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어가는 아들과 함께 나누는 기쁨과 성장의 시간!!
며칠 전, 아내와 오랜만에 서울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둘이 오붓하게 데이트를 즐기고 돌아와 아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고생 많으셨어요. 다음에도 또 다녀오세요!”라고 말하더군요. 그러고는 뜻밖의 제안을 했습니다. “부모님 데이트 비용, 제가 십만 원 지원할게요. 날짜랑 장소 정해서 알려주세요. 바로 송금할게요.” 순간 웃음이 터졌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아내에게 “장소 물색하고 일정 짜자”라고 했더니, 아내는 “아들 돈 빼먹는다”며 웃으면서도 핀잔을 줍니다. 그래도 저희는 그 말이 너무 고마웠고, 바로 하루 일정을 짜서 아들에게 보냈습니다. 곧이어 정말로 십만 원이 입금됐습니다. 그 순간, 아들이 참 기특하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엔 손잡고 걷기만 해도 좋다던 아들이, 이제 부모를 챙길 줄 아는 든든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다녔던 수학 학원에서 수능 이후 인사를 하러 갔다가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았습니다. 원장님께서 모든 학생에게 제안한 것이 아니라, 성실하고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들 중에서 골랐다고 합니다. “보조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중고등학생들이 모르는 내용을 도와주는 역할을 맡았다고 합니다. 고3 때 자신이 도움을 받았던 입장에서 이제는 도움을 주는 입장이 되어 무척 기뻐합니다. “이제는 OO 학생이 아니라, OO 선생님이야”라는 말에 아들 스스로도 뿌듯함이 가득해 보였습니다.
첫 아르바이트 월급은 약 백만 원. 풀타임은 아니었지만, 정성껏 일해서 받은 첫 월급이라 그런지, 가족에게 통 크게 “한턱 쏜다”라고 했습니다. 통닭과 피자, 그리고 맥주 한 캔을 곁들이며 가족이 둘러앉아 “첫 월급 파티”를 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마시는 맥주 한 잔. 저희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따뜻한 시선으로 아들의 첫 사회생활을 축하했습니다.
아들은 요즘 친구들과 어울려 다양한 술도 마시고, 삼촌들과의 만남에서는 소주와 맥주도 제법 즐깁니다. 생각보다 주량도 센 듯하고, 친구들을 집까지 데려다주는 책임감도 있습니다. 한편으론 ‘이걸 너무 일찍 익혀버린 건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친구를 챙기고 배려하는 마음이 자라는 게 보입니다.
요즘은 고기가 그렇게 먹고 싶다네요. 예전엔 고기를 안 먹었는데, 이제는 삼겹살, 소갈비, 곱창, 양꼬치까지 먹고 싶은 리스트가 끝이 없습니다. 아내는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자주 해주지 않는데, 아들이 삼촌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삼촌이 한가득 고기를 보내줬습니다. 덕분에 며칠은 고기 파티가 이어졌죠. 삼촌들에게 "시간 되면 놀러 와. 맛있는 거 다 사줄게"라는 말을 들으며 싱글벙글한 아들의 모습에서, 가족의 정과 사랑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다시 느꼈습니다.
대학교 등록금은 예전보다 훨씬 많이 올랐지만, 다행히 할아버지께서 손자의 대학 입학을 기념해 장학금이라며 1년 치 등록금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거기에 고등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시에서 주는 소규모 장학금도 받게 되었고요. 아들에게는 "대학 가서 장학금 받으면 더 좋지 않겠냐"라고 했더니, "한번 최선을 다해볼게요"라며 의지를 다졌습니다. 물론, 퇴직금으로 학비는 준비해 두었지만, 아들이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용돈도 벌고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이 기특하기만 합니다.
며칠 전엔 대학교에서 선배들과 오리엔테이션도 마치고, 뒤풀이까지 다녀왔습니다.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총 12년의 긴 여정을 마치고 드디어 대학생이 된 아들. 그 모습이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자 사회의 일원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구나 싶습니다.
대학교에 가면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저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대학생활, 즐겁게 보내되 뜻있고 보람되게 보내라. 네 인생에서 황금기를 헛되이 보내지 않길 바란다.”
아마 지금은 그 말이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이 순간을 돌아보며 아들도 이해하게 될 겁니다. 그게 바로 인생이니까요.
아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나도 자라고 있었구나.’ 우리가 부모가 되어 아이를 돌보고 가르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시간 동안 나 역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해 왔습니다. 기다림의 시간도, 실망과 걱정의 시간도 있었지만,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우리 가족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특별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서서 걸어가려는 모습을 바라보고, 그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이 시간 자체가 우리 인생의 황금기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지금 자녀의 진로를 걱정하고, 또 누군가는 퇴직 후 허전한 마음에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일상 속 소소한 기쁨을 나누는 순간들이 쌓여서 삶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다시’ 자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나를 돌아보며, 새로운 꿈을 꾸며. 앞으로도 하루하루, 그렇게 살아보려 합니다. 부족해도 괜찮고, 느려도 괜찮다는 걸 아들이 저에게 가르쳐 주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아이를 키우며, 우리 자신도 함께 자라고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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