람을 뽑는 자리였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면서 다시 한번 '인턴의 마음가짐'이 아니라 '신입/동업자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연구실 인턴도 이미 지나간 일이기에 크게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지, 해외 인턴십에 선정되기 위해 여러 편의 논문을 읽고 아이디어를 쥐어짜 내면서 연구 제안서를 작성했던 기억이 있지 않은가. 어디 가도 빠지지 않는 좋은 업무 환경에서 실무를 직접 경험하고 돈을 받으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매우 값진 것이니만큼 나도 지원자로서 나의 온 역량을 쏟아붓고, 직무에 필요한 역량에 대해 고민하고 서류부터 면접까지를 더 철저히 준비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지난주,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통해 무상으로 배울 수 있는 PM(프로덕트 매니저) 부트캠프 국비지원과정에 지원서를 냈다. (비록 내가 썩 탐탁지 않게 여기던 터무니없는 가격의 교육이긴 하지만, 나랏돈이 새는 광경을 잠시 눈 감기로 했다.) 신청 후 합격을 해야 교육을 들을 수 있기도 하고, 직무교육이 8월 하순부터 시작되므로 그전까지 관심이 가는 인턴 공고에 열심히 지원을 해 보고, 그래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착실히 부트캠프에 집중하려 한다.


여전히 한 치 앞도 알 수 없고 뚜렷한 계획보다는 자아 찾기 수준으로 취업 시장을 헤매고 있지만, 직접 회사에서 실무에 부딪혀보지 않으면 제자리에서 아무리 멋들어진 계획을 세운다 한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는 영영 모르리라는 생각에 일단 계속 부딪혀본다.


어쨌든, 나는 계속 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 보려고 마음먹었으니까.



<맨땅에 헤딩하는 취준일기> 5편으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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