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be May 17. 2019

4. 아침 회의 4

이 새끼, 일도 바빠 죽겠는데, 이런 쓸데없는 일로 모이라고 하더니, 인사부에 일러바쳐야지"하고 김 과장은 이를 갉았다.


그러나 인사부의 팀장은 문 팀장과 각별하게 이 회사에서 생존을 의지하고 있는 존재라, 인사부에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없었다.


문 팀장은 실력은 없지만, 회사의 모든 부서 그리고, 사장의 아들까지 자기편으로 만드는 강력하고 두터운 커넥션을 가지고 있어서, 누구 하나 문 팀장을 제대로 고발하고 제대로 된 처벌 또한  받게 할 수 없었다.


과거에, 문 팀장이 여직원에게 도를 넘는 성희롱을 한 적이 있었는데, 문 팀장은 회사로부터 경고하나 받지 못하고, 오히려 그 사건을 내부 고발한 직원만 무고죄로 징계를 받았다.


당시 문 팀장의 성희롱 피해저였던 여직원은 러시아 쪽 해외 영업 직원으로 이 회사에서 3년간 근무를 하고 있었고,  외모가 아이돌  여가수 못지않게 예뻤다.


모든 남자 직원들은 그 여직원을 보면서 하루하루의 힘든 회사 생활에 활력을 얻었고, 아무리 상사로부터 크게 깨지고 수치심을 당해도 여직원의 따뜻한  한 마디와 미소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외모도 예쁘지만 마음 씀씀이도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어느 날, 문 팀장은 여직원에게 같이 술 한 잔 하자고 문자를 보냈다.


차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한 이후, 마치 등에 날개를 단것처럼 위세 당당한 기분이 연일 이어져 있었고, 자기 밑에 있는 사람들을, 마치 군주 시대의 왕들이 신하를 대하는 것처럼,  하찮은 사람 취급하기 시작했고, 회사 여직원들에게 심할 정도로 추근거리기 시작했다.


기세 등등한 문 팀장의 행동에, 어느 여직원 하나 싫은 기색을 할 수 없었는데, 러시아의 해외 영업 여직원은 너무나 막 나가는 문 팀장에게 더 이상 참지 못해서, 모든 여직원을 대표해서, 반기를 들었다.


그 당시 문 팀장과 박 대리와 함께 있었던 박 대리 말에 의하면,. 그 여직원은 문 팀장의 호출에 한 마디 거절 없이 즉시 문 팀장이 있었던 술집으로 왔었다고 한다.


여직원도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있었고, 그 여직원도 워낙 술을 좋아 했던 터에, 사람은 싫지만 술을 얻어 마실 겸,  술집으로 향했다.


문 팀장은 박 대리와, 처음 보는 자상하고 핸섬하게 생긴 30대 초반의 얼굴을 하고 원버튼의 짙은 그레이 색상의 투버튼 피트 슈트를 입은 처음 보는 젊은 남자와 셋이서 술과 안주을 시켜 놓고 룬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워낙 술이 강한 문 팀장은 당시에 를 5병 이상은 마셨지만 취하지는 않았고, 정신이 온전한 상태였다고 한다.


여직원을 바라본 문 팀장은 술기 분과 더불어, 자신의 요청에 곧바로 달려론 여직원을 바라보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었다.


"어이, 해리 씨, 여기 앉아, "


문 팀장은 여직원을 자기 옆자리에 앉히라고 하고, 소주잔 에 술을 따랐다.


여직원은 원샷을 하고, 조그만 방울토마토 한 개를 입에 넣고, 아삭하고 씹었다.


그 모습을 본 문 팀장은, 그 여직원의 방울토마토를 먹는 모습이 유독 섹시 하게 느껴져, 자기도 모르게 여직원의 허리를 왼 팔로 앉아 버렸다.


여직원은 순간 남자의 두둑한 팔이 허리를 감싼 걸 느끼고, 두려움과 떨림, 수치심보다는, 어떻게 이 진상에게 보복할지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에이씨,........."


여직원은 담담하게 당황하지 않고 몸을 뻣뻣하게 세우고, 한 숨을 셨다.


