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시대에서 살아남기

챗GPT시대의 서막 : 그 불안함 속 긍정적 전망에 관하여

by 알맹 드 보통


취준생의 입장인 나는 챗GPT의 등장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그나마 내 장점이라고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었던 글쓰기의 영역을 침범하는 인공지능이라니! 챗GPT에 대해서 검색을 몇 번 했더니 이제는 자기소개서를 챗GPT로 쓰는 방법들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취업준비의 시발점부터 시작해서, 어쩌면 내가 발 들이게 될 회사 세계의 한 귀퉁이씩 차츰 챗GPT로 잠식되는 건 아닐까.


묘연한 두려움을 뒤로하고 챗GPT에 로그인을 했다. 사실 요즘의 취업 준비 과정에서 나도 챗GPT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과인 내게는 생소한 용어가 많아, 제조업 기반의 회사들에 자소서를 쓸 때면 참 막막했다. 그러나 챗GPT에게 회사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면 그 친절한 설명들 덕분에 대충은 직무 인터뷰 준비에 가닥을 잡아갈 수 있었다.


좋은 답변을 받을수록 역설적이게도 내 미래에 대한 불안은 커져갔다. 이렇게 훌륭한 인공지능이 생긴 사회에서 내가 설 자리가 있으려나 하는 조바심이었다.


챗GPT로 인해 변화할 우리의 미래는 어떨까? 어차피 도래할 미래라면 조금 더 긍정적으로 준비하는 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내게 인사이트를 주었던 몇 가지 꼭지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노동적 측면에서


몇 년 전 읽었던 김혜수 배우의 인터뷰 중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 개인 번역가 고용이라니… 돈을 벌어 이렇게 멋지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고 온라인에서 나름 핫했던 것 같다. 물론 내 버킷리스트에도 추가되었고.


"어떤 작가를 우연히 발견하고 그의 책에 꽂혔다면 저는 그 작가가 쓴 책을 전부 사서 읽어요. 국내에 번역 출간되지 않은 책이라면 해외 온라인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해요. 그러곤 따로 번역을 맡겨서 받아 읽죠."


어제 김미경TV에서 챗GPT 특집에 나온 이경전 교수의 예시를 보며 이마를 탁 쳤다.

챗GPT시대의 번역 시장을 상정해 보자.

번역가 4명이 하던 일이 3명으로 줄어들 것이다. 개인이 하던 모든 일을 AI가 대신할 순 없기 때문에 모든 직업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번역 시장에서 AI번역의 등장으로 번역 단가가 원래의 75%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AI를 활용하면 번역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같이 줄어든다. 그래서 번역 가격이 원래 단가의 30%로 줄어든다면? 이렇듯, 번역 인건비와 시간이 동시에 떨어진다면 더 적은 비용으로 번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번역 시장은 오히려 활성화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책을 쓰고 루마니아어 번역판을 낸다고 했을 때 1,000만 원의 비용이 든다고 하자. 루마니아어 번역판의 예상 수익이 700만 원이라면 나는 굳이 번역판을 내지 않을 것이다. -300만원으로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AI번역의 등장으로 루마니아어 번역판을 낼 때의 비용이 300만 원으로 줄어든다면 나는 700만 원의 예상 수익을 기대하고 번역판을 낼 것이다.

일반적으로 4명이 하던 일이 3명이 하는 일로 줄어들 때 1명은 직업을 잃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단가가 낮아져서 없었던 수요가 창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챗GPT를 적극적으로 공부하여 나와 어떻게 연결 지을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단가가 낮아진다고 해도 시장이 더 이상 커지지 않는 분야라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나도 이제 little-김혜수가 되어 부자가 되기도 전에 개인 번역을 맡기고 읽고 싶던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일까? 즐거운 상상이자 챗GPT시대의 시장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일깨워준 강의였다.


그렇다면, 챗GPT시대에 더 부상하는 인간 고유의 능력은 없을까?

시장의 전망 외에도 내가 인간으로서 노동의 영역에서 발 붙이고 있을 수 있는 당위성을 찾고 싶었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책 <GPT 제너레이션>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기획력 : 전반적인 방향과 프로세스를 설정하는 능력

구성력 : 구성과 편집을 해서 의미를 만드는 능력

연결력 : 의미와 정보를 잇고 통합하는 능력

질문력 : 좋은 질문을 통해 원하는 답을 얻어내는 능력

설득력 : 나온 결과물을 잘 활용하는 능력이자 사람을 이끄는 리더십

공감력 : 휴먼터치(Human-Touch), 즉 사람냄새를 만드는 능력

의미와 감성, 기획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인간 고유의 '인간다움‘이 필요하다는 통찰.



개인적 측면에서


내가 좋아하는 김금희 작가만큼 세밀한 묘사를 하기는 어려웠지만 난 종종 글을 썼다. 내 필라테스 선생님만큼 유연하지는 않지만 주 3회는 필라테스를 하러 헬스장에 갔다. 어차피 내 경쟁자는 그들이 아니었기에 그 일을 할 때의 난 열등감도 우월감도 없었다. 어쩌면 챗GPT의 등장은 지금껏 그래왔듯 내 인생 전반에서 글을 쓰는 것, 필라테스를 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지 않을까? 챗GPT는 애시당초 내 경쟁자가 아니었다.


챗GPT와 내 직업 세계의 존폐를 겨루는 이른바 ‘성과주의’의 렌즈를 빼고 본다면, 챗GPT의 등장은 반갑기만 했다. 챗GPT는 불필요한 노동에 들어가는 시간을 절약해줌으로써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욕구들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노동에 시달리느라 실현하지 못했던 높은 수준의 자아실현을 가능하게 해 줄지도 모른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좋아서. 즐거워서. 의미 있기 때문에.”라는 대답을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는 삶을 경험하는 첫 세대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난 챗GPT의 시대를 불안해하지만은 않기로 했다.




Reference


https://youtu.be/TzhnMKlJ8H4

<김미경TV> 미래직업 챗GPT 사용법 - 이경전 교수 ‘20분 레벨업’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1015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