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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be May 17. 2019

친절하지 마세요. 그냥 최소한 예의만 지키세요.

 사람들에게 항상 친절하고 배려있는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려서부터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교육을 받아온 사람들,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 신입 사원들, 상대로 부터 뭔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새로 들어온 신입 직원이나 여직원이나 업무를 도와준 동료에게 식사나 커피를 산다든지 업무를 알려주는 선배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깍듯이 대한다든지 항상 나를 혼내는 상사가 어쩌다 기분이 좋아져서 자신을 평소와는 다르게 잘 대해주면 고마운 나머지 기분 좋게 인사를 한다든지. 

 상대가 나를 잘 대해주니까 당연히 나도 상대에게 좋은 태도로 대해줘야 상대가 언짢아하지 않으며  내가 상대를 잘 대해 주면 상대로 나를 같은 태도로 대해주고 나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갖게 되어 내가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마다하지 않고 도와주며 서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대는 내가 아무리 친절하게 대해주고 배려를 해줘도 그것을 고마워하지 않고 내가 해준 만큼 보답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나보다 2달 뒤에 입사한  동기가 있었다. 나는 이  동기가 물어보는 것은 내 일도 제쳐두고 가르쳐 주고 도움을 주었다. 나도 처음에 새로 입사한 직장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터라 이 사람과 친해지면 서로 힘들 때 도와주고 힘이 돼주는 좋은 동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담배 연기를 맡으면서 서로 넔두리를 하며 직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내가 종종 커피를 사기도 했다. 말동무가 되어주고 커피도 사주면 나에 대해서 고마워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관계도 가까워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내가 업무상 이 동료에게 협조를 요청할 때는 귀찮아하고 오히려 싫은 내색까지 냈다. 

 상대는 내가 베풀었던 친절과 도움에 대해서 고마워 하기는커녕 그런 것에 익숙한 나머지 당연히 여겨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상대를 대할 때 친절하거나 내가 먼저 도움의 손길을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이 동료를 대할 때 무뚝뚝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로 관계가 서먹 서먹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나의 태도가 변한 것을 알게 된 건지 동료는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그동안 사지 않았던 커피도 사주고 나에게 오히려 먼저 다가와 말도 걸기도 했다. 즉 나의 태도가 상대의 태도를 결정짓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반드시 친절하고 배려 있는 태도가 상대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됐다.  

 
 마음이 너무 약한 나머지 평소에 내가 상대를 잘 대해주다가 그렇게 대하지 않으면  상대가 나를 언짢해 하고 상대와 관계가 나빠지지 않을까 적정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착각이다. 상대에 대해서 배려 깊고 친절하게 대하지 않아도 상대에게 최소한의 예의만 지키면서 대한다면 그것으로 상대와 관계를 유지하는데 충분하다.  

 상대에 대한 배려 깊은 행동이 상대로부터 괜 부담감을 느끼게 할 수 있고 무슨 꿍꿍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품게 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상대로 하여금 이 사람이 나한테 뭔가 아쉬우니 잘 대해준다고 생각을 하게 하여 상대로 하여금 나를 얕보게 할 수도 있다.

  상대가 바라지도 않고 고마워하지도 않는 행동에 대해서 굳이 나 혼자만 노력해서 상대를 잘 대해줄 필요가 없다. 최소한의 예의만 갖추고 상대를 대하면 그것으로 족하고 평소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사람들로부터 나에 대해서 좋은 인상이 심어지고 좋은 사람이라고 평판이 생긴다고 해서 직장 생활은 결코 편해지지 않고 자신의 마음만 고달파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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