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be Dec 22. 2021

나에게 소중한 점심 식사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혼자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2가지 일을 동시에 합니다. 

입으로 음식을 씹으면서 눈으로 스마트폰을 봅니다. 


식사를 하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이유는 식사 시간의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과 

자기 안에서 스마트폰을 보라고 속삭이는 내적인 명령 때문입니다.


식사 시간에 스마트폰을 보면 맛있는 음식도 즐기고 눈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저도 혼자 식사를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신문 기사를 보면서 정보를 습득하거나

넷플릭스의 드라마를 보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고, 주식과 코인 시장을 보면서 재테크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어느 날 갑자기 내 인생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으며

 “나에 대한 자기 가해자”가 되어 간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한 달 전 오전 업무를 마치고 인천 송도의 대형 쇼핑몰 푸트코트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떠 있었습니다. 


그동안 먹고 싶어 했던 세트메뉴인 수제비&충무김밥을 주문했습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마자 테이블에 세팅을 하고, 

자동적으로 왼손이 스마트폰을 쥐고 좋아하는 어플케이션을 고른 후,  

오른손으로 수제비의 국물을 떠먹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 순간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점심 식사 시간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그런데 음식에 집중하기보다 스마트폰에 눈과 귀를 집중하면서

차려진 음식의 맛을 즐기는 것인 아닌,

그저 음식을 수저를 이용해서 입으로 나르고 그리고 씹고 삼키는 취식 행위를 하고 있다는 낌을 받았습니다.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점심시간을 기대하며 열심히 일을 해왔는데

음식보다 스마트폰에 집중해서 기대했던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인간에게는 다양한 욕구가 있으며, 저는 먹는 것만큼 즐거운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정작 기대하고 기대했던 음식이 눈앞에 있는데, 왜 음식의 맛을 즐기지 못하고 있는 걸까?


그래서 혼자 점심 식사를 할 때는 차려진 음식과 맛의 음미에만 집중해보기로 했습니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처럼 음식을 먼저 관찰하고

입에 넣고 씹으면서 음식의 맛을 감미하면서

저도 모르게 음식을 만들어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가 나오고,

음식들이 내 몸에 잘 흡수되어 좋은 영양분으로 자리 잡고 

건강에 유익해질 수 있도록 음식에게 나의 바람을 전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음식에 대해서 감사를 잘 망각합니다.

평소에 먹는 8,000원 안팎의 점심 식사에는 원재료 생산, 유통, 조리 과정, 서빙까지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노고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육체가 여전히 건강하기 때문에 음식을 먹고 소화를 시킬 수 있습니다.

즉, 음식을 만들기 위해 준비한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내 건강한 육체에 대한 감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나의 뇌나 혀가 식사 시간만큼은 음식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뇌를 한 템포 쉬게 해서 오후의 미션들을 잘 처리할 수 있도록 뇌에게 쉼을 주는 배려 행위이며,

그동안 사람들하고 실랑이를 벌이느라 쉴 틈 없이 움직였던 혀들에게 

음식 맛을 느끼게 해 주어 혀에게 안식을 주는 것은 혀를 위한 배려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은 생명이 없지만, 

저는 음식은 먹는 사람의 감정과 마음을 느끼는 유기체이며, 

우리 몸에 들어가서 우리의 일부가 되는 소중한 생명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 입 한 입 넘기는 음식을 소중히 다뤄주고 아껴주면 

음식도 우리의 바람을 그대로 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점심 식사를 위해서 보통 하루에 30분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아침 식사는 부담이 되고 바빠서 가볍게 식사를 하거나 생략을 하고,

저녁 식사는 건강을 위해서 적게 먹지만 

점심시간은 아침과 저녁에 즐길 수 없었던 음식에 대한 절제감을 무시해도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하는 점심 시간에 음식과 교감을 하면서 한 수푼 한 수푼의 음식 맛을 즐긴다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감사, 여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