아, 씨, 이 새끼, 돌았나,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하면서 입에 쌍욕을 읊으며, 문 팀장의 팔을 자신의 허리에서 확 밀어 떨어 뜨리고 문 팀장의 가슴 앞의 셔츠를 잡고, 오른손으로 문 팀장의 귀 싸대기를 시원하게 갈겨 버렸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무도 이 여직원의 행동을 말릴 수 없었다.


여직원은 곧 오른손으로 귀 싸대기를 갈긴 후, 테이블 위에 있던 닭도리 탕 냄비를 들어 올려 문 팀장에게 확 하고 부어 버렸다.


너무도 믿을 수 없었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그런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주위의 사람들에게는 마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어벤저스의 블랙 위도우가 나타나서, 별 볼일 없는 악당을 혼내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박 대리와 문 팀장과 같이 있었던 핸섬한 남자는 어쩔 줄을 몰라서, 눈에 혼이 나가버리고, 자신들의 옷에 튄 닭볶음탕의 국물을 물 티슈로 닦느라 정신이 없어 문 팀장의 얼굴이 어떻게 변해 버렸는지는 안중에도 없었다.


문 팀장은 얼굴에 닭볶음탕의 진한 국물과 감자 찌꺼기, 닭가슴살, 닭다리로 덮인 상태로 아주 혼란스러운 상태로 뭘 처음부터 말해야 할지 고민을 하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20 초 정도 뒤에, 쌍욕을 섞어 가며, " 너 죽을래, 너 돌았냐? 미친거 아니야...." 하면서 여직원에게 마구 욕을 해댔다.


여직원은 문 팀장의 욕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물티슈로 코를 킁 풀고 문 팀장의 얼굴에 세게 던지면서,


"지랄하고 자빠졌네,  나이 처먹고 여자들 성추행하는 거나 배운 주제에, 너네 자식이 불쌍하다"


하며, 룸의 문을 열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문 팀장의 머리에서부터  바지 밑단까지 닭볶음탕 국물이 줄줄 흘러내려 아무도 접근을 할 수 없었다.


박 대리와 핸섬한 남자는 이 상황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룸의 문 옆에 있는 방화 도구 문을 열고  소방 호수를 끌어와서  문 팀장을 향해 시원하게 물을 발사했다.


소방 호수에서 줄기차게 뻗어 나오는 물줄기는 마치 대형 화제를 진화하는 듯, 힘찬 기세로 문 팀장의 온몸에 묻은 닭볶음탕의 찌꺼기를 모두 날려버렸지만,  옷에 진하게 베어들은 닭볶음탕의 맵고 달콤한 냄새는 여전히 코를 찔렀다.


박 대리는 겉으로는 문 팀장을 걱정하는 듯하면서, 속으로는 너무 통쾌하고 즐거워서 이런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참는 것이 곤욕으로 느껴졌다.


"박 대리, 이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혹시 나 동영상 찍은 거 아니지, 너 동영상 찍으면 죽는다."


문 팀장은 여전히 입은 살이 있었고, 아주 화가 난 기분으로 박 대리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 같았다.


핸섬한 남자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오 이 기쁨, 오 이기쁨, 주님 주신 것, 오 이기쁨 주님 주신것"
핸섬한 남자의 핸드폰이 벨 소리가 울리는 소리였다.  


이 남자는 곧 바로 핸드폰을 받자마다 "나중에 전화 하겠습니다."라고 한 뒤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자켓 오른쪽 주머니에 넣었다. 다소 불안한 눈 빛과 손에는 식은 땀이 살살살 흐르고 있었다.


 문팀장은 씩씩 거리면서 뾰로통 튀어 나온 입으로 육두문자의 욕을 해대며,검은 먼지 투성이 구두로 룸의 문을 발로 확 걷어 차버렸다.


다행히도 문은 문 팀장의 스트레스를 맏받아 치듯, 쾅 하고 음향 효과를 내며, 벽에 정면으로 부딪혀 버렸다.

작가의 이전글 3. 아침 회의 소집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